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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이인묵 기자의 블로그 글, 애플 iPhone 4가 던진 진정한 화두는 "가격" 이란 글은 매우 뛰어난 분석이 숨어 있는 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시장에서 고객과 경쟁사들을 요리하는지를 드러내는 좋은 사례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 전 부터 생각해 왔던 스티브의 전략, 즉 스티브가 정말로 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각 맞추기를 할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이 글을 써 봅니다.
스티브는 기본적으로 독재자입니다. 일반인과 다른 성적 취향, 세계관, 심미안을 키워온 사실은 그에 관한 수 많은 책들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시각에서는 그는 매우 계산적이고 합리적이며, 군대의 장군과 같은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으로 판단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그의 철전지 원수였던 빌 게이츠에 비교해 보면 금방 드러납니다. 더 가격 정책에서 계산적이고, 애플 제품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더 합리적인 생산 원칙을 고수 했으며, 제품 발표와 기술 서비스에서 더 엄격하고 정확한 정책을 고수해온 그는 분명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직도 따라 하지 못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박리다매로 시장을 얻었지만 바로 그 부분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지 못하는 모습을 상기하면 됩니다. 실제로 비스타, 윈도우즈 7은 모두 애플 OS X를 베끼다시피 했지만 아직도 그와 같은 성능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실제로 빌은 이미 은퇴했지만 스티브는 아마 죽을 때 까지 자신의 권력을 내 놓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는 히틀러보다 더 자신의 전장(시장)에 대한 영향력에 집착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거의 편집광적인 계산과 계획뿐 아니라, 그런 엄청난 노력으로 한 준비를 한 순간에 찢어 버리는 과단성을 갖춘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무식한 (또는 무시무시한) 배포(배짱=배 째라 정신)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그는 좋은 배경과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가난하고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고생 고생해서 대학가고 그것도 중간에 때려 치고 마약에 탐닉하며 즐기던 히피 라이프 스타일을 힌두교에 도움으로 겨우 빠져 나온 사람입니다. 더구나 애플을 창업하면서 휴렛-패커드 연구소에 쳐들어가 그 연구소 브레인들이 창작한 아이디어를 로열티 한 푼 내지 않고 베껴 자신들 제품에 탑재하는 해적질을 즐긴 인물입니다. 결국 그는 그의 지위를 얻은 사람이 아닌 싸워 뜯어 먹은 사람입니다. 철저히 그 자신의 직업을 약육강식, 적자생존 환경에서 만들고, 잃고, 되찾은 사람입니다. 빌 게이츠에게 잠시 머릴 굽히는 수모를 당했으면서도 그는 아직 현업에서 시퍼런 칼을 들고 설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몇 억불이 오락가락합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란 매우 평이한 진리를 그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실천하는 이 사람은 사실... 일반 소비자를 우습게 압니다. 멍청한 대중은 뛰어난 비전을 보고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그의 애플이 발표한 제품 기저에 깔린 생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니 지구상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이 점에 쓰디쓴 공감을 보탭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지구상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를 곡해 또는 오해 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혁명을 자기 손으로 성공시키는 인생을 살아온 독재자입니다. 다행히 그 독재자가 만든 결과물이 다른 조그만 독재자들에 의해 좌우지당지되는 일반 IT 사용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이 맘 편합니다. 철저하게 코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이론을 추종하는 제품 설계와 시장 설정을 통해, IT의 진정한 의미를 IT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각인 시켰고 그 유산은 고스란히 그걸 베껴먹는 생산자, 업자들에게 돌아가게 한 점은 누구라도 긍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빌 게이츠입니다.
IT는 보통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로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해는 일반인들이나 기자들에게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 10년 이상 된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해합니다. (못하면 이 기회에 다시 아시면 됩니다.) "Interface Technology".
Information 즉 정보란 지식(Knowledge)이 될 수도, 지능(Intelligence)이 될 수도, 컨텐츠(Art)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모두 인문학 영역에 속하는 무형의 가치(Intangible Value)들입니다. 이런 내용(Context)들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전달, 유통, 향유 할 것인가란 문제는 전적으로 기술자들이 할 영역입니다. 숫자와 공식과 알고리즘이 얽히고 설킨 복잡 다난한 과정을 거쳐 가장 싸고 효율적인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 이것이 즉 IT의 본질입니다. 이 과정을 우리 업계에서는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합니다. 단순히 전기가 흐르는 컨덴서 구멍을 2개로 할 것인지(한국, 일본) 3개로 할 것인지(영국, 호주)에서 부터, TV 전파 전송 방식을 NTSC로 할 것인지(미국, 일본, 한국) PAL 방식으로 할 것인지 (영국, 호주) 까지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모든 기술적 선택의 맨 밑바닥에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선택이 뒤따릅니다. TV 리모콘에 있는 버튼을 모두 다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여성 인구가 많지 않듯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또는 숨어 있는 기능들 대부분을 사용할 줄 아는 남자들도 많지 않습니다.
