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천년 신라의 혼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은 옛 신라의 숨결을 머금은 거대한 문화재다.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잘 이룬 곳도 드물다. 신라인들은 천년을 두고 남산을 보듬고 아꼈다. 왕과 귀족이 불국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 백성들은 남산을 올랐다.
그런 만큼 남산은 우리 조상들에겐 마음의 휴식처이자 성지였다.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담겨 있고, 종교가 숨쉬고, 선조들의 문화예술이 깃들어 있다. 삼국유사는 경주를 가리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이라고 묘사했다. 그 중심에 남산이 있다.
신라인들은 남산을 불국토 수미산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도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남산은 경주의 남쪽에 있다.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그 땅이 서라벌로 불리던 그 이전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보고 서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해서,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 해서 붙여졌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역시 금오봉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다. 금오봉 남쪽 중턱에 있던 용장사에서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역작을 남겼다. 남산은 용장·천룡·백운·부처·탑골 등 골짜기는 무려 40여곳이나 된다. 각 골짜기는 변화무쌍해 늘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여기에다 명주실처럼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끝없는 유적과 유물 등 천년 신라의 신비에 사람들은 남산을 예찬한다. 남산은 7세기부터 10세기까지 400여년에 걸쳐 신라의 백성들이 정성을 드린 곳이다. 단단한 화강암을 쪼아 부처를 새겼고, 평평한 둔덕마다 불탑을 세웠다.
용장사곡 삼층석탑과 석불좌상,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칠불암 마애석불을 비롯해 절터와 불상·석등·왕릉 등 문화재가 686점이나 된다. 보물과 사적으로 지정된 것만 26점이다. 신라 전성기에는 사찰이 800개가 넘었다고 전해온다.
이들 문화재는 대부분 이름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다. 이 때문에 남산에는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 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만들다만듯한 미완의 작품들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는 게 남산연구가들의 분석이다.
신라인들은 남산 그 자체를 신성시했고, 어느 곳에서든 부처가 바위에서 튀어나와 자신 앞에 있음을 느끼면서 이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을 것이다. 유네스코가 2000년 남산지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노천 박물관’이라는 명성이 경주 남산의 역사성을 대변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유적… 매달 달빛기행도 매력-
남산은 유적지인 만큼 산길을 탐방로라고 부른다. 잘 생긴 부처상이 있는 칠불암과 신선암, 탑이 아름다운 용장사지, 아름다운 숲이 있는 삼릉 주변 등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마애불(바위에 새긴 부처)을 보고 싶다면 냉골을 추천한다. 남산을 두루 살펴보려면 동남산~서남산 횡단 코스를 권장한다. 서출지~남산동 쌍탑~칠불암~용장사지~삼릉계~석조여래좌상~선각여래좌상~마애관음보살입상~배리삼존불 구간(10시간)을 돌아보는 것이다. 군데 군데 삼륜대좌불·마애여래좌상·삼층 석탑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또 통일전~서출지~칠불암~신선암~백운암~천룡사지~와룡사~용장리 구간을 돌아보는 4시간짜리 코스도 좋다. 신라 마애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칠불암 마애불상군 등 통일신라 전성기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서남산만 돌아보는 코스는 삼릉~용장리(6시간), 서남산 삼릉계 왕복(3시간), 포석정~금오정 전망대(4시간) 등이 있다. 삼릉~용장리 구간은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신라불상을, 서남산 왕복코스에서는 신라 석불을 제작 시기별로 감상할 수 있다. 포석정~금오정 구간에서는 남산에서 조성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인 마애삼존불(835년)을 볼 수 있다. 부처골~탑골~보리사~헌강왕릉~통일전~서출지~염불사지를 돌아보는 3시간짜리 동남산 산책 코스도 인기가 많다. 삼국시대에서 통일 신라의 전성기까지의 불교미술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남산 탐방의 또다른 매력은 ‘달빛 기행’이다. 경주남산연구소는 매월 보름을 전후한 주말에 선착순 50명을 모집, 무료 달빛기행 행사를 갖는다. 오후 7시~7시30분 사이에 출발해 4시간가량 산행을 한다. 자전거를 이용한 남산 기슭 탐방도 좋다. 오릉~나정~포석정~지마왕릉~삼릉~경애왕릉~천관사지 등 서남산 기슭과, 인용사지~부처골 감실불상~탑골 마애조상군~통일전~서출지 등 동남산 기슭이 자전거 투어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주|백승목기자〉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주 남산 전경.
