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달팽이] 추석단상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080 추천 수 0 2002.01.11 15:24:52
.........
@달팽이/039/추석 단상  1998/

1
어느 산 언덕에 하얀 눈이 내린 듯 덮인 쑥부쟁이의 군무.
차에서 내려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고 싶은 충동.
(그러나 차의 운전대는 동생이 잡고 있다.)

2
늦은밤 소울음 소리.
아직 소를 모르는 좋은이
"아빠, 무슨 소리예요? 호랑이 소리야?"
모르면 아는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무지함이라니...

3
쭈그렁 대추
지난 여름 장마의 숨은 피해자

4
깔끔한 아파트엔 날아다니는 파리가 없는 대신에 구석구석 바퀴벌레가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닌다.
파리를 본 기억이 없는 좋은이
"할머니, 바퀴가 막 날아다녀요."

5
좋은이 할머니의 집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전형적인 70년대 촌집이다.
시커먼 부엌하며, 밀려난 흙벽, 들고날 때마다 머리에 부딧치는 선반,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살림살이들...
참으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그렇지만 콘크리이트냄새 풀풀 나는 매끄러운 아파트보다 마음이 편한 건 왜일까?

6
"달이가 구름속에 숨었어요"
좋은이의 말에 한번 더 올려다본 한가위 보름달.

7
가족찬양대회 - 탐스런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의 풍성한 마음. 벌써 10여년 전, 그 첫 번째 행사를 준비하던 분주한 밤이 생각난다. 이렇듯 뿌린 씨가 오래토록 전통이 되어 이어져 내려오는걸 보니 참 기분좋다.

8
차에 시동이 안 걸린다.
뒤에서 힘껏 미니 부르릉거리며 살아나는 차!
인생의 시동이 꺼질 때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난감할까?

9
들판의 벼들이 모조리 누워있다.
지난 여름 태풍의 짓이다.
- 이 가을에 누눠버린 것이 어찌 벼 뿐이랴.

10
감을 땄다 - 일몰의 해를 땄다.

11
대추나무를 두들겨 팼다.
"내놔! 대추를 내 놓으란 말야!"
결국 여름내내 영글은 열매를 긴 막대기로 두들기는 나쁜 사람에게 내어주고야 마는 대추나무.
대추를 털면서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
나는 나무에게 강도짓을 한 것이다.

12
아우와 함께 온 자매.
(남동생과 결혼할 자매가 처음 집에 왔다.)
마땅히 갈아입을 옷이 없어
내 옷을 입었네
내 옷을 입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함께 있었던 사람 같네.

13
시골교회주보의 새신자 소개란에 적힌 어느 이름 하나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오! 할렐루야.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네. 한동안은 참으로 열심인 집사님 이셨는데, 어느해 명절에 시골에 갔을 때 그 집사님이 어느 이단교회로 넘어가셨다는 소식은 나의 마음을 참으로 슬프게 하였다. 시골교회 목사님은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하셨나?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분을 위하여 오랫동안 기도하였다. 시골에 가면 늘 마주치는 그분께 말 한마디 할 수 없었지만 성령님은
계속해서 기도하게 하셨다. 그런데 요번 명절에 시골교회 주보에 적힌 그 이름을 다시 보니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14
'고향'과 '추석'은 동의어이다.
고향없는 추석은 반쪽짜리 추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의 납짝한 집들 사이로 위풍도 당당하게 솟아있는 커다란 집하나.
이름하여 '모텔'이다. 그러고 보니 동네입구 으슥한 곳 하며 산모퉁이에도 거대한 성들이 들어서 있다.
아무 볼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이런 깡촌에까지 불쑥불쑥 들어서는 '모텔'들은 어쩐일인가. 모텔하면 잠자는 곳 아닌가? 그렇다고 동네사람들이 모텔을 이용할 리는 없고, 이런곳까지 찾아와 잠을 자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옛날 물레방앗간 자리에 들어선 저 모텔은 낯선 외지인들의 현대판 물레방앗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은근히 부아가 난다.

16
목장을 하는 친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라니...
지난 여름에는 에라~ 이럴 바에는 쇠고기나 실컷먹자 하며 한 마리를 턱 잡아가지고 동네사람들에게
팔았는데 한근에 천원씩 받았다고 한다.
쇠고기 한근에 천원씩 받았는데도 살아있는 소값보다
더 벌었다고 허탈해 한다.

17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샬롬"
하고 인사를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추석단상 최용우 2002-01-11 1080
300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인구한명 늘었습니다. 최용우 2002-01-11 1029
299 2000년전 일기 [달팽이] 딸 키우는 재미 최용우 2002-01-11 1432
298 2000년전 일기 [달팽이] 꿈속에서도 보고싶은 아빠 최용우 2002-01-11 1126
297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좋은이네 울릉도로 이사갑니다. 최용우 2002-01-11 1837
296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앗 펜티가 없다! 최용우 2002-01-11 1424
295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책 400권에 싸인을 했다... 최용우 2002-01-11 1191
294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옹그라미 옹부 최용우 2002-01-11 1482
293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올해가 돼지해 아닌가요? 최용우 2002-01-11 1134
292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잘못된 성경번역! 내참! 최용우 2002-01-11 1331
291 2000년전 일기 [달팽이] 밤에 불 꺼진 차가 흔들흔들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최용우 2002-01-11 1225
290 2000년전 일기 [달팽이] 교회가는 길 (원고) 최용우 2002-01-11 1154
289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어리석은 돼지들 (원고) 최용우 2002-01-11 1077
288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웃긴 시 최용우 2002-01-11 2879
287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짜증 최용우 2002-01-11 960
286 2000년전 일기 [달팽이] 동네사람들...울 마누라 죽어요!! 최용우 2002-01-11 1257
285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오락실이 좋다, 헤헤헤, 빨리 뼉다구를 뜯어봐야지 최용우 2002-01-11 1124
284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아름다운 사람들 최용우 2002-01-11 1138
283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우리집이 1층이어서 좋은것! 최용우 2002-01-11 1278
282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오늘은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날! 최용우 2002-01-11 1243
281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주일 오후 공원에서 최용우 2002-01-11 1214
280 2000년전 일기 [달팽이] 번개 벼락 날벼락! 책구경 최용우 2002-01-11 1171
279 2000년전 일기 [달팽이] 커피한잔 최용우 2002-01-11 1186
278 2000년전 일기 [달팽이] 혹 여행 좋아하세요? 최용우 2002-01-11 1237
277 최용우팡세 지위 최용우 2002-01-09 1344
276 최용우팡세 칭찬과 아부 최용우 2002-01-09 1375
275 최용우팡세 운전면허 새 과목 최용우 2002-01-09 1533
274 최용우팡세 먼저 최용우 2002-01-09 1274
273 최용우팡세 여자앞에서 절때 금해야 할 말 최용우 2002-01-09 1523
272 최용우팡세 아내가 가장 꼴보기 싫어질 때 최용우 2002-01-09 3548
271 최용우팡세 좋은생각 최용우 2002-01-09 1327
270 최용우팡세 배후 최용우 2002-01-09 1150
269 최용우팡세 성장과 성숙 최용우 2002-01-09 1580
268 최용우팡세 최용우 2002-01-09 1245
267 최용우팡세 행복 최용우 2002-01-09 2221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