애플 컴퓨터는 1984년 매킨토쉬란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바로 이 점에서 부터 혁명(혁신이 아닙니다.)을 일으켜 왔습니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정확하게는 랩탑 컴퓨터. 무릅위에 올려 놀 수 있기에)를 출시하면서 마우스대신 그걸 뒤집어 놓은 트랙볼을 도입하는 인터페이스의 2중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무미건조한 흰색 쇳 조가리에 숨어 있는 회로 기판과 배선을 주방용품 디자이너를 통해 보이게 하는 iMac이란 새로운 혁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제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가 어떻게 작동하고, CPU가 뭐고, 메인보드란게 먼지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계기가 이루어 졌습니다.
사실 인터페이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발전해온 정보학(Informationology, Communicationology) 분야에서 매우 핵심적인 분야입니다. 어떤 미디어를 통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향유할 것인가? 즉, 어떤 영사방식으로 어떤 방식의 2차원 영상이 담긴 필름을 어떤 조도(빛의 세기)를 갖춘 공간에서 어떻게 영화로 볼 것인가란 문제와 같습니다.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서적, 음악, 그림, 영상 심지어 자동차 까지 실제 제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고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지하는 부분이 바로 이 인터페이스 부분입니다. 스티브는 실제로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불법 복제 문제로 그 말 많던 mp3 음악을 애플 스토어란 인터페이스 공간으로 재 창조한 사람입니다. 매우 독재적으로.
그의 이런 태도와 시각을 조금 아니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애플이 아이폰 출시 후 2년 만에 다른 경쟁사들 보다 2배 이상 적게 팔았어도 2배 이상의 순익을 만든 수치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스티브가 제품 발표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바로 이 애플 신제품의 인터페이스 부분입니다. 아예 처음 부터 끝까지 이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침이 마르게 자신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틀어 댑니다. 심지어 마지막의 가격 조차도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이해되도록 납득시켜버리는 화술을 펼칩니다. 마지막으로 "There's one more thing I want to talk about...(한 가지 더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이란 말로 차기 인터페이스에 대해 잠재 구매자들의 눈이 다른데 가지 못하도록 붙잡습니다.
그의 대중적 접촉 자체까지 철저히 '설계된' 인터페이스이기도 합니다. 그걸 빌 게이츠는 열쉬미 따라 했고 그 나름대로 성공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빌 게이츠는 문서양식 따라 하는 경우 좋은 사례일 뿐입니다. 상대방을 감동(또는 현혹)시키는데 그 부족한 2%는 스티브의 프레젠테이션을 이해하면 충족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영화 iRobot을 본 분들이라면 쉽게 예측하겠지만 앞으로 시장에 나올 가정용 안드로이드 로봇의 많은 핵심 개념들은 이미 이 영화에 나타나 있습니다. 컴퓨터 속이 보이는 iMac을 이름까지 베껴 안드로이드 로봇에 적용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람 자체의 인격(Personality)과 인성(Humanity)가 어떻게 하나의 제품으로 재창조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우리가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고 봅니다. (사실 이 점에서 더 좋은 영화는 Bicentennial Man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추구하는 시장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엄청난 투자와 인력을 키워온 영역입니다. 그런 세월 속에 축적된 비전과 인력은 삼성 정도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실제 그들이 만들어왔고 만들어갈 그들 방식의 기술에서의 인터페이스는 앞으로 스티브가 죽은 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영화를 단순한 애들 만화영화로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을 수록,
건담 시리즈의 변신 로봇을 공상과학 만화 정도로만 이해하는 제조업체 사장들이 많을 수록,
아이폰을 선거를 위한 트위터 활용 정도에 쓰는 정치인이 많을 수록,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일본인과 미국인이 결정해 만든 인터페이스가 들어간 생산 설비를 사서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비싼 로열티를 내든지.
스티브는 살아서 IT업계의 계속 독재자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에는 IT 혁명가로 기록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노리는 꼼수입니다. 아직 그를 뛰어 넘을 만한 인터페이스는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시장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더 강합니다.
말을 깨우친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지 마십시오. 대신 그림이나 실물을 쥐어 주고 내버려 두십시오.
글을 깨우친 아이들에겐 책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대신 박물관과 미술관, 자연 속에 던져 넣으십시오.
그들은 어른이 원치 않아도 그들이 이해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실험하고 창조할 것입니다.
그들의 미래는 그들을 낳은 어른이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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