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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60】2000.9.6 이발
갈산동네거리 도깨비시장을 온 가족이 어슬렁거리다 새롭게 개업한 어느 미장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생각난 김에 머리를 자르자고 아내가 내 손을 잡아 끌고 미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미장원에서 내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
"짧게 잘라 주세요"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짧게" 아니면 "길게" 해달라고 똑같이 주문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짧게 또는 길게 라고 했을 때 손님이 요구하는 그 짧음과 김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미용사가 실력있는 미용사인셈이다.
내가 말한 짧음이 어느정도인지 가늠이라도 하듯 미용사는 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는다. 내 아내도 감히 만져보지 못한 나의 머리에 계속 안수를 한다.
【느낌일기61】2000.9.7 햇볕 1324 심부름
"좋은아, 우리슈퍼에 가서 너구리라면 두 개만 사 오너라" 세상에 심부름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그 심부름이라는게 얼마나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그 심부름을 나는 너무도 쉽게 내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는게 아닙니까! 심지어 비스듬하게 누워 이제 세 살짜리 밝은이에게 "밝은아 리모콘 가져와!"
그런데 오늘 아침 성경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심부름을 가장 충실하게 기쁨으로 감당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심부름이라는 것도 그 보상이 없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즐거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작은 심부름꾼이 된다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탁 트입니다. 힘 없고 약한 사람이 강자의 말에 어쩔수 없이 복종 하는 그런 심부름 말고, 강자이면서도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낮아지는 심부름이야말로 얼마나 향기나고 빛나는 심부름인가!
오늘은 아내를 위해서 설거지 심부름을, 아이들을 위해서는 슈퍼에 달려가 맛난 과자를 골라주는 심부름을, 그리고 상심에 빠진 성도의 집에 찾아가 위로의 심부름을, 이-메일로 상담을 부탁한 자매에게는 정성껏 격려하고 힘을 주는 답장의 심부름을 기쁘게 감당하렵니다.
【느낌일기62】2000.9.8 기도 자리
처녀때 너무 오랫동안 기도를 하여 무릎에 관절염을 앓다가 병원에서 다시는 무픞을 꿇지 말라는 '선고'를 받았다는 우리교회 사모님. 늘 한결같이 앉아서 기도하는 교회 안에 거룩하고 성스러운 사모님의 기도자리가 있다.
지금은 무릎을 꿇지 못하고 비록 의자에 앉아서 하는 기도이지만 그러나 그윽한 기도의 열정 만큼은 처녀때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다고 한다. 하루에도 서너시간씩 기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교회가 부흥할때가지 하루에 7시간씩 기도하기로 목사님과 약속하셨다하니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그 거룩한 자리에 살그머니 앉아 본다. 눈물을 닦았을까 콧물일까... 두루말이 휴지가 수북히 쌓여있는 하나님 앞의 그 자리.
.... 아! 내 기도자리에도 누군가가 살며시 앉아 볼 까????
【느낌일기63】2000.9.9. 무상무념
매번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먹는것도 귀찮고 해서 휴대용가스버너를 사무실에 갖다 놓았다. 부엌에 하나밖에 없는 찻주전자도 아내몰래 갖고 내려왔다. (아내에게 발각되어 다시 빼앗길때까지는 쓰겠지 뭐) 말씀을 묵상하면서 커피를 한 잔 타 먹고 싶어서 물을 올려 놓았다. 한 참만에 보니 물이 다 달아버렸다. 다시 물을 올려놓고, 또 한참만에 보니 주전자가 빨갛게 달구어져 있다. 주전자를 식혀서 다시 물을 붓고 이번에는 주전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물이 끓자 재빨리 불을 끄고 커피를 탔다.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거기에 집중이 되어 무상무념의 상태가 된다. 옆에서 물이 끓던지 말던지 말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느낌일기64】2000.9.10 배전도사님
일전에 예닮교회 주보를 통해서 우연히 다시 재회한 배전도사님 내외분이 주일오후예배를 마치고 우리집에 오셨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시는데 전도사 시절에 누구나 다 한번쯤 겪는 담임목사님과의 갈등 뭐 그런 이야기다.
