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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한 삶의 예법

이정수 목사............... 조회 수 1835 추천 수 0 2009.11.21 11: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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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487. 청빈한 삶의 예법


홍자성의 菜根譚(채근담)에는 생존경쟁-소유경쟁-泥田鬪狗(이전투구)-아귀다툼을 벗어나 청빈한 삶을 사는 지혜와 즐거움, 군자의 몸가짐, 마음 공부하는 법도 등이 군더더기 없이 소담하게 담겨 있습니다.

*청빈한 삶의 淸興(청흥: 맑은 흥겨움)은 유유자적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대로 알맞게 마시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에스더1:8의 아하수에로 왕처럼), 바둑은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두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피리는 구멍 없는 것을 적당하다 하고, 거문고는 줄 없는 것을 높다 한다.

모임은 기약하지 않고 인연따라 시절따라 자연스럽게 만남을 참되다 하고, 손님 대접은 마중과 배웅 없이 내 형편대로 지극 정성으로 대접함을 귀한 것이라 한다.

청빈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만약 繁文縟禮(번문욕례: 복잡한 절차와 번다한 예법)에 한 번 걸리는 날이면 문득 塵世苦海(진세고해: 티끌 세상의 고생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림을 면치 못하리라.  

*한 제자가 스승께 여쭙기를 “스승님, 어찌하면 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습니까?” 하였다. 그러자 스승이 “누가 너를 묶어 놓았느냐?” 고 되물었다.

세상 사람들은 부귀공명-소유경쟁에 꽁꽁 묶여 걸핏하면 더러운 세상, 괴로운 세상이라 한다. 저들은 구름은 희고, 산은 높고, 물은 흐르고, 돌은 제자리를 지키며, 새 소리를 꽃이 맞이하고, 나무꾼 흥얼거림을 골짜기가 화답하는 줄을 모른다. 세상은 더러운 세상도 아니고, 괴로운 세상도 아니다. 다만 저들 스스로 부귀공명-소유경쟁에 묶여 더럽고 괴로운 세상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마음이 텅 비어 마음바탕에 탐심 없으면 人生到處有靑山!(인생도처유청산: 가는 곳마다 녹수청산), 마음이 맑고 한가하면 듣고 보는 어느 것 하나 魚躍鷰飛!(어약연비: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제비가 나르는 듯 약동함) 아닌 것이 없다.  

*座右銘(좌우명)은 제나라 환공의 玉座(옥좌) 우측에 놓여 있던 술 담던 그릇 이름이다. 이 그릇은 텅 비면 삐딱하게 기울고(虛則倚=허즉의), 넘치도록 가득 부으면 뒤집어지고(滿則覆=만즉복), 알맞게 채우면 똑바로 일어선다(中則正=중즉정).

꽃은 반쯤 핀 것을 즐기고, 술은 자기 주량에 알맞게 취할 정도로 마신다면 그 가운데 무한한 흥취가 있다. 만약 활짝 핀 꽃을 즐겨하고, 술에 만취한다면 몸을 상하고 없던 망녕 절로 난다. 하여, 문득 흥취가 변하여 惡境(악경: 악하고 괴로운 지경)을 이룬다. 그러므로 이제 거의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뒤집어질까를 스스로 살필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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