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낌일기11】2000. 2.12
오늘 예배후 먹은 점심은 비빔밥이었다.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하나도 되게 맛있었다.
예배 끝무렵에 "엄마 응가!" 하는 좋은이와 화장지를 들고 뛰어간 그의 머더! 그리고 화장실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름. 좋은이 머더께서 그 손으로 비빔밥 그릇에 재료를 담더라니... 그래서 나는 사양하는 척 하면서 조금만 먹었는데 사람들은 맛있다고 두그릇씩 해치워버린다... 우하하하... 워째서 그 손으로 담은 비빔밥이 더 맛있디야?
【느낌일기12】 2.14
의자 하나 주워왔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인데 이렇게 쓸만한걸 왜 버렸는지 모르겠다. - 의자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생활도구, 그런데 아마도 이놈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지 못했던가 보다. 처음 앉을 때는 좋았는데 자꾸 몸이 앞쪽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영 불편하다. 한 참 지나 보면 마치 안락의자에 누운 것 같은 자세가 나온다. 그러다보니 책을 보다가도 솔솔 잠이 온다. 에라이~ 내다 버려야겠다!
의자 하나도 이렇듯 사람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면 쓸만한 것이라도 냉정하게 버려지는데, 사람은 오죽하랴.
【느낌일기13】3.20
으앙!
밝은이가(21개월) 우는 소리에 후다닥 뛰어가 보니 손바닥에 빨래집게가 달려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빨래집게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집게에 물린 것입니다. 꽃게도 아닌 것이 손바닥을 꽉! 물고 놔주지 않아서 으앙 울었던 것입니다.
으앙!
또 밝은이의 울음소리에 달려가 보니 복도 청소를 할 때 대문이 닫히지 말라고 괴는 작은 벽돌 아래 손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벽들이 손을 꼭 누르고 있어서 빼지도 못하고 으앙!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빨래집게나 반토 막짜리 벽돌이나 아무것도 아니지만 밝은이에게는 무서운 적입니다. 그래서 빨래집게랑 벽돌을 막 혼내줬습니다. 나뿐놈들! 밝은이는 그놈들이 혼나는 것을 보며 물방울이 데롱거리는 눈으로 베시시 웃구요!
【느낌일기14】3.24
제 작은 책방에는 높이 2메타 넓이 1매타짜리 책장 일곱 개가 있습니다. 책상놓인 자리를 빼고는 책장에 모든 벽이 가려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느낌일기15】2000.7.23 -때깔내는 비법
지난주에 이마트에 갔을 때 사 온 '북한산 오미자' 두스푼을 우려내어 점심식사 후 오미자 차를 한잔씩 마셨다. 새콤한 맛이 그만이다. 그런데 이마트에 있는 오미자차는 색깔이 아주 예쁜데 (그 색에 반해서 오미자를 샀는데) 집에서 내가 우려낸 오미자차는 아무리 해도 그 때깔이 안난다. 마치 콜라에 물을 탄 것 같은 나의 작품! 폼 안나는 오미자 차를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며 안마시겠다고 하길레
"이마트 오미자차는 분명 색소를 넣었을꺼야! "
하며 확인 안된 유언비어로 사람들을 현옥시켜서 나의 작품(?)을 기어이 한잔씩 시식하게 만들었다. 다음에 이마트 가면 그 때깔내는 비법을 확실하게 캐 와야지!
【느낌일기16】7.24 좋은이의 개 꿈 햇볕1289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좋은이가 젤 먼저 하는 말은
"아빠! 오늘은 꿈이 두 개나 나왔어요." 꿈 꾸었다는 표현을 꿈이 나왔다, 안 나왔다고 하는게 참 재미있다. 그래 무슨 꿈이 나왔니?
"개 꿈이 나왔어요?"
개꿈이라고? 아니, 왠 개꿈? 유난히도 개를 무서워하는 녀석에게 과연 어떤 개꿈이 나왔을까 궁금 하여 물어 보니 하얀 개 두 마리가 자기에게 다가오길레 손을 내밀었더니 개들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더라는 것이다.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그래서 개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어요!" 정말 신나게 놀았다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을 보니 좋은이의 꿈은 개 꿈(!)이 아니로구나!
