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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3681번째 쪽지!
□ 새벽우물
옛날 우리동네 한 가운데에는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동네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우물가는 동네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던 장소였습니다.
목이 마른 사람들은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벌컥거리며 마셨고, 일하다 말고 달려와 시원하게 등목을 하기도 했고, 여자들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며 왁자지껄 떠들며 즐거워했습니다.
동네잔치가 있는 날에는 남자들이 우물가에 모여 돼지를 잡으며 갑론을박 이야기꽃을 피웠고, 어느 날은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우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동네 이장을 뽑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어떤 형과 누나가 그날 밤 우물가에서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연분이 나 두 분은 혼인을 했습니다.
우리 집은 바로 시암('우물'의 전라도 사투리)옆에 붙어있었습니다. 시암옆 집 아들인 저는 우물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일을 마친 저녁이면 집집마다 물동이를 이고 나와 저녁밥과 다음날 새벽밥을 할 물을 길어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지 우물 바닥이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른 새벽 살금살금 다가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면 밤새 층층히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새벽 하늘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퍼내어도 마르지 않고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찰랑찰랑 물이 고이던 신비한 새벽 우물! 2010년은 새벽우물처럼 시원하고 넉넉하고 변함 없는 삶을 살면서 그런 삶을 닮은 글도 쓰고 싶습니다. ⓒ최용우
♥2010.1.1 쇠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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