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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어거스틴 참회록117] 정원에서

영성묵상훈련 어거스틴............... 조회 수 2965 추천 수 0 2010.02.16 21:58:13
.........
출처 :  
제8 권 생의 전환 - 8. 정원에서

나는 내밀한 방인 내 마음속에서자신이 영혼을 상대로 벌인 난투극이 한창일 때
얼굴과 정신이 일그러진 채 알리피우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생긴 일이 무엇인가?
자네도 들었지? 도대체 이게 뭔가?
무식한 자들이 불쑥 일어나 하늘나라를 차지했는데
배웠다는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혈육속에 딩굴고 있으니,
앞서 간 자들의 뒤를 따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서는 안돼.
그 뒤라도 따라가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말을 하고는 흥분해서 그에게서 나 자신을 빼냈습니다.
그는 놀란채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물론 내 말투가 평소와는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하는 말보다는 내 이마와 볼과 눈이 내 마음을 더 잘 나타내 주었던 것입니다.

우리들 숙소에는 자그만한 정원이 하나 있었는데
집주인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내 집같이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음의 동요를 참지 못해 그곳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도 그 백열전을 방해할 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는 당신만이 알고 계실 뿐 나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처럼 광란 상태에 빠진 것은 사실은 구원받기 위한 것이었고
죽을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살기 위한 것이 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악한으로만 생각하고
얼마 후에 얼마나 착한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몰랐습니다.

나는 정원으로 갔습니다.
알리피우스가 내 뒤를 따라왔습니다.
그가 곁에 있다고 해서 내 괴로움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토록 괴로워하는 나를 어떻게 혼자 버려둘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되도록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속이 떨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것은 내가 당신의 마음에 들거나 당신과 화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내 모든 뼈가 몹시 열망하고  찬양하던 발걸음이었습니다.
하늘까지의 거리는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곳에서
집까지 가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오래 걸어갈 필요도, 배나 수레를 탈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직 가고지 하는 욕망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반쯤 상한 의지로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욕망이 아니라
굳세고 온전한 욕망이 필요합니다.

결국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고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손발이 없거나 사슬에 묶였거나, 또는 묶이지 않았다 해도
마음만 있을뿐 힘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머리털을 움켜쥔다든가 이마를 친다든가 무릎을 끌어안고 손가락을 꼬곤 했지만
사실 나는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것입니다.
이 경우 사지가 움직여 주지 않았다면 마음만 있을 뿐 실행할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나는 의욕과 능력이 상반되는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한편 나는 내 마음에 꼭 맞는 것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었던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설령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여기에 의지와 능력이 일치하고 의욕 그 자체는 이미 행위가 되지만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영혼이 자신의 위대한 의지를 그 의지 안에서만이라도 관철시키기 위하여
자기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보다는 육체가 영혼의 미세한 의지에
더 쉽게 복종하고 눈짓만 해도 온 몸을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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