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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기110】2000.11.21. 세상의 모든 별이
전엔 교장선생님이 살았다는 관사를 깨끗이 수리해서 우리가족이 살기로 했다. 최용덕 간사님과 근학, 태훈형가 일주일 내내 매달려 내벽,외벽공사와 도배를 하느라 땀을 흘렸다. 미처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안방에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오랫동안 비워둔 집이어서 그런지 한기가 느껴져 거실로 이부자리를 몽땅 옮겼다. 벌써 잠들어버린 아이들은 이부자리채 들어 운반했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거실이 오히려 더 아늑하다.
"와~~~!! 저 별들좀 보세요"
잠자리에 누우니 앞 현관 창문을 통해 하늘이 훤히 보이고, 그 하늘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 반짝이고 있었다. 인천 하늘에 별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모두 여기로 와서 저 하늘에 박혀 있구나! 태어나서 저렇게 많은 별들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잠자리에 누워서 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들 별셋 나 셋...
아내와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누워서 별을 열심히 세었다.
【느낌일기111】2000.11.22.세상에서 제일 넓은 마당
콘크리이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흙만 보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흙놀이 취미를 즐기던 좋은이와 밝은이가 갈릴리마을에 오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넓디 넓은 운동장! 이게 우리집 마당이라니... 운동장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숨을 헐떡이며 달려갔다가 되돌아와 보기도 하고, 시소, 그네 (미끄럼틀은 쥐들에게 빼앗겼다.) 철봉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그리고 개, 토끼, 닭, 오리, 비둘기, 쥐, 아침에 본 다람쥐(청살모)와 까치와 꿩까지 수많은 동물친구들과 신나게 놀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부픈 모양입니다. (다만 너무 놀면 바보가 되는 줄 알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방해공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이기는 하지만)
좋은이네 가족을 하루 더 머물게 한 하민이와 함께
【느낌일기112】2000.11.23 거의 엽기적인
해질녁이 되면 앞 산에 까치들이 가득 날아듭니다. 까치 가슴의 하얀 털이 산에 수없이 점점히 박혀 있습니다. 그 소나무가 가득한 앞산에 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보다 매우 가파르고 길도 없는 험한 산이었습니다.
갈릴리마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조용히 오솔길을 걸으며 기도할 수 있는 그런 산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에 올랐는데 산이 너무 험하여 마치 골고다 험한 길 같았습니다.
산 중턱 은밀하게 숨겨진 곳에 평평한 작은 터가 있었습니다. 이곳에 흙집을 지어놓고 가끔 와서 기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이장(무덤을 파 옮긴 자리)였습니다.
집에와서 아내에게 좋은 자리를 봐 두었다고 자랑하며 자세히 설명을 했더니 아내 하는 말!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군... 누가 한밤중에 무덤 파 낸 자리에 가서 기도를 해. 월야의 공동묘지도 아니고... 이건 엽기야 엽기!"
【느낌일기113】2000.11.24 (금) 생각나는 사람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주 어려운 곤경에 처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사람이라면 나를 도와 줄 수 있을꺼야' 하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인생을 헛 살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느낌일기114】2000.11.27 이사
이 좁은 집에 이렇게 많은 짐이 다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싶게 이사한다고 꺼내어 놓으니 많다. 5톤 트럭에 가득 찬다. 내 일상의 삶을 유지해주는 물건이 이렇게도 많았던가. 5톤이나 되는 많은 물건의 도움으로 그동안 내가 살아 왔던가. 홀 몸이었던 것 같은 내가 이렇게나 많은 것들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단 말인가. 최대한 절제하면서 산다고 했던 삶이라는게 한 순간의 생각이었나. 이사한다고 꺼내어 놓은 짐더미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삶이라는 것! 하나님 앞에서도 이렇듯 남김없이 다 꺼내놓아야 하겠지?
【느낌일기115】2000.11.28 (화)고구마파티
대충 집 정리가 끝나고, 오늘 저녁에는 갈릴리마을 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여 직접 키워서 캔 고구마를 삶아서 나누어 먹었다. 최용덕간사님, 김화순 자매님, 수정, 미영, 성숙자매 근학, 종렬형제 그리고 방문자인 유요한 전도사님 가족네명이 빙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창문 밖으로 하늘의 별은 여전히 초롱초롱.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참 좋은 분들이 몰려와 마음으로 반겨주니 가슴이 뭉클하다. 저녁 먹고 마실갈 집이 생겼다며 다들 기뻐한다. 앞으로 우리집 안방은 갈릴리마을 사랑방이다!
