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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039/추석 단상 1998/
1
어느 산 언덕에 하얀 눈이 내린 듯 덮인 쑥부쟁이의 군무.
차에서 내려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고 싶은 충동.
(그러나 차의 운전대는 동생이 잡고 있다.)
2
늦은밤 소울음 소리.
아직 소를 모르는 좋은이
"아빠, 무슨 소리예요? 호랑이 소리야?"
모르면 아는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무지함이라니...
3
쭈그렁 대추
지난 여름 장마의 숨은 피해자
4
깔끔한 아파트엔 날아다니는 파리가 없는 대신에 구석구석 바퀴벌레가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닌다.
파리를 본 기억이 없는 좋은이
"할머니, 바퀴가 막 날아다녀요."
5
좋은이 할머니의 집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전형적인 70년대 촌집이다.
시커먼 부엌하며, 밀려난 흙벽, 들고날 때마다 머리에 부딧치는 선반,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살림살이들...
참으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그렇지만 콘크리이트냄새 풀풀 나는 매끄러운 아파트보다 마음이 편한 건 왜일까?
6
"달이가 구름속에 숨었어요"
좋은이의 말에 한번 더 올려다본 한가위 보름달.
7
가족찬양대회 - 탐스런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의 풍성한 마음. 벌써 10여년 전, 그 첫 번째 행사를 준비하던 분주한 밤이 생각난다. 이렇듯 뿌린 씨가 오래토록 전통이 되어 이어져 내려오는걸 보니 참 기분좋다.
8
차에 시동이 안 걸린다.
뒤에서 힘껏 미니 부르릉거리며 살아나는 차!
인생의 시동이 꺼질 때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난감할까?
9
들판의 벼들이 모조리 누워있다.
지난 여름 태풍의 짓이다.
- 이 가을에 누눠버린 것이 어찌 벼 뿐이랴.
10
감을 땄다 - 일몰의 해를 땄다.
11
대추나무를 두들겨 팼다.
"내놔! 대추를 내 놓으란 말야!"
결국 여름내내 영글은 열매를 긴 막대기로 두들기는 나쁜 사람에게 내어주고야 마는 대추나무.
대추를 털면서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
나는 나무에게 강도짓을 한 것이다.
12
아우와 함께 온 자매.
(남동생과 결혼할 자매가 처음 집에 왔다.)
마땅히 갈아입을 옷이 없어
내 옷을 입었네
내 옷을 입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함께 있었던 사람 같네.
13
시골교회주보의 새신자 소개란에 적힌 어느 이름 하나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오! 할렐루야.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네. 한동안은 참으로 열심인 집사님 이셨는데, 어느해 명절에 시골에 갔을 때 그 집사님이 어느 이단교회로 넘어가셨다는 소식은 나의 마음을 참으로 슬프게 하였다. 시골교회 목사님은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하셨나?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분을 위하여 오랫동안 기도하였다. 시골에 가면 늘 마주치는 그분께 말 한마디 할 수 없었지만 성령님은
계속해서 기도하게 하셨다. 그런데 요번 명절에 시골교회 주보에 적힌 그 이름을 다시 보니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14
'고향'과 '추석'은 동의어이다.
고향없는 추석은 반쪽짜리 추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의 납짝한 집들 사이로 위풍도 당당하게 솟아있는 커다란 집하나.
이름하여 '모텔'이다. 그러고 보니 동네입구 으슥한 곳 하며 산모퉁이에도 거대한 성들이 들어서 있다.
아무 볼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이런 깡촌에까지 불쑥불쑥 들어서는 '모텔'들은 어쩐일인가. 모텔하면 잠자는 곳 아닌가? 그렇다고 동네사람들이 모텔을 이용할 리는 없고, 이런곳까지 찾아와 잠을 자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옛날 물레방앗간 자리에 들어선 저 모텔은 낯선 외지인들의 현대판 물레방앗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은근히 부아가 난다.
16
목장을 하는 친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라니...
지난 여름에는 에라~ 이럴 바에는 쇠고기나 실컷먹자 하며 한 마리를 턱 잡아가지고 동네사람들에게
팔았는데 한근에 천원씩 받았다고 한다.
쇠고기 한근에 천원씩 받았는데도 살아있는 소값보다
더 벌었다고 허탈해 한다.
17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샬롬"
하고 인사를 한다.