매처럼 모질게 부목회자들을 다루는 담임목회자들은 대체적으로 힘들고 어렵게 교회를 개척해서 일어선 분들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식으로 자신들의 고생을 보상받으려는 일종의 보상심리라는 생각이 든다.
【느낌일기65】2000.9.11 추석천안
얼마전에 장성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천안 처가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목사님께서 우리 네식구와 외사촌 지훈이 은심이 이렇게 여섯을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 떨어뜨려놓고 가셨다. 명절이라 몹시 붐비는 터미널, 마침 두시간 후에 차표가 있어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야유를 받은 꼴불견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대낮부터 한잔 걸친 아저씨가 무슨 노래자랑을 하려는 듯 사람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다가 청원경찰에게 끌려갔다. 또 한 사람은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피켓을 들고 손마이크를 어깨에 매고 전도를 하는 아저씨! 명절에 고향에만 가려하지 말고 천당에 가자고 쉰목소리로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 보려고 해도 어렵다.
내가 예수님을 이미 믿는 사람이었기에 망정이지 예수님을 안믿는 사람이었다면 저 모습을 보고 절대로 예수 안 믿겠다고 다짐할 뻔 했다.
【느낌일기66】2000.9.12 이산가족
오후에 장인어른 산소에 가는데 저 앞 산길에 어른 아이 30명쯤 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집단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온 형제인 듯 싶은데, 아버지 살았을 때는 나몰라라 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산소에 왔느냐 하는 동생측 가족들과 형님측 가족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쌍소리가 오고가고, 다시는 상종을 말자는 소리. 가지고 갔던 음식들이 날아다니고. 어디서 따 왔는지 호박이 날아가 박살이 나고.. 아침에 텔레비젼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특별생방송을 보았는데, 또 한 형제가 갈라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 민족성은 왜 이럴까???
【느낌일기67】2000.9.13 인천지하철
사상 최악의 귀경 전쟁을 치렀다는데 우리는 평소보다 더 빨리 집에 돌아왔다. 천안에서 인천 오는 시간보다 인천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백화점 지하에서 헤메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러니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매장을 지나 지하철로 내려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는데, 명절이라서 매장의 반 정도는 문을 닫고 반만 열어 놓아 마치 미로같다.
표지판도 엉터리이고 화살표를 따라 같은길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어느쪽으로 가야 지하철이 있는지 맨날 다니면서도 햇갈린다고 했다. 그러니 처음인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정말 왜 이따위로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느낌일기68】2000.9.14 수의
저녁기도를 마치고 밤 12쯤 집으로 올라 가는데 청천중앙교회 옆 골목 자가용 뒤에 뭔가 희끗한 것이 보인다. 그쪽 골목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매우 어두운데 뭘까!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거나하게 한 잔 걸치고 차 뒤에 반듯하게 누워 있다. 얼마나 놀랬던지....겉에 입는 마고자를 벗어서 남의집 대문 문턱에 예쁘게 개 놓고 하얀 모시 바람으로 누워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수의를 입고 누워있는 것 같다.
휴~~!! 꿈에 보일까 무서워 후다닥! 도망쳐 왔다...난 안본거야! 안봤어.
【느낌일기69】2000.9.15. 교회 앞 고개
교회 앞 고개가 굉장히 가파른 편이다. 자전거를 타고 위에서 내려오면 아무리 브레이트를 꽉 잡아도 그냥 미끄러져 내린다. 더욱 고개가 시작되는 부분에 골목길이 있어서 골목에서 차라도 나오면 영락없이 서로 부딧칠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그랬다. 한 중학생이 겁도없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교회앞 골목에서 다마스가 튀어나오자 이 학생은 자전거 핸들을 반대편으로 꺾었지만 반대편 한약방 앞에 트럭이 세워져 있어 그만 그대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뻣어버린 학생을 병원으로 옮기고 휴지처럼 구겨져버린 자전거를 증거물로 삼고 어쩌고... 작년에도 한 여학생이 이 자리에서 죽었다고도 하고...
운전면허를 이제 막 딴 초보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고 이 언덕을 올라가지도 못하고 뒤로 쭉쭉 미끄러지는 그런 경사각도가 심한 우리교회 앞 장수산 입구 고개. !