【느낌일기116】2000.11.29 으악! 바퀴
어떤 책에 보니 유럽의 어느 집에서 바퀴를 잡았는데 무려 3만2천5백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바퀴와 산 사람들도 대단하고 그걸 잡아 일일이 세어본 사람은 더 대단하다.
안산에서 살 때 집에 얼마나 바퀴가 많던지 바퀴 노이로제에 걸렸었다. 밤에 자다가 불을 켜면 부엌에서 수십마리의 바퀴들이 놀다가 후다닥 도망을 치는일은 보통이었고, 바퀴하우스, 끈적이, 연막탄 온갖 퇴치 방법을 다 동원했어도 결굴에는 바퀴와 공생공존하는 방범밖에 대책이 없었다.
바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망을 치는 아내가 갈릴리마을에 이사 온 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승리자의 표정으로 하는 말 "설마 이런 산골짜기에 까지 바퀴가 사는 것은 아니겠지? 바퀴만 없어도 이곳에 이사 온 보람은 있는거라구!"
"밖에 도배할 때 떼어낸 벽지를 보니 '로취캡'이 붙어 있던데!"
"으악!~ ~ 악~~ 악 ~~ 악~~~ (메아리)" 아내 기절하다.
【느낌일기117】2000.11.30 중태에 빠진 컴퓨터
아침에 사무실에 올라와 컴퓨터를 켜니 삐이~ ~ 하는 소리만 날 뿐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반복을 해도 같은 상태였습니다. 하긴,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은 컴퓨터입니다. 오후에 컴퓨터를 가지고 대전시내에 나가 점검을해 보았더니 업그레이트 하는데 65만원이고 요즘 젤 싼 컴퓨터도 요것보다는 성능이 10배 더 좋으면서도 69만원밖에 안하니 요참에 하나 사라고 합니다. 부팅이 되지 않는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가지고 올라와 책상에 올려 놓고 며칠동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았지만 한번 죽어버린 컴퓨터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런데 발이 너무 시려워서 책상 아래에 전기히타를 켰더니, 아! 죽었던 컴퓨터가 귀신처럼 삑삑 거리며 살아나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컴퓨터를 켤 때마다 불을 때가며 살리는데 요놈이 언제 도 죽어버릴지 모르는 중환자입니다.
【느낌일기118】2000.12.1 .(금)
갑자기 운동장이 시끌짝 합니다. 좋은이와 밝은이, 그리고 잠시 쉬러오신 유전도사님네 두 아이들, 그리고 동네 아이들 다섯해서 모두 아홉명의 아이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운 것도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은지 서로 씩씩하게 소리를 지르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까르르르... 까르르르... 갈릴리마을 강아지들도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신이 났습니다.
모처럼만에 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납니다. 폐교되기 전에는 매일 이런 아이들의 소리가 학교 이곳 저곳에서 살아 있었겠지요? 평소에는 낙엽만 굴러 다니던 빈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학교가 다시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느낌일기119】2000.12.9 언덕의 차
며칠간 날씨가 매우 추웠습니다. 학교 앞 언덕에 갈릴리마을의 낡은 트럭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탈 만큼 탄 트럭인지라 시동을 거는데 애를 먹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는 시동을 걸려면 식구들이 다 나와서 밀고 당기고 야단 법썩을 떨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책이라는게 언덕에 차를 세워놓았다가 시동을 걸 때 뒤에서 밀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 내려 오면서 시동이 걸리게 하는 것입니다.(기발한 생각이지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근학형제가 얼른 차를 끌고가 언덕에 세워놓고 옵니다.
차를 쓸 일이 없어서인지 며칠째 계속 언덕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을 보면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속도 모르고 한마디씩 합니다.
"별 이상한 사람들 다보것네. 운동장이 저렇게 넓은데 왜 차를 이리 좁은 언덕길에 세워 놓았뒤야?"
