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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다 읽고 나면 먹어버린다
얼마나 기가막힌 상상이니?
거친 숨소리가 일곱 개의 책꽂이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헉, 답답해.'
갑자기 책 한권이 툭 떨어진다. 환희는 빠르게 몸을 웅크리다 천천히 책을 주우려한다. 떨어진 책 위에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등에 글자모양이 새겨진 벌레들. 바닷가 바위에서 보았던 갯강구처럼 빠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수 십 마리가 환희의 발등을 타고 기어오른다. 바닥에 딱 붙어버린 발바닥을 땔 수가 없다. 그러자 신호를 기다렸던 병사들처럼 일곱 개의 책꽂이들이 한꺼번에 환희를 향해 쏟아진다.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이 점점 바닥으로 꺼져 들어간다.
"어, 엄마! 사, 살려주세…"
어떻게 눈을 떴을까. 나무토막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린 몸에서 눈동자를 굴린다. 디귿자형으로 일곱 개의 책꽂이가 책들이 가득 꽂아진 채 우뚝 서 있다. 겨우 고개를 돌려보니 문을 제외한 모든 벽마다 책꽂이들이다. 침대는 책꽂이 바다에 둘러싸인 무인도다. 오직 환희만이 살고 있는 감옥. 바로 앞에 놓인 책상에는 오늘 읽어야 할 책 다섯 권과 숙제가 탑처럼 쌓여 있다. 유리창을 가린 책꽂이 사이로 미세한 오후햇살이 한줄기 새어 들어온다.
"독서마라톤 챔피언? 어서 나와 줄거리 발표하고 학원 가야지."
엄마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닫힌 방문 틈 사이로 들어온다. 그제야 환희는 제정신이 돌아와 서둘러 일어선다. 책 다섯 권과 독서기록장을 든다. 엄마는 기대에 찬 얼굴로 환희를 바라본다. 환희는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엄마 앞에 선다.
"채, 책 머, 먹는 여우는 00여, 여우 아, 아저씨가 채, 책을 머, 먹습니다. 소, 소금과 후, 후추를 쳐, 쳐서 00 채, 책을 마, 많이 이, 읽으라는 마, 말입니다."
"후유, 저 말더듬은 언제 고쳐질지! 어서 학원 다녀오렴."
정글짐 꼭대기는 신선한 공기처럼 답답한 환희의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따라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끽하는 쇠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 재활용창고에서 정호가 나온다.
"또 정호네. 왜 저런 곳에서? 벌써 다섯 번째다."
환희는 혼자 있을 때면 말을 더듬지 않는다. 엄마 앞이나 학교에만 가면 입안에서 버퍼링이 일어난다. 환희는 정글짐에서 빠르게 내려와 가방을 든다. 책 한권이 삐져나와 지퍼가 반쯤 열려있다. 잠시 멈칫하다 뒤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환희는 몸을 돌려 놀이터 옆 낡은 재활용창고 쪽으로 걸어간다. 문이 살짝 열린 채 자물쇠가 한쪽으로 꼽아져 있다. 마법의 문으로 들어가듯 조심스럽게 밀어본다. 아까 들었던 끼익 하는 소리가 다시 난다. 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미세한 빛이 바닥에 깔린 먼지를 들어올린다. 희끗희끗한 바닥 위로 운동화 발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찍혀있다. 사과 박스 같은 것들이 창고 옆 오른쪽벽면을 차지하고, 반대편은 스트로 폼 박스들이 초록색 끈으로 묶여 있다. 그 옆 포대자루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환희를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갈 수가 없다. 발이 바닥에 착 달라붙는 기분이다. 환희는 슬슬 뒷걸음친다. 쿵하고 뭐가 떨어지는 소리다. 환희는 냅다 달린다.
오늘도 혼자 먹는 점심. 입안에서 쓴 맛이 돈다. 반쯤 남은 급식을 쓰레기통에 털어버린다. 환희는 투명인간처럼 교실로 향한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와락 환희를 감싸 안는다. 정호다.
"어제 내 아지트 들어온 거 너 맞지? 넌 무단침입이다."
"나, 난 그, 그냥…"
"자식, 들어왔으면 신고를 해야지. 참, 책 먹는 여우? 이거 네 책이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데?"
정호의 손에서 힘 없이 흔들거리는 책. 도서관 바코트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오늘 반드시 찾아와야한다고 엄마한테 몇 번이나 잔소리를 들었던 그 책이 지금 정호의 손에서 떨고 있다.