【느낌일기17】2000.7.25-사투리
오전 열시쯤 강진의 임의진 목사님께 전화를하였다. 목사님은 안계시고 웬 할아버지가 받으신다.
"여보세요? 남녂교회지요? 임의진 목사님 계십니까? 부탁드립니다."
"여보쇼? 그란디 지금 임목새님은 광주 갔당께라우. 먼일이당가요? 아, 쪼까 기다리쇼. 아, 이노모 개새깽이가..퍼먹지 마라컨디 너 디지고 싶냐아~! (깨갱깨갱 개소리) 아, 여보쇼? 급한 일이당가요? 임목새님 핸두폰, 아 거시기 들고댕김서 하는 전화기 말여라우. 거그로 한번 해보쇼오~ 잉! "
정말 너무나 오랫만에 전라도 오리지날 사투리를 들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느낌일기18】2000. 7.26 문명의 이기
주보를 편집하는데 갑자기 글꼴이 안 뜬다. 원래 있는 기본글꼴로는 원하는 모양의 이쁜 주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글꼴을 몇 개 깔아서 쓰는데 이게 어느때는 잘 뜨다가도 무슨 심뽀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심술을 부린다. 이놈들이 더위먹었나?
윈도우 시스템 디렉토리에 있는 폰트파일을 몽땅 지우고 압축해뒀던 폰트를 풀어서 다시 설치를 해도 역시 안뜬다. 컴퓨터가 많은 부분 사람의 일을 쉽고 편하게 해주지만 이렇게 한번씩 결정적인 순간에 머리뚜껑 열리게 한다. 사람이라면 살살 달래보기라도 하지. 이거 말도 못 알아 듣는 놈하고 싸울수도 없고...
【느낌일기19】7.27 돈좀 펑펑 들어와라
글은 밤에 잘 써진다. 가끔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내려와 사무실에서 글을 쓰며 꼬박 밤을 지새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정신없이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새벽 3시쯤 사무실 문이 빼꼼 열리며 기척도 없이 여자 얼굴이 쑥 들어오는데 간 떨어지는줄 알았다!
청천중앙교회옆 골목에 누가 책장 두 개를 버려놓고갔는데 새것과 다름없으니 주워다 쓰자고 한다. 낮에 대형 냉장고가 그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책장을 둘 자리가 없어서 버린 모양이다. 쓰레기폐기물 딱지를 떼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옮겨왔다. 대문을 열면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다 들어내고 책장을 놓으니 훤~ 하고 좋다. 뻐엉~ 뚫린 것 같다. 뻐엉~ 뚤린 우리집 안으로 돈이나 좀 뻐~엉 뻐~엉 들어 와라!!!
【느낌일기20】2000.7.28금 말은 잘하네
오전 10시에 '작은이야기' 여기자님 한분이 오셨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이렇게 찾아와 "지금 뭐하냐?"하고 불쑥 물어보는 것 같은 당혹스러움!
지금부터 6-7년전, 도대체 이 다음에 내가 무엇을 남겼다고 말할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그래 매일 일기같은 글을 한번 써보자. 조선일보의 이규태 칼럼은 15년동안 4000회를 썼다지? 그리고 그 기록은 아마도 깨지기 힘들거라지? 내가 깨보자' 하며 쓰기 시작한 글이 벌써 1200회를 썼다. 그리고는 그걸 이렇게 누군가가 찾아와 취재를 하겠다 한다.
이것저것 질문에 별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생명, 환경, 미래가 어쩌고 저쩌고... 별 나답지 않은 말들...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척 하며 다 들은 아내가 속으로 '흥!! 말은 잘하네!' 하고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혹시 다음달 '작은이야기'사서 보실 분들은 제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 끄덕이지 말고, '다 안다'는 듯 입가에 슬며시 의미심장한 미소을 지으며 보시라 이거다
오늘 예배후 먹은 점심은 비빔밥이었다.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하나도 되게 맛있었다.