【느낌일기120】2000.12.10 사람이나 짐승이나
큰아빠(최용덕)가 좋은이에게 선물한 '몽'이라는 덩치 큰 토끼가 한 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싱숭생숭 사랑하는 낭군님 생각에(발정기) 잠 못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 철조망을 뚫고 탈출하였다가 잡혀서 한 방 얻어 맞고, 의기소침해 있는 것이 안스러워 드디어 눈이 빻갛고 털이 하얀 숫토끼 한 마리를데려와 신방을 차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요놈들 좀 보소! 몽이의 텃세가 대단합니다. 새신랑을 집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먹이와 물도 먹지 못하게 머리로 들이 밀며 눈에 핏대를 세웁니다. 아마도 '신랑은 신혼에 꼬왁 잡아야 평생이 편하다'는 사람들의 법칙을 아는가 봅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아침에 보니, 글쎄 어제의 그 텃새는 어디갔는지 몽이가 새신랑의 목덜미를 사랑스럽게 핥아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밀을 주었더니 밀도 숫토끼에게 먼저 양보를 합니다.
거참, 어젯밤에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느낌일기121】2000.12.16(토) 브루더호프 형재자매들 방문
사도행전에 기록된대로 초대 그리스도인들처럼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는 성공적인 공동체인 영국의 '브루더호프(bruderhof 형제들의 처소)'의 형재 자매 세분(메릴리 보우만 부부, 사브리나 자매)이 12월 16일 오후 갈릴리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형제애, 원수사랑, 서로 섬김, 비폭력, 전쟁반대, 성적 순결, 충실한 결혼생활을 기초로 하여, 1920년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의해 설립된 '브루더호프공동체'는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공동체로 알려진 곳입니다.
한국의 여러 공동체를 둘러보기위해 방한중 갈릴리마을의 소문을 듣고 귀한 시간을 내어 달려오신 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느낌일기122】2000.12.18 갈릴리 카페
2층 최전도사의 공간인 '꽃씨와 도둑'에 석유난로를 치우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나무 난로를 설치하였습니다.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은데 폼내는 것을 좋아하는 최전도사가 운동삼아서 나무 해다 땐다며 창고에 녹슨채 버려져 있던 난로를 꺼내어다 설치하였습니다.
형제들이 장작까지 패서 복도에 쌓아두었습니다.
불을 피울때는 오소리굴처럼 연기가 나지만, 그 연기마저도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타닥 타닥 나무타는 소리와, 퐁퐁 김을 내뿜으며 주전자에 물이 끓고, 따듯한 커피 한잔 나누는 시간!
난로가에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는 갈릴리마을의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고 벌써부터 다들 난리입니다. 고구마 구워 먹으며 책 한권 뽑아 읽을 수 있는 갈릴리 카페에 초대합니다.
【느낌일기123】2000.12.22 작은음악회
금요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갈릴리마을 사랑방에서 즉석 작은음악회가 열렸습니다. 한시간 동안 최용덕간사님의 오르간연주와 조은정사모님의 첼로연주에 맞추어 가족들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어린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이 손을 맞잡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서로를 위해서 중보의 기도와 웃음으로 보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00년도 더 되었다는 첼로가 신기한지 두드려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는 아이들과, 부드러운 베이스음으로 독창을 한 종열형제, 그리고 온 몸으로 찬양을 하는 진협형제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이었습니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중보기도시간에 자연스럽게 이런 작은 우리들의 음악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혹 금요일밤에 갈릴리마을에 오시면 작은음악회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리실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느낌일기124】2000.12.23 (토) 닭 잡아 묵은 날
갈릴리마을은 텔레비젼도 한 방송밖에 안나오고, 조간신문도 오후에 우체부아저씨가 들고 오며, 핸드폰도 011 외에는 수신이 안되는 외진곳에 있습니다.(011도 최근에 우리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개통이 되었을정도입니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씩 '문화 생활(?)'로 온 식구들이 대전시내에 나가 '영화관람'을 합니다. 이번달에는 '치킨런'이라는 클레이매이션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와 '치킨런'을 본 근학형제가 강력하게 추천을 하여서 갈릴리마을 식구들은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놓고 '닭 잡아먹는 날'을 기다렸답니다.
트럭을 타고 나가 영화를 맛있게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들어왔습니다.
