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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일상속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이야기 열편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296 추천 수 0 2002.01.13 23: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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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80】2000.9.26(화) 일상

창가에 쳐놓은 왕대발, 생생하게 잘 살아있는 치자화분, 요강단지 같은 도자기에 심긴 동양란 한촉, 그리고 내다 팔면 10만원도 못받을 낡은 컴퓨터, 가끔은 땅바닥과 같은 높이의 사무실에 벌레들이 슬금슬금 기어 들어오고, 하도 기대어서 뒤로 비스듬하게 등받이가 휜 의자에 앉아 오늘도 차 한잔 마시면서 글을 쓴다.

【느낌일기81】2000.9.27 그분들은 안 싸울꺼야  

싸운다. 우리 부부도 잘 싸운다. 처음에는 입으로 싸우다가 나중에는 뭐가 막 날아다닐 때까지 싸운다. 남편은 주로 터지고 깨질 때 소리가 요란한 물건을 단 한번에 와장창 해서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아내는 그래도 살림꾼인지라 던져도 망가지지 않는 것을 주로 고른다. 그대신 날아오는 가짓수가 많다.
일년에 한두번은 꼭 이렇게 전쟁을 치룬다. 오늘은 그놈의 '돈' 때문에 싸웠다. 세상의 모든 돈을 다 모아서 꼬실라(태워)버리던지 해야지 이거 원, 싸우면서 누군가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 나온 말!
"그런데, 최광렬 목사님도 부부싸움을 할까?"
"그분들은 너무 인격적이어서 절대로 안싸울꺼여."
낮에 나팔소리를 방문하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언제 보아도 흩어짐이 없이 늘 단정한 모습의 최목사님! 그런 목사님이 싸우는 모습은...아무리 노력해도 그림이 안그려져.. 그분들은 인격적이어서 절대로 우리처럼 무식하게 안 싸우실거야.

【느낌일기82】2000.9.28  죽어야지!

설교.com .이라는 우리나라 목사님들 1000분의 설교게시판을 연결해 놓은 사이트를 관리할 때마나 느끼는 감정이 하나 있다.
설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말 설교사이트를 찾다보니 엄청나다. 설교 한편 만드려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모르는데 이렇게나 많은 설교를 누군가가 참으로 열심히 고되게 만들어 놓았구나.
이렇게 많은데 나는 왜 또 설교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나보다도 훨씬 똑똑하고 유능하고 능력있는 목사님들이 이렇게나 많은 설교를 이미 해 놓았는데 도대체 나는 왜 또 별볼일 없는 나의 설교 한편을 여기에 내밀려고 하는 것일까.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죽어라! 철저하게 죽어라! 뻣뻣하게 살아서 고개를 들지 말고, 욕을 해도 침을 뱉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시체가 되어라"
말씀 앞에서 죽어라! 하신다. 이 시대의 설교가 불의와 어두움을 탓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러나 절여지지 않은 배추처럼 맛이 베이지 않은 설교다. 그러나 너는 죽어라. 완전히 소금에 절여져라. 그래서 은근한 맛을 내는 잘 익은 김치같은 설교를 만들어라.
설교! 만 생각하면 하나님께서는 나를 때려 죽이신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말씀 앞 죽는다

【느낌일기83】2000.9.29. 양무리서원

어느 지역을 가든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기독교서점이다. 이곳 청천동으로 이사오는날 트럭의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양무리서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얼마나 기쁘던지. 10분정도의 걸음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기독교서점이 있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다.  
그러나 양무리서원을 방문한 첫날 내 흥분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어수선한 매장에 한시간 동안 손님이 나 혼자다. 책을 산다기 보다는 주인 얼굴이나 익혀두자고 간 걸음이었는데 헌책방같은 너저분한 분위기와 벌써 오래된 행사 포스타도 그냥 붙어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아끼는 '낮해밤달' 쪽지가 봉투도 열리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구석에 버려져 있는 것이었다.
'낮해밤달'을 탈탈 먼지 털어 가슴에 안고 나오면서 너무나 속상했다. 마치 자식을 악의 소굴에서 구해 내오는 것 같은 참담한 마음이랄까... 아무리 돈 안되는 무료 쪽지라고 세상에 봉투도 안 열어보고 버리다니. (그리고 그날의 방문은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되고 말았다.)

【느낌일기84】2000.9.30 (햇볕) 설교준비는 기쁘다

설교준비는 기쁘다
목사님이 남미선교여행을 떠나신 이후로 예배의 설교를 다 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설교를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세상에서 가장 피를 말리는 일이지 싶습니다. 하나님의 대언자(代言子)로 강단에 서서 말을 한다는게 보통 일입니까. 하나님이 주신 하나님의 말을 전하려면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어야지요.(하긴, 요즘에는 자기 말을 하나님 말처럼 전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보는 사람마다 "힘들지요?" 하고 묻습니다.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사실은 조금 언짢은 기분입니다.
설교를 하는 일이 매우 긴장되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 설교를 준비하면서 하나님과 은밀히 데이트를 즐기며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은 설교준비를 하는 사람만 얻을 수 있는 대단한 특혜이고 기쁨입니다. 그 시간이 때로는 깊은 밤이기도 하고 새벽녘이기도 하고, 또는 한나절을 꼬박 보내기도 하지만 설교준비가 힘든 것인가 기쁨인가를 평가하라면 저는 단연 기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설교준비하기 얼마나 힘드세요?' 하고 힘든 쪽을 바라보지 말고, 설교를 준비하는게 얼마나 즐거우세요? 하고 즐거운 면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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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85】2000.10.1

주일 예배를 모두 마치고  아내와의 대화

아내:오늘 우리교회에서 누가 말을 젤 적게 한 줄 알아요?
남편:...??
아내: 전도사님..점심식사시간에 "밥 더줘!" 한마디 밖에 안 했지요?

