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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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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환경 그리고 창조
조 용 훈 (한남대 기독교학과 교수)
지구환경위기를 둘러싼 논의에서 자연, 환경, 생태학, 창조질서 등의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이 모두가 비슷한 내용들인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이 단어들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인식과 이해를 갖추어야 하겠다.
우선 '자연'이란 개념을 살펴보자. 자연은 생물학적 의미와 형이상학적 의미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생물학적 의미에서 자연은 동식물의 생물과 산과 바다, 광물자원같은 무생물 전체를 의미한다. 한편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자연은 인공적인 것과 구별되는 본래적인 것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소여성(所與性, 부여된 바)이다. 여기서 자연은 법, 역사, 문화, 이성 등의 반대개념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나 '도란 자연을 본받는 것(道法自然)'이란 표현에서 보듯이 윤리적 규범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한편 '환경'이란 단어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자연환경은 물론 사회적 환경, 문화적 환경 등도 포함된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보면 환경이란 말은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자연을 인간의 주변세계화하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가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한자어로 環境은 '고리', '원', '두른다'는 뜻의 環과 '지경' 혹은 '경계'를 뜻하는 境이 어우러진 말이다. 인간을 둘러싸는 것, 인간의 주변이라는 의미로써 다분히 인간중심주의적 자연파악임을 알 수 있다. '환경보호', '환경보전'이란 구호 속에서 다분히 그같은 인간중심주의적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의 사상가들 가운데에는 '환경'
(Um-welt)이라는 말 대신에 '공동세계'(Mit-welt)라는 말을 제안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생태학이란 본래 생물학의 한 분야로서 생물체 혹은 생물군과 자연환경 사이의 상호의존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개념이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을 상호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생태계', '생태학'이란 말은 인간과 자연을 공존공생의 관계로 파악하는 전일적(holistic) 자연관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개념은 자연을 기계역학적 구조, 즉 죽어 있는 물질로서 파악했던 근세의 자연과학적 자연관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기독교회나 신은 자연이나 환경이라는 개념 대신에 '창조질서'란 개념을 사용한다. 창조란 자연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신학의 출발점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고백에서 출발한다. 성서가 말하는 창조 이야기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해명에 관심하기 보다는 인간과 우주 전체에 대한 근원적 언급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은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창조신앙은 자연으로부터의 인간해방과 동시에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창조신앙을 통통해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자연은 더 이상 신이 아니며, 인간이 숭배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마음대로 착취하거나 억압해도 되는 대상이나 물건도 아니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만 자연을 돌보고 가꾸어야 할 청지기적 사명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오늘 우리시대의 사회문제 중 가장 크고 근본되는 지구환경위기 문제는 바로 자연에 대한 올바른 개념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인간중심주의적 자연이해나 자연중심주의적 자연이해를 극복해야 하겠다.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윤리적 신앙적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독교적 자연이해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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