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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용서해주세요"
어느 일본 목사님이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하였습니다. 통역을 내세워서 강연을 다 마친 후에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형님, 누님들! 우리 일본을… 용서해주세요…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나라에게 너무 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세계 2위권으로 성장을 하였지만… 일…본의… 영적상태는… 황무지같습니다… 이제 일본을 용서…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용서해주셔야… 일본사람들…이… 영적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형, 누나들… 제발… 일본을 용서해… 주세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전율하였습니다. 일본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일본과 일본인의 영적 상태는 말도 못하게 황폐합니다. 한국의 복음화가 1/4에 이르고, 중국도 복음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일본은 0.1%에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한국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은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와 한국의 그리스도인이 일본을 용서하면 일본은 영적으로 회생할 수가 있고, 희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용서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북한을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한쪽 동포들이 살고 있는 북한…. 왜 북한은 인류 역사에 없는 어둠의 그늘이 이토록 짙고 오래도록 드리운 것일까요? 물론 그들의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잘못된 이념 탓일 수 있습니다. 지도자 탓도 있을 것입니다. 지도자의 오만과 고집과 욕심이 나라와 백성을 불행하게 하였을 수 있습니다. 백성들의 맹종과 무지한 탓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것도 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용서하지 못한 때문은 아닐까요? 용서하지 못한 우리 때문에 북한과 그 땅의 백성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난 10년, '고난의 행군기'에 300만 명이 굶어 죽어갔다고 합니다. 나라는 안팎으로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서 핵무기가 아니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근래에 있던 '천암함 사건'은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꽃다운 청춘들이 수장되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슬픈 일 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하여 극심한 증오를 부추키는 세력이 있습니다. 대결과 싸움을 조장하는 생각과 발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조건 덮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없었던 일처럼 지나가자는 말도 아닙니다. 아직은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데 심증과 감정으로 증오를 부채질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위입니다.
북한이 오늘 같은 사면초가의 함정에 빠져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 독재에 의한 오랜 시달림, 경제적 고통, 영적 짓눌림, 정의의 메마름, 자유의 박탈, 인간 생존의 심각한 우려가 저 땅에 여전히 스며있는 까닭이 혹시라도 남한의 교회들이 북에 대하여 갖는 증오(목사님들 가운데는 증오심을 부추기는 설교를 공공연히 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용서에 대한 주님의 명령에 불순종('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큰 용서를 받은 하늘의 백성들입니다(마태복음 18:27). 그런데 작은 용서하는 일에 실패하므로(마태복음 18:28) 스스로 하늘의 백성다움을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진정성을 테스트하는 아주 좋은 리트머스시험지입니다. 북한의 정권이 바뀌거나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그 땅에 희망이 싹트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을 용서하면 저 깊은 어둠이 물러가고, 마침내 그 땅에 희망이 생길 것입니다. 용서란 복수의 권리를 하나님께 맡긴다는 신앙 행위입니다. 하나님께 맡깁시다. 그리고 우리는 용서합시다. 그것이 희망을 가져옵니다.
오늘 아침, 우리는 언덕 형제를 평양에 보냈습니다. 그는 다시 일고 있는 증오와 보복의 어수선한 정국을 걱정하면서 남한 그리스도인들의 용서를 촉구하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10.4.28 언덕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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