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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심방

유관지 목사............... 조회 수 2781 추천 수 0 2010.07.27 08:49:21
.........

올 겨울, 신년축복심방 때의 일이다.
심방을 하다 보면 앞에서부터 자꾸 늦어지는 일이 많다. 그럴 경우 성도들은 대부분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 그런데 H집사님의 경우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분은 철야로 영업하는 음식점의 주방장으로 일하는데 오후 세 시가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앞의 심방을 서둘러 진행했으나 집사님 집 부근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오후 세 시, 집사님은 골목 입구에 나와 있었는데 그의 집은 여기에 차를 세워 두고 한참 걸어 올라가야 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혜를 내서 차 안에서 심방예배를 드렸다.
이어 시장 안에 있는 Y권사님 심방. 전에는 이 일대가 노점이었으나 얼마 전에 간이 건물이 세워져 찬바람을 막아 주고 있었다.
떡볶이집, 반찬가게, 잡화 이런 것들이 늘어선 가운데 팔순의 권사님은 찹쌀, 깨 이런 것들을 팔고 있었다. 짧은 겨울 해가 저무는 시간이어서 간이 점포들에는 전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옆의 가게에서 의자들을 빌려 와서 둘러앉아 찬송을 부르는데 옆의 떡볶이집 아주머니가 전기난로를 가지고 와서 콘센트에 연결하며 하는 말이 “따뜻해야지 은혜도 많은 법이에요!” 분명히 교회에 나가는 분 같았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고맙다고 했더니 그분이 하는 말, “목사님 여기까지 심방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가게에 심방 온 것도 아닌데 고맙단다.
한 군데 더 들렀다가 다시 권사님 가게 앞을 지나는데 가게를 닫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권사님, 댁에까지 모셔다 드릴테니 빨리 문닫고 나오세요!” 했더니 옆 가게 아저씨가 “할머니, 문은 저희가 닫아 드릴테니 어서 가세요!” 한다.
좁은 승용차에 목사 내외, 심방전도사, 지역장, 속장, Y권사님 내외, 일곱 명이 탔다. 교통경찰관이 단속을 하면 기껍게 스티커를 받으리라고 마음먹었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몸은 지쳐도 마음은 훈훈해지는 법인데 그날은 유난히 그랬다.
/유관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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