아내:오늘 우리교회에서 누가 말을 젤 많이 한 줄 알아요?
남편:...??
아내:전도사님...한 세시간은 떠들었나?
(정말 그렇군. 네번 예배를 드리며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입에서 군내가 나는군.)

【느낌일기86】2000.10.2 오이

저녁식사를 일찍 한 탓인지 10시가 넘어가면 출출하다. 전에는 밥 남은 것 큰 대접에 담고 김치 부그러기 남은 것 다 쓸어담아 쓱쓱 비벼 먹었는데, 눈치없이 그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바람에 야식을 끊은지 한 참 되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청천소비자유통'에서 20개에 1000원씩 거저 파는 오이가 가득 들어 있다. 요즘 채소값이 너무 비싼데 떨이로 싸게 파는 오이를 한보따리 사 왔나 보다. 오이 한 개를 깎아 한 입 베어무니 입안 가득 시원한 오이즙이...으아~~~!!  기가 막히다...

【느낌일기87】2000.10.3 (원고)따뜻한 손

그러니까 매주일 아침마다 달콤한 아침잠을 포기하고 교회로 달려가 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친게 한 15년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재미있는일이 참 많습니다. 매번 예배시간마다 아이들과 티격태격! 초등학교 아이들 치고 말썽꾸러기가 아닌 아이들이 없습니다.
한번은 유난히 말썽을 많이 피우는 경덕이라는 이름의 덩치 큰 한 이이가 있었는데 담임인 여선생님은 경덕이를 이기지 못하고 제게 뒷처리(?)를 부탁하셨습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티라노스'처럼 막무가내인 그녀석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좋은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그 아이가 정신없이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살그머니 다가가 손을 덥썩 잡았습니다. 순간, 교회 안은 조용해지고 그 뒤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며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호랑이 같은 전도사님에게 걸렸으니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겁에 잔뜩 질린 이 덩치큰 아이의 표정. 덩치는 커도 아이는 아이였습니다.
"이야~ 너 참, 손이 따뜻하구나. 손이 따뜻한 사람은 마음도 따뜻하다고 하던데. 넌 참 마음이 따뜻한 아이구나!" 일부러 다른 아이들 다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순간 무슨일이 벌어진 줄 아십니까? 아이들이 일제히 의자 밑으로 손을 넣어 자기 손을 자기가 만져보는게 아닙니까. 그리고 한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전도사님! 제 손은 차가운데요...전,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가 봐요." 얼른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네 손도 따뜻한데 뭘......" 그러자 그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며 입이 쪼개놓은 수박만큼 벌어졌습니다. (사실은 유난히 차가운 손이었습니다.)
혼날줄 았았는데 뜻밖의 칭찬을 들은 경덕이와 손이 차가운 아이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고,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모두가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만 생각하면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최용우님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들꽃피는교회 전도사여며 매일 [햇볕같은이야기]라는 기분좋은 무료 인터넷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cyw.pe.kr 에서 신청하면 된다.

【느낌일기88】2000.10.4 (햇볕) 약한쪽 편들기

어느새 겨울장사인 따끈한 오뎅국물, 튀김, 떢볶기, 호떡, 호도과자를 파는 포장마차가 길거리 여기저기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녁기도를 마치고 올라가다보면 올해 처음 포장마차를 시작했다는 아주머니의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단골이 되어 누가 말하기도 전에 뛰어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는 의자에 앉아버립니다. 아이들이 먹는 것은 언제나 오뎅 한 개씩!
초보라서 그런지 맛도 들쑥날쑥이고 능숙하게 오뎅을 다루지도 못합니다. 그게 맘에 들었습니다. 사실 집 앞에도 튀김집이 있고, 교회 앞에도 소문난 떢볶이집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포장마차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와 저는 격려하는 의미로 초보아주머의 포장마차에 기꺼이 단골이 되기로 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부부는 동일한 업종의 큰 가게와 작은 가게가있다면 주로 작은 가게를 이용합니다. 그동안 큰 교회에서 사역할 기회도 있었지만 작은교회를 선택했습니다.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고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작은 것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2등, 3등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무심결에 하고는 약해보이는 쪽의 편이 되곤 했던 것 같습니다.

【느낌일기89】2000.10.5 오후에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장수산에 올랐다. 흩뿌려놓아 제멋대로 자란 코스모스가 얼마나 만개를 하였는지 길이 온통 꽃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사진기를 가지고 왔으면 좋은 사진을 찍었을텐데 아쉽다. 아침운동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산 위 놀이터에서 한참을 뛰어 놀았다. 하늘하늘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이 영판 코스모스를 닮았다.
어렸을적 기억을 더듬어 가위바위보로 코스모스 꽃잎을 한잎씩 따기놀이도 해 보았고, 젓가락 따먹기, 강아지풀 머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흔들며 오요요요 부르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놀이.
아이들이랑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도록 뛰어 놀았다. 어느 코스모스가 흐트러지게 핀 가을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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