'윽! 잘못 걸렸다. 하필 정호한테?'
환희는 빨개진 얼굴로 손톱만 물어뜯는다. 우물우물 말을 꺼내야 하는데 또 입 안에서 버퍼링이 일어난다.
"어제 왔던 그 곳에서 찾아가라. 알았지?"
정호는 환희의 등을 한번 툭 치면서 앞으로 달려간다. 소름이 쫙 돋는다.
"저, 정호야! 도, 돌려 주, 줘!"
환희는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정호를 부르지만 정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뒤다. 오후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른다. 슬쩍 곁눈질하니 정호가 없다. 느릿느릿 가방을 챙긴다. 멍한 상태에서 터덕터덕 걷다 고개를 든다. 어느 새 재활용창고 앞이다. 어제처럼 문은 한쪽으로 열려있다. 여전히 뿌연 먼지와 퀴퀴한 냄새가 쏟아진다.
'저기 있다는 거지. 책 먹는 여우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창고 끝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직사각형 모양의 매트리스가 보인다. 박스들과 스트로 폼들이 가로수처럼 길을 내준다. 원목과 매트리스사이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다.
'저, 정호? 언제 왔지?'
정호가 조그만 책상에 발을 얹어놓고 누워있다. 입에는 연필 같은 것을 물고 환희의 책을 읽고 있다.
"이제 왔니? '책 먹는 여우' 재밌지? 이곳도 책 먹는 여우의 감옥을 상상하면서 내가 만든 곳이다. 이름 하여 책 먹는 정호의 감옥!"
정호는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목수 아저씨처럼 연필을 귀에 걸고 환희를 향해 손짓 한다. 환희는 망설이다 안으로 들어간다.
'감옥? 헉! 여기도 일곱 개의 책꽂이가 있네.'
일곱 개의 책꽂이들이 높낮이를 이루고 있다. 작은 소품들과 책들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바닥에는 일인용 매트리스가 두 개 나란히 깔려있고, 그 위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낡은 담요가 있다. 손전등과 학습지에서 준 허름한 책상, 그리고 아이 때 쓰던 조그만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넌 내 감옥에 초대 된 첫 번째 죄수다. 자, 기념으로 이걸 먹어라."
정호는 책 먹는 여우의 책에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더니 환희에게 툭 건넨다. 정호의 거만하게 번뜩이는 눈빛과 하늘로 쭈뼛쭈뼛 올라간 머리카락들이 환희를 찌르는 것 같다.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다 읽고 나면 먹어버린다. 얼마나 기가 막힌 상상이니?"
환희의 당황한 표정을 읽었는지 정호는 책을 내려놓는다.
"후-유!"
"이제 막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했다. 나 혼자하기에는 좀 아까웠는데. 이리 와봐."
정호의 어깨가 움직일 때마다 든든한 근육이 꿈틀거린다.
"여우아저씨가 잡지 같은 걸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똥으로 그대로 나온다. 웃기지. 난 이 대목이 제일 웃겼다. 똥으로 나온 그 잡지조각들. 그러니 우리도 책을 한 번 먹어보자. 맛있겠지?"
환희는 아주 낮은 목소리를 천천히 목구멍으로 끌어올린다.
"그, 그게 아니잖아. 그, 그냥 채, 책을 마, 많이 이, 읽으라는… 채, 책을 머, 먹으라는 마, 말은 아, 아니잖아."
"자식! 이 책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책이 아니다. 자신의 책으로 소화시키라는 의미다. 그러니 소화를 시켜보자. 재밌겠지?"
언제든지 덤벼들 것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는 정호는 환희에게 덤벼들 듯 다가온다. 환희는 정호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책꽂이 쪽으로 돌린다. 정 중앙에 위치한 책꽂이 한 칸에 소금 한통과 후추가, 그 옆 칸에는 장난감 총과 연필, 노트, 포크, 나이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환희의 시선을 따라왔는지 정호가 일어난다.
"여우아저씨의 소품이다. 나도 책 먹는 정호니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털모자가 없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책을 네가 읽고 있다. 시간 날 때 나랑 또 놀아보자."
환희는 정호가 어깨를 툭 치면서 던진 말이 귓가를 맴돈다. 목구멍에 걸린 쓴 알약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분이다. 재활용창고에서 멀어졌을 때 환희는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꼭 감싸주는 느낌이다.
"정호, 너 왜 이런 곳에 자꾸 오는 거니? 응?"