전엔 교장선생님이 살았다는 관사를 깨끗이 수리해서 우리가족이 살기로 했다. 최용덕 간사님과 근학, 태훈형가 일주일 내내 매달려 내벽,외벽공사와 도배를 하느라 땀을 흘렸다. 미처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안방에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오랫동안 비워둔 집이어서 그런지 한기가 느껴져 거실로 이부자리를 몽땅 옮겼다. 벌써 잠들어버린 아이들은 이부자리채 들어 운반했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거실이 오히려 더 아늑하다.
"와~~~!! 저 별들좀 보세요"
잠자리에 누우니 앞 현관 창문을 통해 하늘이 훤히 보이고, 그 하늘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 반짝이고 있었다. 인천 하늘에 별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모두 여기로 와서 저 하늘에 박혀 있구나! 태어나서 저렇게 많은 별들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잠자리에 누워서 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들 별셋 나 셋...
아내와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누워서 별을 열심히 세었다.
【느낌일기111】2000.11.22.세상에서 제일 넓은 마당
콘크리이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흙만 보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흙놀이 취미를 즐기던 좋은이와 밝은이가 갈릴리마을에 오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넓디 넓은 운동장! 이게 우리집 마당이라니... 운동장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숨을 헐떡이며 달려갔다가 되돌아와 보기도 하고, 시소, 그네 (미끄럼틀은 쥐들에게 빼앗겼다.) 철봉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그리고 개, 토끼, 닭, 오리, 비둘기, 쥐, 아침에 본 다람쥐(청살모)와 까치와 꿩까지 수많은 동물친구들과 신나게 놀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부픈 모양입니다. (다만 너무 놀면 바보가 되는 줄 알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방해공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이기는 하지만)
좋은이네 가족을 하루 더 머물게 한 하민이와 함께
【느낌일기112】2000.11.23 거의 엽기적인
해질녁이 되면 앞 산에 까치들이 가득 날아듭니다. 까치 가슴의 하얀 털이 산에 수없이 점점히 박혀 있습니다. 그 소나무가 가득한 앞산에 올랐습니다. 겉으로 보기보다 매우 가파르고 길도 없는 험한 산이었습니다.
갈릴리마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조용히 오솔길을 걸으며 기도할 수 있는 그런 산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에 올랐는데 산이 너무 험하여 마치 골고다 험한 길 같았습니다.
산 중턱 은밀하게 숨겨진 곳에 평평한 작은 터가 있었습니다. 이곳에 흙집을 지어놓고 가끔 와서 기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이장(무덤을 파 옮긴 자리)였습니다.
집에와서 아내에게 좋은 자리를 봐 두었다고 자랑하며 자세히 설명을 했더니 아내 하는 말!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군... 누가 한밤중에 무덤 파 낸 자리에 가서 기도를 해. 월야의 공동묘지도 아니고... 이건 엽기야 엽기!"
【느낌일기113】2000.11.24 (금) 생각나는 사람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주 어려운 곤경에 처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사람이라면 나를 도와 줄 수 있을꺼야' 하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인생을 헛 살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느낌일기114】2000.11.27 이사
이 좁은 집에 이렇게 많은 짐이 다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싶게 이사한다고 꺼내어 놓으니 많다. 5톤 트럭에 가득 찬다. 내 일상의 삶을 유지해주는 물건이 이렇게도 많았던가. 5톤이나 되는 많은 물건의 도움으로 그동안 내가 살아 왔던가. 홀 몸이었던 것 같은 내가 이렇게나 많은 것들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단 말인가. 최대한 절제하면서 산다고 했던 삶이라는게 한 순간의 생각이었나. 이사한다고 꺼내어 놓은 짐더미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삶이라는 것! 하나님 앞에서도 이렇듯 남김없이 다 꺼내놓아야 하겠지?
【느낌일기115】2000.11.28 (화)고구마파티
대충 집 정리가 끝나고, 오늘 저녁에는 갈릴리마을 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여 직접 키워서 캔 고구마를 삶아서 나누어 먹었다. 최용덕간사님, 김화순 자매님, 수정, 미영, 성숙자매 근학, 종렬형제 그리고 방문자인 유요한 전도사님 가족네명이 빙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창문 밖으로 하늘의 별은 여전히 초롱초롱.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참 좋은 분들이 몰려와 마음으로 반겨주니 가슴이 뭉클하다. 저녁 먹고 마실갈 집이 생겼다며 다들 기뻐한다. 앞으로 우리집 안방은 갈릴리마을 사랑방이다!