예배 끝무렵에 "엄마 응가!" 하는 좋은이와 화장지를 들고 뛰어간 그의 머더! 그리고 화장실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름. 좋은이 머더께서 그 손으로 비빔밥 그릇에 재료를 담더라니... 그래서 나는 사양하는 척 하면서 조금만 먹었는데 사람들은 맛있다고 두그릇씩 해치워버린다... 우하하하... 워째서 그 손으로 담은 비빔밥이 더 맛있디야?
【느낌일기12】 2.14
의자 하나 주워왔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인데 이렇게 쓸만한걸 왜 버렸는지 모르겠다. - 의자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생활도구, 그런데 아마도 이놈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지 못했던가 보다. 처음 앉을 때는 좋았는데 자꾸 몸이 앞쪽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영 불편하다. 한 참 지나 보면 마치 안락의자에 누운 것 같은 자세가 나온다. 그러다보니 책을 보다가도 솔솔 잠이 온다. 에라이~ 내다 버려야겠다!
의자 하나도 이렇듯 사람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면 쓸만한 것이라도 냉정하게 버려지는데, 사람은 오죽하랴.
【느낌일기13】3.20
으앙!
밝은이가(21개월) 우는 소리에 후다닥 뛰어가 보니 손바닥에 빨래집게가 달려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빨래집게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집게에 물린 것입니다. 꽃게도 아닌 것이 손바닥을 꽉! 물고 놔주지 않아서 으앙 울었던 것입니다.
으앙!
또 밝은이의 울음소리에 달려가 보니 복도 청소를 할 때 대문이 닫히지 말라고 괴는 작은 벽돌 아래 손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벽들이 손을 꼭 누르고 있어서 빼지도 못하고 으앙!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빨래집게나 반토 막짜리 벽돌이나 아무것도 아니지만 밝은이에게는 무서운 적입니다. 그래서 빨래집게랑 벽돌을 막 혼내줬습니다. 나뿐놈들! 밝은이는 그놈들이 혼나는 것을 보며 물방울이 데롱거리는 눈으로 베시시 웃구요!
【느낌일기14】3.24
제 작은 책방에는 높이 2메타 넓이 1매타짜리 책장 일곱 개가 있습니다. 책상놓인 자리를 빼고는 책장에 모든 벽이 가려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느낌일기15】2000.7.23 -때깔내는 비법
지난주에 이마트에 갔을 때 사 온 '북한산 오미자' 두스푼을 우려내어 점심식사 후 오미자 차를 한잔씩 마셨다. 새콤한 맛이 그만이다. 그런데 이마트에 있는 오미자차는 색깔이 아주 예쁜데 (그 색에 반해서 오미자를 샀는데) 집에서 내가 우려낸 오미자차는 아무리 해도 그 때깔이 안난다. 마치 콜라에 물을 탄 것 같은 나의 작품! 폼 안나는 오미자 차를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며 안마시겠다고 하길레
"이마트 오미자차는 분명 색소를 넣었을꺼야! "
하며 확인 안된 유언비어로 사람들을 현옥시켜서 나의 작품(?)을 기어이 한잔씩 시식하게 만들었다. 다음에 이마트 가면 그 때깔내는 비법을 확실하게 캐 와야지!
【느낌일기16】7.24 좋은이의 개 꿈 햇볕1289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좋은이가 젤 먼저 하는 말은
"아빠! 오늘은 꿈이 두 개나 나왔어요." 꿈 꾸었다는 표현을 꿈이 나왔다, 안 나왔다고 하는게 참 재미있다. 그래 무슨 꿈이 나왔니?
"개 꿈이 나왔어요?"
개꿈이라고? 아니, 왠 개꿈? 유난히도 개를 무서워하는 녀석에게 과연 어떤 개꿈이 나왔을까 궁금 하여 물어 보니 하얀 개 두 마리가 자기에게 다가오길레 손을 내밀었더니 개들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더라는 것이다.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그래서 개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어요!" 정말 신나게 놀았다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을 보니 좋은이의 꿈은 개 꿈(!)이 아니로구나!