"…"
"대답 안 할 거니? 아빠가 너한테 신경 좀 쓰라고 그러시는데.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정호는 허름한 재활용 창고만큼이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서 있다. 하얀 니트를 입은 아줌마는 정호엄마처럼 보인다. 환희는 재활용 창고로 향하는 발을 멈춘다. 얼른 노인정 입구로 숨는다. 정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서 있다. 환희는 고개 숙인 정호의 모습만 한참을 쳐다보다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환희는 가방에서 얼른 '책 먹는 여우'를 꺼낸다. 겉표지에 뿌연 먼지가 묻어있다. 손바닥으로 쓱 닦아본다. 여우가 입에 책을 물고, 소금을 뿌리고 있는 표지그림. 정호의 얼굴이, 행동이 생각난다. 문득 자신도 여우 아저씨처럼 턱받이를 두르고, 소금을 뿌려서 책을 먹어보고 싶다. 환희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며 그림을 읽기 시작한다. 여우아저씨의 소품을 눈여겨본다.
'책이 맛있다고?'
환희는 책을 덮는다. 그리고 의자를 돌려 방을 빙 둘러본다. 책들로 꽉꽉 채워진 책꽂이들이 벽에 붙어 환희를 쳐다보고 있다. 문을 제외한 모든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꽂이. 빛마저 차단시켜버린 그 책꽂이가 감옥이었다. 바다에 둘러싸여 절대 나갈 수 없는 환희의 감옥.
"맞다. 정호에게 털모자를 가져다 줘야겠다. 그래 통후추 가는 것도 줘야겠다."
환희는 방문을 열고 엄마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잘 안 쓰는 모자들이 화장대 맨 아래 칸에 들어있다. 검은 색 앙고라 모자가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얼른 주방으로 가서 과도가 있는 서랍장을 여니 통후추 가는 기계도 보인다. 환희는 재활용창고로 달려간다. 여전히 문은 반쯤 열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호는 없다. 제일 먼저 여우아저씨의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대, 중, 소별로 놓인 보석상자가 보인다.
'이런 곳에 웬 보석 상자지?'
보석 상자를 차례대로 열어본다. 큰 상자에는 정호 엄마와 찍은 사진들과 예쁜 엽서들, 중간 사이즈 상자에는 하모니카와 악기, 작은 상자에는 색종이로 접은 학이 수 백 마리가 있다. 세 개의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자장가처럼 부드럽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환희는 책꽂이들이 악기를 하나씩 들고 협연하는 꿈을 꾼다. 환희는 당연 지휘자다.
"환희! 왔니?"
화들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든다.
"놀라긴. 꿈꿨니? 어, 이건? 와우!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거였다. 검은 털모자, 우리 엄마가 겨울이면 늘 쓰고 다녔던 모자. 이 통후추 가는 기계는 우리 엄마한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정호는 아까 엄마 앞에 있었을 때와는 다른 얼굴이다. 모자와 후추 가는 기계를 손에 들고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얼굴이다.
"우리 엄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00아빠가 재혼하면서 엄마의 흔적을 모두 버렸다. 아빠가 엄마를 버린 거다. 엄마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기 위해 이사까지 했다. 00 그래서 난 엄마의 흔적을 이곳에 그대로 옮겨왔다."
울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빠가 버린 엄마의 흔적을 몇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찾아서 이곳에 옮겼다. 엄마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엄마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내가 이곳을 만들었다."
정호의 떨리는 음성에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용돌이가 올라오는 것 같다. 이제는 답을 해 줘야 될 것 같다.
"내게 이곳은 엄마다. 엄마는 책의 소리를 많이 들으면 그게 다 나만의 음악이 된다고 하셨다. 이곳에 있으면 엄마의 소리가 들린다."
"으응"
정호에게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답한다. 살며시 정호 어깨에 손을 올려본다. 정호는 토끼처럼 충혈 된 눈으로 환희를 바라본다. 쓱 눈가를 한 번 훔치더니 환희가 가져온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다.
"어때! 나 정말 책 먹는 여우같지? 손들어! 이건 장난이 아니다. 당장 책을 입에 물고 소금과 후추를 쳐서 먹어라! 허튼 짓을 하면 엉덩이를 물어 줄 테다."
이번에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여준다. 책꽂이에서 '책 먹는 여우'를 꺼내 입에 문다. 소금 한 줌 툭툭 후추 조금 톡톡.
"어떤가? 구수한 종이 냄새? 기분 좋지?"
"네, 백년은 더 살 것 같습니다."