1
어느 산 언덕에 하얀 눈이 내린 듯 덮인 쑥부쟁이의 군무.
차에서 내려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고 싶은 충동.
(그러나 차의 운전대는 동생이 잡고 있다.)
2
늦은밤 소울음 소리.
아직 소를 모르는 좋은이
"아빠, 무슨 소리예요? 호랑이 소리야?"
모르면 아는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무지함이라니...
3
쭈그렁 대추
지난 여름 장마의 숨은 피해자
4
깔끔한 아파트엔 날아다니는 파리가 없는 대신에 구석구석 바퀴벌레가 또로록 또로록 굴러다닌다.
파리를 본 기억이 없는 좋은이
"할머니, 바퀴가 막 날아다녀요."
5
좋은이 할머니의 집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전형적인 70년대 촌집이다.
시커먼 부엌하며, 밀려난 흙벽, 들고날 때마다 머리에 부딧치는 선반,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살림살이들...
참으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그렇지만 콘크리이트냄새 풀풀 나는 매끄러운 아파트보다 마음이 편한 건 왜일까?
6
"달이가 구름속에 숨었어요"
좋은이의 말에 한번 더 올려다본 한가위 보름달.
7
가족찬양대회 - 탐스런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의 풍성한 마음. 벌써 10여년 전, 그 첫 번째 행사를 준비하던 분주한 밤이 생각난다. 이렇듯 뿌린 씨가 오래토록 전통이 되어 이어져 내려오는걸 보니 참 기분좋다.
8
차에 시동이 안 걸린다.
뒤에서 힘껏 미니 부르릉거리며 살아나는 차!
인생의 시동이 꺼질 때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난감할까?
9
들판의 벼들이 모조리 누워있다.
지난 여름 태풍의 짓이다.
- 이 가을에 누눠버린 것이 어찌 벼 뿐이랴.
10
감을 땄다 - 일몰의 해를 땄다.
11
대추나무를 두들겨 팼다.
"내놔! 대추를 내 놓으란 말야!"
결국 여름내내 영글은 열매를 긴 막대기로 두들기는 나쁜 사람에게 내어주고야 마는 대추나무.
대추를 털면서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
나는 나무에게 강도짓을 한 것이다.
12
아우와 함께 온 자매.
(남동생과 결혼할 자매가 처음 집에 왔다.)
마땅히 갈아입을 옷이 없어
내 옷을 입었네
내 옷을 입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함께 있었던 사람 같네.
13
시골교회주보의 새신자 소개란에 적힌 어느 이름 하나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문다. 오! 할렐루야.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네. 한동안은 참으로 열심인 집사님 이셨는데, 어느해 명절에 시골에 갔을 때 그 집사님이 어느 이단교회로 넘어가셨다는 소식은 나의 마음을 참으로 슬프게 하였다. 시골교회 목사님은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하셨나?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분을 위하여 오랫동안 기도하였다. 시골에 가면 늘 마주치는 그분께 말 한마디 할 수 없었지만 성령님은
계속해서 기도하게 하셨다. 그런데 요번 명절에 시골교회 주보에 적힌 그 이름을 다시 보니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14
'고향'과 '추석'은 동의어이다.
고향없는 추석은 반쪽짜리 추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의 납짝한 집들 사이로 위풍도 당당하게 솟아있는 커다란 집하나.
이름하여 '모텔'이다. 그러고 보니 동네입구 으슥한 곳 하며 산모퉁이에도 거대한 성들이 들어서 있다.
아무 볼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이런 깡촌에까지 불쑥불쑥 들어서는 '모텔'들은 어쩐일인가. 모텔하면 잠자는 곳 아닌가? 그렇다고 동네사람들이 모텔을 이용할 리는 없고, 이런곳까지 찾아와 잠을 자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옛날 물레방앗간 자리에 들어선 저 모텔은 낯선 외지인들의 현대판 물레방앗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은근히 부아가 난다.
16
목장을 하는 친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라니...
지난 여름에는 에라~ 이럴 바에는 쇠고기나 실컷먹자 하며 한 마리를 턱 잡아가지고 동네사람들에게
팔았는데 한근에 천원씩 받았다고 한다.
쇠고기 한근에 천원씩 받았는데도 살아있는 소값보다
더 벌었다고 허탈해 한다.
17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샬롬"
하고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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