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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권사(탤런트, 남대문교회)
구제 앞장서는 것은 크리스천의 당연한 몫 내전과 기근으로 4초마다 1명씩 죽어간다는 지구상의 어린이들. 매일 3만 5000명의 아이들이 굶어죽거나 총알받이로 죽어간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보다 못한 탤런트 김혜자 권사가 ‘이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호소를 담아 지난 3월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10여 년 동안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인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북한 등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을 묶어 생전 처음 썼다는 이 책이 서점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가 본 것의 3분의 1도 다 말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마다 내가 만난 아이들과 여성들이 ‘왜 그것밖에 얘기를 안했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아 3년 전부터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이전에 한 번도 책을 써 본적이 없어 몇 번이나 덮을 생각도 했어요”
펜을 든지 14개월만에 책이 출간되자 주변의 반응은 금새 뜨거웠다. 탤런트 고두심 씨는 “언니는 정말 큰일을 했어요”라고 말하며 책 50권을 사 주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김영애 씨 역시 “큰일 했다”는 격려전화와 함께 10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었다. 한 독자는 전화를 걸어 “김혜자 씨가 10년 넘게 울면서 다녔던 것을 생각하니 미안하다”며 “책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알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고, 부산으로 사인회를 갔을 때는 한 노점상인이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단다.
“나를 유명한 배우로 만들어주신 것이 이 일을 하게 하시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어요. 10여 년 전 월드비전의 제안이 없었다면 저는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우연처럼 시작된 일이지만 분명 하나님의 계획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일이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깨달은 건 세 번째 방문지였던 르완다에서였다.
“처음 에티오피아를 갈 때만 해도 저는 영화 속에 나오는 밀림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뛰어 노는 아프리카를 연상했죠. 그러나 현지 사정은 정반대였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원이면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그 100원이 없어 사람이 죽어간다는 사실에 김혜자 권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말이죠” 에티오피아의 참혹한 현실 앞에 그녀는 “여기는 지옥이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너무하다”며 내내 울기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나님도 슬퍼하시고 눈물을 흘리시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이 모든 게 인간이 저지른 결과이지, 분명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이 곳에 보내주시고, 대신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라고 이렇게 다니게 하신 것 같아요” 모태신앙인인 자신에게 삶의 목적을 깨우치게 하시기 위해 이런 고통을 보여주신 거라고 김혜자 권사는 설명을 했다.
오랫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을 때 미국에 있는 딸아이의 기도 응답으로 하루 아침에 담배를 끊게 된 것을 보고 ‘하나님은 하시려면 못하실 일이 없는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 그 이후 고통받는 지역에 와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크리스천임을 알았을 때,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보내주시는 하나님이야말로 진정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연기와 구제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달려온 김혜자 권사. 그녀가 바라는 건 딱 한가지 뿐이다. 더 이상 전쟁과 기근으로 아이들과 여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시에라리온을 방문한 그녀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들을 목격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 동안 계속된 시에라리온의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피해였다. 부정부패한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분쟁은 해가 거듭될수록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변질되면서 정부군과 반군 조직들에 의해 끔찍한 인권 유린과 학살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반란군들, 심지어는 유엔에서 파견된 국제평화유지군에 의해서도 여성들에 대한 강간과 성폭력 등의 범죄가 발생했고, 수 만명의 여성들과 아이들이 고통을 받았다. 시에라리온 반군 소년병들은 임산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잔지 여잔지 내기를 한 뒤 여자의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기도 했다.
반군에 붙잡힌 사람들에게는 ‘어느 쪽 손을 잘라줄까’ 물어서 아무 대답도 안하면 두 손목을 다 잘랐고, 그걸 보고 무서워서 한 쪽을 가리킨 사람은 그쪽만 자르기도 했다. 김혜자 권사가 만난 사람 중 한 여성은 손목이 다 잘리지 않고 끝이 붙어 있어서 사흘 동안 그 손목을 달고 도망다니다 날카로운 돌에 갈아서 손을 떨어뜨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상처투성이고, 아픔뿐인 시에라리온을 위해 그녀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일은 ‘마담 킴스 프로젝트’였다. 이는 내전으로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은 가정을 골라 그들에게 식량과 기술 훈련을 제공하고, 장사를 할 수 있는 착수금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슬플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죠. 어떤 사람은 평생가도 그 길이 좁혀지지 않고, 또 어떤 사람은 중간에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도저히 건너갈 수 없다고 하는데, 크리스천은 머리와 가슴이 항상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나눠주고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크리스천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만이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 50명의 아이들을 지원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김 권사. 그녀는 늘 사람들에게 ‘사랑만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희망이 언제나 어려움을 극복해준다고 그녀는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언제나 나눔이며, 사랑이 그 어떤 전쟁과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셨다는 사실도 강하게 믿고 있다.
“누가 알아요? 예수님이 아주 허름한 모습으로 혹은 배고픈 아이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그리고 안아달라고 하실지?” 이러한 믿음 때문에 그녀는 평생토록 이들을 돕고 싶은 거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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