정호는 깜짝 놀라 눈을 끔벅거린다. 환희도 놀란다.
"더듬거리지 않는다."
둘은 맞추기라도 하듯이 동시에 말한다.
"책 먹는 환희가 탄생했다. 환희! 환희! 환희!"
정호는 여우처럼 울부짖는다. 책꽂이안의 책들도 감옥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모두 뛰어나와 소리 지르는 것 같다. 책꽂이는 작은 오케스트라를 이루며 둘만의 감옥에 배경음악을 깔아준다. 환희와 정호는 소금과 후추를 하나씩 들고 책꽂이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서 책 먹는 시늉을 한다. 마치 책 먹는 여우처럼.
◇심사평
의인화 줄고 현실 반영 강세
'책꽃이…' 읽히는 힘 확보
윤삼현(아동문학가)
선자의 손에 쥐어진 작품은 73편이다. 최근 동화가 보여주는 경향이 두루 나타났다. 농촌의 현실, 역사적 상처와 그 치유, 장애아나 결손아 이야기가 꽤 많았다. 사업실패로 가난과 싸우는 이야기, 다문화가정, 자녀학대 등 소재의 폭이 다양해졌고 경쟁에 내몰려 지쳐가는 어린이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흔하던 의인화 동화가 줄고 현실을 반영한 사실동화가 강세다.
기존 작품들을 흉내내거나 참신성이 떨어진 작품이 일차 탈락되었다. 호흡이 쳐지거나 구성의 헛점, 밋밋한 전개, 성인 언어 노출이 드러난 작품도 밀려났다.
'할아버지 어디로 갔을까'는 가출한 치매할아버지를 통해 노인문제를 부각시켰다. 군데군데 부자연스런 표현이 눈에 띄었다.
'비비꽃 홀씨 되어'는 부재하는 아빠를 그리는 애틋함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제한된 공간과 상투적 결말이 아쉽다.
'지독한 수다쟁이'는 구수한 입담으로 특별한 거위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갔다. 성인적 호흡이 거슬렸다.
'그 아이'는 자녀학대라는 사회이슈를 다루었다. 참신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였다.
'잃어버린 기억'은 구성, 문체가 돋보였으나 소설적이어서 일차 독자의 접근성이 문제다.
'말하는 코끼리'는 소재는 시선을 끄는데 여러 설명적 서술이 흠이다.
'진짜 자매처럼 친해질 수 있을까'는 다문화가정에 초점을 맞췄다. 동화적 환상과 접합했더러라면 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호주머니 속 도마뱀'은 재미난 소재다. 문학적 언어의 맛을 낸다면 감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두 작품이 남아 우열을 가리게 되었다.
'괴물 퇴치법'은 극성부리기 일쑤고 달달 볶는 어머니상을 그린 작품이다. 괴물로 인식되는 오늘날 어머니의 모습을 빗대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만 토끼로 변신시키는 주문 장치가 새롭지 못하여 아쉽게 밀려났다.
'책꽃이 오케스크라'는 꿈을 잃고 꽉 막힌 벽면이 에워싼 감옥에서 생활하는 오늘날 어린이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다루었다. 답답한 공간에서 언어장애까지 겪어야 하는 주인공과 상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또 다른 주인공이 만나 공동의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다.
주제도 든든하고 읽히는 힘을 확보하고 있다.
당선을 축하하고 모든 응모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당선소감
항상 옳다고 믿는 어린 친구
모든 어린이 사랑 동화 보답
김현정
▲광주 출생
▲전남대 법과대학원 석사
여기 어린 눈이 있어 나를 지켜본다.
밤이나 낮이나 나를 보고 있다.
여기 어린 귀가 있어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을 남김 없이 듣고 있다.
여기 어린 손이 있어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따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여기 나처럼 될 날을 꿈꾸는 어린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어린 친구의 우상이며
그에게 있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의 어린 마음은 나에 대한 어떤 의심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는 무조건 나를 믿으며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는 나처럼 어른이 됐을 때 내가 하던 방식 그대로 말하고 행할 것이다.
여기 내가 항상 옳다고 믿는 커다란 눈의 어린 친구가 있다.
그의 눈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는 밤이나 낮이나 나를 지켜본다.
나는 날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 속에서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어서 어른이 되어 나처럼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어린 친구에게 감사한다.
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해주신 심사위원님과 문학으로 하나가 되어 늘 독려해주신 안점옥 선생님 외 동화스터디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 전합니다. 이제는 내 안의 어린 친구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선물하는 동화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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