갈산동네거리 도깨비시장을 온 가족이 어슬렁거리다 새롭게 개업한 어느 미장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생각난 김에 머리를 자르자고 아내가 내 손을 잡아 끌고 미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미장원에서 내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
"짧게 잘라 주세요"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짧게" 아니면 "길게" 해달라고 똑같이 주문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짧게 또는 길게 라고 했을 때 손님이 요구하는 그 짧음과 김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미용사가 실력있는 미용사인셈이다.
내가 말한 짧음이 어느정도인지 가늠이라도 하듯 미용사는 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는다. 내 아내도 감히 만져보지 못한 나의 머리에 계속 안수를 한다.
【느낌일기61】2000.9.7 햇볕 1324 심부름
"좋은아, 우리슈퍼에 가서 너구리라면 두 개만 사 오너라" 세상에 심부름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그 심부름이라는게 얼마나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그 심부름을 나는 너무도 쉽게 내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는게 아닙니까! 심지어 비스듬하게 누워 이제 세 살짜리 밝은이에게 "밝은아 리모콘 가져와!"
그런데 오늘 아침 성경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심부름을 가장 충실하게 기쁨으로 감당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심부름이라는 것도 그 보상이 없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즐거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작은 심부름꾼이 된다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탁 트입니다. 힘 없고 약한 사람이 강자의 말에 어쩔수 없이 복종 하는 그런 심부름 말고, 강자이면서도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낮아지는 심부름이야말로 얼마나 향기나고 빛나는 심부름인가!
오늘은 아내를 위해서 설거지 심부름을, 아이들을 위해서는 슈퍼에 달려가 맛난 과자를 골라주는 심부름을, 그리고 상심에 빠진 성도의 집에 찾아가 위로의 심부름을, 이-메일로 상담을 부탁한 자매에게는 정성껏 격려하고 힘을 주는 답장의 심부름을 기쁘게 감당하렵니다.
【느낌일기62】2000.9.8 기도 자리
처녀때 너무 오랫동안 기도를 하여 무릎에 관절염을 앓다가 병원에서 다시는 무픞을 꿇지 말라는 '선고'를 받았다는 우리교회 사모님. 늘 한결같이 앉아서 기도하는 교회 안에 거룩하고 성스러운 사모님의 기도자리가 있다.
지금은 무릎을 꿇지 못하고 비록 의자에 앉아서 하는 기도이지만 그러나 그윽한 기도의 열정 만큼은 처녀때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다고 한다. 하루에도 서너시간씩 기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교회가 부흥할때가지 하루에 7시간씩 기도하기로 목사님과 약속하셨다하니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그 거룩한 자리에 살그머니 앉아 본다. 눈물을 닦았을까 콧물일까... 두루말이 휴지가 수북히 쌓여있는 하나님 앞의 그 자리.
.... 아! 내 기도자리에도 누군가가 살며시 앉아 볼 까????
【느낌일기63】2000.9.9. 무상무념
매번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 먹는것도 귀찮고 해서 휴대용가스버너를 사무실에 갖다 놓았다. 부엌에 하나밖에 없는 찻주전자도 아내몰래 갖고 내려왔다. (아내에게 발각되어 다시 빼앗길때까지는 쓰겠지 뭐) 말씀을 묵상하면서 커피를 한 잔 타 먹고 싶어서 물을 올려 놓았다. 한 참만에 보니 물이 다 달아버렸다. 다시 물을 올려놓고, 또 한참만에 보니 주전자가 빨갛게 달구어져 있다. 주전자를 식혀서 다시 물을 붓고 이번에는 주전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물이 끓자 재빨리 불을 끄고 커피를 탔다.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거기에 집중이 되어 무상무념의 상태가 된다. 옆에서 물이 끓던지 말던지 말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느낌일기64】2000.9.10 배전도사님
일전에 예닮교회 주보를 통해서 우연히 다시 재회한 배전도사님 내외분이 주일오후예배를 마치고 우리집에 오셨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시는데 전도사 시절에 누구나 다 한번쯤 겪는 담임목사님과의 갈등 뭐 그런 이야기다.
