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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마다 숨겨진 폭포… 굽이마다 반기는 숲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에서 바라 본 운무에 둘러싸여 있는 주흘산.
문경새재. 얼마나 넘기 힘들었으면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진도아리랑·문경새재아리랑)고 했을까. 새도 날아넘기 힘들다는 고개. 부산과 한양길을 오가던 선비와 장사꾼들의 꿈과 눈물, 땀이 밴 고개.
경북 문경시 주흘산(主屹山)은 이 문경새재를 지키고 있는 수문장이다. 마주 보고 있는 조령산과 함께 문경새재를 품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문경읍 시가지를 발 아래 두고 기세 당당하게 버티고 선 산이 주흘산이다. 양쪽 귀를 추켜세우고 선 기세가 주변을 압도한다. 주흘산의 높이는 해발 1106m.
문경읍에 속해 있으며 상초·하초·상리 등 6개 큰 마을이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영봉이지만 산세를 대표하는 봉우리는 주봉(1075m)이다. 이외 관봉(1039m)과 6개의 암봉으로 된 부봉을 거느리고 있다.
여궁 폭포
백두대간이 문경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월악산을, 남쪽으로 주흘산을 솟게 했다. 주흘산이 솟아오를 때 산 밑에 도읍을 정하리라 생각했는데 삼각산이 먼저 솟아 있어서 삼각산을 등지고 앉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산들이 서울 쪽을 보고 있는 산세지만 주흘산만 유독 남쪽을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는 구전도 있다.
흔히 주흘산은 백두대간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산세라고 한다. 주흘산은 백두대간이 아니다. 살짝 비켜서 있다. 백두대간은 소백산(1439m)을 거쳐 죽령(689m)을 만들고 도솔봉(1314m)·황장산(1077m)·문수봉(1162m)·대미산(1115m)을 거쳐 주흘산과 마주 보는 조령산(1026m)을 지나는 지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흘산은 전체적으로 학이 날개를 펼치며 날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봉에 세워진 표지석 자리가 머리에 해당한다.
골마다 한 굽이 오를 때마다 크고 작은 하천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고 수백길 암벽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맑고 찬 물이 장쾌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난 산길은 오래된 소나무·갈참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 등과 함께 울창한 모습이다. 천혜의 요새답게 주흘산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 더 많다. 곳곳에 벼랑으로 병풍을 쳐 병풍 너머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높은 영봉조차 산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최명길과 얽힌 전설이 깃든 성황당,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여궁폭포,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다는 혜국사와 대궐터, 정상능선의 대문 같은 암벽인 전좌문, 박달나무 군락지 등이 곳곳에 감춰져 있는 보배이다. 정상에서는 월악산과 소백산은 물론 속리산도 보인다.
주흘산은 사계절 어느 때고 멋진 산행지다. 봄에는 괭이눈·너도바람꽃·복수초 등이 지천에 피고, 여름에는 차고 풍부한 계곡물과 함께 울창한 수목이 초입부터 정상까지 그늘을 이룬다. 가을에는 유난히 고운 단풍 숲길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겨울에는 눈덮인 백두대간을 감상할 수 있다.
〈문경|최슬기기자〉
주흘산 산행의 묘미
조곡관에서 주흘산 등산로 4km지점에 위치한 ‘꽃밭서덜’ 은 진달래꽃과 물박달나무의 군락지이다.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며 세워놓은 수백개의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흘산은 철따라 펼쳐지는 비경을 즐기며 문경새재 일대의 문화유적까지 답사할 수 있는 산행지다.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문경새재 주흘관(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전좌문~주봉~꽃밭서덜~조곡관(제2관문)~주흘관(제1관문) 코스. 5시간가량 걸린다.
1관문에서 출발, 주봉과 영봉을 거쳐 부봉을 돌아 2관문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8시간 정도 걸린다. 뻐근한 산행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등산객들이 많이 택하는 코스다. 종주코스는 주흘관에서 성벽을 따라 관봉으로 오른 뒤 주봉과 영봉, 부봉을 차례로 도는 코스로 10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공원관리사무소 뒷길에서 관봉으로 난 등산로는 폐쇄됐다.
어떤 등산로를 택하든 새재 고갯길로 내려오게 된다. 주흘관에서 조곡관을 거쳐 조령관(제3관문)까지 이어지는 6.5㎞의 아름다운 길이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쉬지 않고 걸어도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주변 명소를 돌아보며 걷노라면 3시간은 훌쩍 넘는다.
하산길에 밟게 되는 새재에는 수많은 비경과 유적지가 있다. 조선시대 길손들의 객사였던 조령원터,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귀정, 신립 장군이 진을 쳤던 이진터, 문경새재아리랑비 등이 과거로의 여행으로 이끈다.
특히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새재계곡의 용추. 용추는 계곡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최후를 촬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는 궁예의 마지막 독백 대사가 입간판으로 서 있다. 4~10월이면 문경시는 보름과 가까운 토요일에 1관문~2관문(왕복 6㎞)을 걷는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행사를 갖는다. 가까운 곳에 문경온천이 있으며, 새재동동주·묵조밥·문경약돌돼지 등이 유명하다. 새재 입구 새재산장가든에 가면 산행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경|최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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