경주 남산은 옛 신라의 숨결을 머금은 거대한 문화재다.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잘 이룬 곳도 드물다. 신라인들은 천년을 두고 남산을 보듬고 아꼈다. 왕과 귀족이 불국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 백성들은 남산을 올랐다.
그런 만큼 남산은 우리 조상들에겐 마음의 휴식처이자 성지였다.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담겨 있고, 종교가 숨쉬고, 선조들의 문화예술이 깃들어 있다. 삼국유사는 경주를 가리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이라고 묘사했다. 그 중심에 남산이 있다.
신라인들은 남산을 불국토 수미산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도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남산은 경주의 남쪽에 있다.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그 땅이 서라벌로 불리던 그 이전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보고 서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해서,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 해서 붙여졌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역시 금오봉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다. 금오봉 남쪽 중턱에 있던 용장사에서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역작을 남겼다. 남산은 용장·천룡·백운·부처·탑골 등 골짜기는 무려 40여곳이나 된다. 각 골짜기는 변화무쌍해 늘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여기에다 명주실처럼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끝없는 유적과 유물 등 천년 신라의 신비에 사람들은 남산을 예찬한다. 남산은 7세기부터 10세기까지 400여년에 걸쳐 신라의 백성들이 정성을 드린 곳이다. 단단한 화강암을 쪼아 부처를 새겼고, 평평한 둔덕마다 불탑을 세웠다.
금오봉 서쪽 중턱에 우뚝 선 용장사곡 삼층석탑(보물 제 186호), 용장사곡 석불좌상(보물 제187호)
용장사곡 삼층석탑과 석불좌상,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칠불암 마애석불을 비롯해 절터와 불상·석등·왕릉 등 문화재가 686점이나 된다. 보물과 사적으로 지정된 것만 26점이다. 신라 전성기에는 사찰이 800개가 넘었다고 전해온다.
이들 문화재는 대부분 이름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다. 이 때문에 남산에는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 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만들다만듯한 미완의 작품들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는 게 남산연구가들의 분석이다.
신라인들은 남산 그 자체를 신성시했고, 어느 곳에서든 부처가 바위에서 튀어나와 자신 앞에 있음을 느끼면서 이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을 것이다. 유네스코가 2000년 남산지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노천 박물관’이라는 명성이 경주 남산의 역사성을 대변하고 있다.
고위봉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보물 제 199호), 고위봉 칠불암 마애석불(보물 제200호).
-끝없이 펼쳐지는 유적… 매달 달빛기행도 매력-
남산은 유적지인 만큼 산길을 탐방로라고 부른다. 잘 생긴 부처상이 있는 칠불암과 신선암, 탑이 아름다운 용장사지, 아름다운 숲이 있는 삼릉 주변 등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마애불(바위에 새긴 부처)을 보고 싶다면 냉골을 추천한다. 남산을 두루 살펴보려면 동남산~서남산 횡단 코스를 권장한다. 서출지~남산동 쌍탑~칠불암~용장사지~삼릉계~석조여래좌상~선각여래좌상~마애관음보살입상~배리삼존불 구간(10시간)을 돌아보는 것이다. 군데 군데 삼륜대좌불·마애여래좌상·삼층 석탑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남산 탐방의 또다른 매력은 ‘달빛 기행’이다. 경주남산연구소는 매월 보름을 전후한 주말에 선착순 50명을 모집, 무료 달빛기행 행사를 갖는다. 오후 7시~7시30분 사이에 출발해 4시간가량 산행을 한다. 자전거를 이용한 남산 기슭 탐방도 좋다. 오릉~나정~포석정~지마왕릉~삼릉~경애왕릉~천관사지 등 서남산 기슭과, 인용사지~부처골 감실불상~탑골 마애조상군~통일전~서출지 등 동남산 기슭이 자전거 투어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주|백승목기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