매처럼 모질게 부목회자들을 다루는 담임목회자들은 대체적으로 힘들고 어렵게 교회를 개척해서 일어선 분들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식으로 자신들의 고생을 보상받으려는 일종의 보상심리라는 생각이 든다.
【느낌일기65】2000.9.11 추석천안
얼마전에 장성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천안 처가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목사님께서 우리 네식구와 외사촌 지훈이 은심이 이렇게 여섯을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 떨어뜨려놓고 가셨다. 명절이라 몹시 붐비는 터미널, 마침 두시간 후에 차표가 있어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야유를 받은 꼴불견 두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대낮부터 한잔 걸친 아저씨가 무슨 노래자랑을 하려는 듯 사람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다가 청원경찰에게 끌려갔다. 또 한 사람은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피켓을 들고 손마이크를 어깨에 매고 전도를 하는 아저씨! 명절에 고향에만 가려하지 말고 천당에 가자고 쉰목소리로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 보려고 해도 어렵다.
내가 예수님을 이미 믿는 사람이었기에 망정이지 예수님을 안믿는 사람이었다면 저 모습을 보고 절대로 예수 안 믿겠다고 다짐할 뻔 했다.
【느낌일기66】2000.9.12 이산가족
오후에 장인어른 산소에 가는데 저 앞 산길에 어른 아이 30명쯤 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집단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온 형제인 듯 싶은데, 아버지 살았을 때는 나몰라라 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산소에 왔느냐 하는 동생측 가족들과 형님측 가족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쌍소리가 오고가고, 다시는 상종을 말자는 소리. 가지고 갔던 음식들이 날아다니고. 어디서 따 왔는지 호박이 날아가 박살이 나고.. 아침에 텔레비젼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특별생방송을 보았는데, 또 한 형제가 갈라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 민족성은 왜 이럴까???
【느낌일기67】2000.9.13 인천지하철
사상 최악의 귀경 전쟁을 치렀다는데 우리는 평소보다 더 빨리 집에 돌아왔다. 천안에서 인천 오는 시간보다 인천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백화점 지하에서 헤메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러니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매장을 지나 지하철로 내려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는데, 명절이라서 매장의 반 정도는 문을 닫고 반만 열어 놓아 마치 미로같다.
표지판도 엉터리이고 화살표를 따라 같은길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어느쪽으로 가야 지하철이 있는지 맨날 다니면서도 햇갈린다고 했다. 그러니 처음인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정말 왜 이따위로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느낌일기68】2000.9.14 수의
저녁기도를 마치고 밤 12쯤 집으로 올라 가는데 청천중앙교회 옆 골목 자가용 뒤에 뭔가 희끗한 것이 보인다. 그쪽 골목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매우 어두운데 뭘까!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거나하게 한 잔 걸치고 차 뒤에 반듯하게 누워 있다. 얼마나 놀랬던지....겉에 입는 마고자를 벗어서 남의집 대문 문턱에 예쁘게 개 놓고 하얀 모시 바람으로 누워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수의를 입고 누워있는 것 같다.
휴~~!! 꿈에 보일까 무서워 후다닥! 도망쳐 왔다...난 안본거야! 안봤어.
【느낌일기69】2000.9.15. 교회 앞 고개
교회 앞 고개가 굉장히 가파른 편이다. 자전거를 타고 위에서 내려오면 아무리 브레이트를 꽉 잡아도 그냥 미끄러져 내린다. 더욱 고개가 시작되는 부분에 골목길이 있어서 골목에서 차라도 나오면 영락없이 서로 부딧칠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그랬다. 한 중학생이 겁도없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교회앞 골목에서 다마스가 튀어나오자 이 학생은 자전거 핸들을 반대편으로 꺾었지만 반대편 한약방 앞에 트럭이 세워져 있어 그만 그대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뻣어버린 학생을 병원으로 옮기고 휴지처럼 구겨져버린 자전거를 증거물로 삼고 어쩌고... 작년에도 한 여학생이 이 자리에서 죽었다고도 하고...
운전면허를 이제 막 딴 초보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고 이 언덕을 올라가지도 못하고 뒤로 쭉쭉 미끄러지는 그런 경사각도가 심한 우리교회 앞 장수산 입구 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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