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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람사랑] 5
"오늘 기분 좋은 일 여섯가지"
"30장 짜리 레포트가 있는데 오늘은 학교 도서관에 가서 써야겠어." 무심코 꺼낸 나의 말에 아내는 후다닥 일어나더니
"그럼,배를 든든히 해야 공부 잘하지" 하며 호박죽에다 계란을부쳐오고 과일을 깎아오고 부산을 떠는데...차마,집에서 그냥 쓰겠단 말 못하고 나왔다니깐요.그래도 기분은 산삼..
두번째,학교 가는 과천선 전철안.대부분 앉아 있고 서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습니다. 구석에 서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딸에게 산수를 가르쳐 주고 있었어요.
"1+1 은?"
"2"
"맞았어요.잘한다 내 뜨알~ 요번엔 그러엄~ 7+4 는?"
한참후
"11"
"맞았어 그런데 너 손가락으로 세고 하는건 아니지?"
"아야 엄마! 내가 그것도 모를줄 알아?"
킥! 그런데 요 꼬마녀석은 분명히 뒤돌아서서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으로 세는걸 제가 보았습니다.흐흐
"그럼 1000 +1000 은 얼마야?"
"응?...그건 너무 어려워 몰라 헤헤..."
"그래? 그럼 1000원+1000원은 얼마야?"
"2000원!"
하하하하하하...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 다 웃었어요.천진 난 만한어린이가 주는 깨끗한 무공해 웃음!
세번째,도서관 열람실에 빈자리가 있어서 앉아 공부할 준비를하는데 뒷자리에 김양호 전도사님이 앉아서 공부를...그래서 같은 장성 사람이라고 반가와 가서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 반가운체를 하는데,아뿔싸!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무안해 하는 나에게 그분은 괜찮다고 윙크 살짝!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는 전설.
기분좋은일 그 네번째. 총학에서 주최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하는 학교 운동장에서 부침게를 한봉다리 사 책사이에 끼워가지고 올라온 박승집 전도사님이 강의실 뒷좌석에서 나눠먹자고 부르심. 비록 눌려서 납짝떡이된 부침게 였지만 암튼 기분좋은 일.
다섯번째.학보 원고마감일인 오늘은 화요일.그런데 계획됐던 원고를 편집부원들이 모두 빵꾸를 냈으니...뾰꿀뾰굴..머리 뚜껑 덜컹 열려 김이 모락모락 날려는 순간. 특별히 면류관에 집착이 강한 (왜냐하면 대머리기 때문에)과대표 전도사님이 어디선가 쨘! 나타나 다 그런거지뭐! 언제는 안그랬나? 하시면서 커피 한잔뽑아..(돈을 넣었는데 커피는 안나옴)그래서 기분이 풀렸습니다.
(편집부원들이 편집장 말을 넘 안들어 ...하극상이야 이건..)
마지막 한가지 오늘 기분 좋았던일.집에 오는데 골목에서 어떤 사람이 "오늘 몇요일이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몇요일?
무슨요일 이라는 말은 들어 봤는데 몇요일은 또 뭐야? 오늘이 몇요일 이지? 다섯요일 인가..여섯요일 인가 ? 화몇요일.
오늘이 화몇요일 인것 같은데..여러분 맞아요?
생소한 말 한마디가 오늘 끝까지 나를 즐겁고 기분좋게 했습니 다. 후훗! 1994.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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