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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속이야기 ] 쌀벌레랑 아빠랑 쥐랑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382 추천 수 0 2001.12.30 13:37:19
.........
자궁속이야기   1995.8.14 월

              >> 6 <<

지난 가을 천안의 외할아버지가 손수 무공해 농사를 지어 가져다준
쌀자루 안이 온통 벌레들의 대공원이 되었습니다.
옥상의 창고에 넣어놓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다 먹는데 오늘은 엄마랑
쌀자루를 열어보곤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어요.(저도 얼마나 무서웠
는지 제 작은 심장이 콩콩 뛰는것좀 보세요.)
낮에 아빠는 옥상에 자리를 깔고 쌀을 꺼내와서 자리에 붓자
재밋게 놀고있던 쌀벌레들이 깜짝 놀라 정신없이 도망을 쳤습니다.
엄마도 징그럽다고 저만큼 도망을 쳤는데 아빠는 손가락으로 벌레들을
재빨리 체포해서 수갑을 채워 쌀뜨는 그릇에 담는것이었어요.
" 이리 와 봐요. 안 무는데..."
그제서야 엄마는 힘쎈 아빠 옆에 슬그머니 다가와 쪼그리고 앉아
벌레를 톡톡 건드려 보더니 이길수 있다 싶으셨는지 막 잡아 그릇에
담았어요. 아빠보다도 더 많이 잡으셨습니다.
두 부부가 옥상에 쭈그리고 앉아서 다정하게 벌레를 잡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재밋기도 하고... 조금 후에 할머니가 급하게 올라오셔서
쌀을 햇볕에 말리면 못먹게 된다고 야단을 치시자 황급히 다시 자루에
쓸어 담았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아빠는 고깟놈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느냐며 자비를 베푸셔 서 지금 우리집은  쌀벌레랑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같이 잘 살고 있습니다.
옆집이 이사간 후 집이 비자 그곳에 살던 생쥐들이 우리집으로 왔
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부엌 구석에서 꼬리만 내밀고 있기도 하고
머리만 쏙 내밀고 있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쫏겨나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발자국을 찍어놓아 엄마를 괴롭히더니 드디어 화가난 아빠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멀리 멀리 가지고 가서 떼놓고 오셨데요..
  아빠는 말썽만 안 피우면 누가 뭐라나...하셨습니다. 에이 참!
그래도 쥐는 싫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집엔 함께사는 가족들이 참 많네요.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자궁속에서   최좋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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