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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524】추석기념 대 사면
대전에 사시는 목사님이 집에서 메추리 세 마리를 키웠는데 아침마다 얼마나 시끄럽게 우는지 이웃집에 민폐가 되는 것 같다며 우리집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와서 지난 여름 내내 하루에 세 개씩 꼬박꼬박 알을 낳아 즐거움을 더해주던 메추리를 추석을 맞이하여 대 사면을 했습니다.
어느 날 보니 메추리의 머리가 다 까져서 대머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점점 크면서 야생성이 살아나는지 자꾸 날아오르려고 하다가 천정에 머리를 부딛쳐서 그렇게 까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조금 힘이 쎈 녀석이 왜 그렇게 다른 메추리를 못살게 구는지 따로 격리시켜 놓기도 했습니다.
왜 그런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메추라기는 닭목 꿩과의 한 종으로 흔히 메추리라고도 하고 겨울철새이다... 겨울이 되면 이동하려는 습성을 보인다고 나와 있어서 아쉽지만 겨울이 되기 전에 요놈들을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마침 추석에 며칠 집을 비우면 밥을 줄 사람도 없고 해서 추석 기념 대사면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메추리를 상자에 담아 가지고 산에 올라가 놓아주니 한 녀석은 순식간에 숲속으로 달아나버리고, 한 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아마도 하늘을 처음 보아서 신기한가 봅니다. 나머지 한 마리도 어리둥절하더니 금방 분위기를 파악하고 종종걸음을 칩니다. 어쨌든 가서 잘 살아라. 나중에 시간 나면 친정 집에 놀러도 오고... 안녕
맨날 밥 주고 똥 치워주고 가끔 메추리를 꺼내놓고 메추리와 놀던 아내가 가장 아쉬워합니다. "이래서 내가 동물을 좋아 하지만 안 키우려고 하는거야. 키울 때는 너무 좋은데... 헤어질 때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쟎아. 잉" ⓒ최용우 20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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