【느낌일기17】2000.7.25-사투리
오전 열시쯤 강진의 임의진 목사님께 전화를하였다. 목사님은 안계시고 웬 할아버지가 받으신다.
"여보세요? 남녂교회지요? 임의진 목사님 계십니까? 부탁드립니다."
"여보쇼? 그란디 지금 임목새님은 광주 갔당께라우. 먼일이당가요? 아, 쪼까 기다리쇼. 아, 이노모 개새깽이가..퍼먹지 마라컨디 너 디지고 싶냐아~! (깨갱깨갱 개소리) 아, 여보쇼? 급한 일이당가요? 임목새님 핸두폰, 아 거시기 들고댕김서 하는 전화기 말여라우. 거그로 한번 해보쇼오~ 잉! "
정말 너무나 오랫만에 전라도 오리지날 사투리를 들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느낌일기18】2000. 7.26 문명의 이기
주보를 편집하는데 갑자기 글꼴이 안 뜬다. 원래 있는 기본글꼴로는 원하는 모양의 이쁜 주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글꼴을 몇 개 깔아서 쓰는데 이게 어느때는 잘 뜨다가도 무슨 심뽀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심술을 부린다. 이놈들이 더위먹었나?
윈도우 시스템 디렉토리에 있는 폰트파일을 몽땅 지우고 압축해뒀던 폰트를 풀어서 다시 설치를 해도 역시 안뜬다. 컴퓨터가 많은 부분 사람의 일을 쉽고 편하게 해주지만 이렇게 한번씩 결정적인 순간에 머리뚜껑 열리게 한다. 사람이라면 살살 달래보기라도 하지. 이거 말도 못 알아 듣는 놈하고 싸울수도 없고...
【느낌일기19】7.27 돈좀 펑펑 들어와라
글은 밤에 잘 써진다. 가끔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내려와 사무실에서 글을 쓰며 꼬박 밤을 지새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정신없이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새벽 3시쯤 사무실 문이 빼꼼 열리며 기척도 없이 여자 얼굴이 쑥 들어오는데 간 떨어지는줄 알았다!
청천중앙교회옆 골목에 누가 책장 두 개를 버려놓고갔는데 새것과 다름없으니 주워다 쓰자고 한다. 낮에 대형 냉장고가 그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책장을 둘 자리가 없어서 버린 모양이다. 쓰레기폐기물 딱지를 떼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옮겨왔다. 대문을 열면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다 들어내고 책장을 놓으니 훤~ 하고 좋다. 뻐엉~ 뚫린 것 같다. 뻐엉~ 뚤린 우리집 안으로 돈이나 좀 뻐~엉 뻐~엉 들어 와라!!!
【느낌일기20】2000.7.28금 말은 잘하네
오전 10시에 '작은이야기' 여기자님 한분이 오셨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이렇게 찾아와 "지금 뭐하냐?"하고 불쑥 물어보는 것 같은 당혹스러움!
지금부터 6-7년전, 도대체 이 다음에 내가 무엇을 남겼다고 말할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질문에 '그래 매일 일기같은 글을 한번 써보자. 조선일보의 이규태 칼럼은 15년동안 4000회를 썼다지? 그리고 그 기록은 아마도 깨지기 힘들거라지? 내가 깨보자' 하며 쓰기 시작한 글이 벌써 1200회를 썼다. 그리고는 그걸 이렇게 누군가가 찾아와 취재를 하겠다 한다.
이것저것 질문에 별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생명, 환경, 미래가 어쩌고 저쩌고... 별 나답지 않은 말들...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척 하며 다 들은 아내가 속으로 '흥!! 말은 잘하네!' 하고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혹시 다음달 '작은이야기'사서 보실 분들은 제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 끄덕이지 말고, '다 안다'는 듯 입가에 슬며시 의미심장한 미소을 지으며 보시라 이거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