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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편지 929 어린 소녀의 소망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www.nsletter.net 정충영 교수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11시, 창춘 부근 주타니(篝臺)시 두자(奴家) 초등학교 운동장. 달리기를 하던 신웨(欣月)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진단 결과는 뇌종양 말기였습니다. 아버지 주더춘(朱德春.43)씨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대도시인 창춘으로 집을 옮겼지만 딸의 병은 날로 깊어만 갔습니다. 올해(2006) 1월에는 시력을 잃었고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가족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반장과 각종 행사의 기수를 도맡다시피 했던 신웨는 평소 베이징 톈먼 광장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기가 게양되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신웨의 안타까운 사연이 신문에 나자 그의 소망을 들어주겠다는 사람들이 나섰지만, 악화된 병세 때문에 베이징까지의 긴 여정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주씨는 여비 마련을 위해 세간을 팔아 창춘시 공공관계(公共關系)대학 운동장에 천안문 광장을 꾸미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산당 청년단 간부가 총연출을 맡아 9~10시간 걸리는 창춘과 베이징 사이의 여정을 네 시간 정도로 축약하기로 하고, 구역별 출연진과 각본. 소품을 하나하나 준비했습니다.
지난 4월 22일 오전 9시30분, 아버지는 베이징으로 간다며 신웨와 함께 미리 준비된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창춘시 주변을 돌기 시작했고 오전 10시30분, 버스 기사는 소녀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톨게이트에 도착했다"고 소리쳤습니다. 각본대로 버스 밖에 기다리던 사람은 톈진(天津) 방언을 섞어가며 "이곳은 선양(瀋陽) 톨게이트입니다"라고 말한 후 버스는 다시 창춘시를 돌기 시작해 드디어 소녀가 그리던 '베이징'에 다다랐다고 말했습니다.
각본 속의 베이징 경찰은 버스에 올라 "이 버스는 배기가스가 기준치를 넘는 경유차로 베이징시에 진입할 수 없으니 모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아버지 품에 안겨 신웨는 버스에서 내려, 미리 준비된 다른 버스에 올라탑니다. 오후 1시15분, 버스는 공공관계학교에 들어섰습니다. 1000여 명의 학생이 나서 사진을 찍거나 서로 부르는 관광객, 영어를 쓰는 외국인의 역할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의장대가 나섰다. 구령에 맞춰 씩씩한 군화 소리를 내며 운동장 국기 게양대로 향했습니다. 곧이어 울려 퍼지는 의용군 행진곡(국가).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는 삐거덕거리는 도르래 줄에 매달려 우쭐우쭐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소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너무 지쳐 있었지만 신웨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들어 국가에 맞춰 경례를 했고 창백했던 소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습니다. 국가 연주가 끝난 후 '인민해방군'이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신웨는 인민해방군 군복의 위장과 모표를 만져보면서 힘겨운 목소리로 "아저씨 고생 많으시네요"라고 속삭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웨는 말했다. "어제 밤 꿈에 세상을 볼 수 있었어요. 병도 다 나았고 모두 함께 톈안먼광장에 가 깃발이 올라가는 것을 봤어요."
한 소녀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고자 애쓴 창춘시의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한 노력은 그만치 값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니라[약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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