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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시생각함

이동원 목사............... 조회 수 2718 추천 수 0 2010.01.18 14: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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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목사의 시사포커스]

최근 신문 지상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야기들 가운데에 갑자기 스포츠 용어와 관련된 내기 골프, 황제 테니스등의 단어들이 있었다. 필자는 골프도 테니스도 할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이런 용어 자체가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워낙 정치에도 문외한이어서 이런 용어들 뒤에 은폐된 정치적 복선의 의미도 가깝게 실감되어지지 않았다. 다만 건강에 좋은 운동들이 이 운동들을 잘못 사용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순교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비록 이 글을 쓰는 이는 숨쉬기 운동이외에 운동을 모르는 사람이지만 운동 그 자체가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함을 모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경에도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의 마당에서 밝고 맑은 기억이 별로 없었던 이 민족이 한바탕 신명나게 뛰놀고 건강해져서 그 기운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포츠를 둘러싸고 미디아들이 총동원되어 소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러 다양한 기사가 작성되고 그 결과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정치적 복선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 나라 이 사회의 미래의 명운을 판가름할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한 때에 이런 문제 같지 않은 문제로 장이야, 멍이야 하는 소인배의 놀음을 벗어나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하여 머리를 마주하고 민족의 내일의 큰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철없는 이상주의자 백성들의 기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 이런 문제 같지 않은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 거리의 백성들조차 적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나라 모든 리더십에 대한 애절한 기대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시 말하면 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하고 지도자가 되려면 이제는 그만한 값 지불을 각오해야 한다는 기대치의 반응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인류는 일찍 이런 리더십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를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표현해 왔다. 우리는 이것을 ‘귀족의 의무’라고 번역해 왔다. 노불리스가 명예를 강조하는 말이라면 오블리제는 의무를 강조하는 말이다. 명예가 있는 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리라고 믿는다. 본래 이 단어는 로마시대에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높이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갑작스럽게 더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정말 존경받는 정치가 사업가 교육가등 이 사회 모든 계층에서 리더다운 리더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간절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역사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를 이루어 낸 우리 사회가 기다리는 다음 순서는 자연스럽게 삶의 질이 높아진 선진 사회에로의 진입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숙한 선진 사회의 실현을 위해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가장 큰 욕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몸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의 출현인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가 결코 이런 노블리스 오불리제의 본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흔히 한국적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람은 경주 만석꾼 최 부자이다. 그는 조선시대 최고의 부자로서 경주 첨성대 계림 숲 근처에 집을 갖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자가 삼대를 가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고 이 분의 가솔은 무려 10대 동안 진사를 지냈고 12대 동안 만석꾼을 이어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1600년대에서 1900년대 초까지 무려 300년동안 귀족의 의무를 다한 그의 가문의 영광은 최 부자의 유명한 6가지 교훈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여섯 가지 가훈은 첫째는,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 것,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할 것. 셋째,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 것. 넷째, 과객을 후히 대접할 것.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올 때 삼년동안 무명옷을 입을 것. 마지막으로, 자기 집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가훈인가. 특히 흉년기에 땅을 늘리지 않게 한 것은 그가 부당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한 모범을 보인 것이다.

 우리 조상 가운데 이런 지도자가 있었다면 우리가 다시 한번 이런 리더십을 낳지 못할 이유는 없다. 시샘하기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좋은 리더되기 경쟁이라도 하면 안될까 싶은 마음이다. 이번에 인구에 회자된 스포츠 사건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으면서 우리 지도자 모두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갈망을 심어 줄수 있다면 우리들의 우물가 가싶(gossip)이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는 에피소드로 오래 동안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동원 (지구촌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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