【느낌일기116】2000.11.29 으악! 바퀴
어떤 책에 보니 유럽의 어느 집에서 바퀴를 잡았는데 무려 3만2천5백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바퀴와 산 사람들도 대단하고 그걸 잡아 일일이 세어본 사람은 더 대단하다.
안산에서 살 때 집에 얼마나 바퀴가 많던지 바퀴 노이로제에 걸렸었다. 밤에 자다가 불을 켜면 부엌에서 수십마리의 바퀴들이 놀다가 후다닥 도망을 치는일은 보통이었고, 바퀴하우스, 끈적이, 연막탄 온갖 퇴치 방법을 다 동원했어도 결굴에는 바퀴와 공생공존하는 방범밖에 대책이 없었다.
바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망을 치는 아내가 갈릴리마을에 이사 온 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승리자의 표정으로 하는 말 "설마 이런 산골짜기에 까지 바퀴가 사는 것은 아니겠지? 바퀴만 없어도 이곳에 이사 온 보람은 있는거라구!"
"밖에 도배할 때 떼어낸 벽지를 보니 '로취캡'이 붙어 있던데!"
"으악!~ ~ 악~~ 악 ~~ 악~~~ (메아리)" 아내 기절하다.
【느낌일기117】2000.11.30 중태에 빠진 컴퓨터
아침에 사무실에 올라와 컴퓨터를 켜니 삐이~ ~ 하는 소리만 날 뿐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반복을 해도 같은 상태였습니다. 하긴,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은 컴퓨터입니다. 오후에 컴퓨터를 가지고 대전시내에 나가 점검을해 보았더니 업그레이트 하는데 65만원이고 요즘 젤 싼 컴퓨터도 요것보다는 성능이 10배 더 좋으면서도 69만원밖에 안하니 요참에 하나 사라고 합니다. 부팅이 되지 않는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가지고 올라와 책상에 올려 놓고 며칠동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았지만 한번 죽어버린 컴퓨터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런데 발이 너무 시려워서 책상 아래에 전기히타를 켰더니, 아! 죽었던 컴퓨터가 귀신처럼 삑삑 거리며 살아나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컴퓨터를 켤 때마다 불을 때가며 살리는데 요놈이 언제 도 죽어버릴지 모르는 중환자입니다.
【느낌일기118】2000.12.1 .(금)
갑자기 운동장이 시끌짝 합니다. 좋은이와 밝은이, 그리고 잠시 쉬러오신 유전도사님네 두 아이들, 그리고 동네 아이들 다섯해서 모두 아홉명의 아이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운 것도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은지 서로 씩씩하게 소리를 지르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까르르르... 까르르르... 갈릴리마을 강아지들도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신이 났습니다.
모처럼만에 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납니다. 폐교되기 전에는 매일 이런 아이들의 소리가 학교 이곳 저곳에서 살아 있었겠지요? 평소에는 낙엽만 굴러 다니던 빈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학교가 다시 문을 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느낌일기119】2000.12.9 언덕의 차
며칠간 날씨가 매우 추웠습니다. 학교 앞 언덕에 갈릴리마을의 낡은 트럭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탈 만큼 탄 트럭인지라 시동을 거는데 애를 먹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는 시동을 걸려면 식구들이 다 나와서 밀고 당기고 야단 법썩을 떨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책이라는게 언덕에 차를 세워놓았다가 시동을 걸 때 뒤에서 밀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 내려 오면서 시동이 걸리게 하는 것입니다.(기발한 생각이지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근학형제가 얼른 차를 끌고가 언덕에 세워놓고 옵니다.
차를 쓸 일이 없어서인지 며칠째 계속 언덕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을 보면서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속도 모르고 한마디씩 합니다.
"별 이상한 사람들 다보것네. 운동장이 저렇게 넓은데 왜 차를 이리 좁은 언덕길에 세워 놓았뒤야?"
【느낌일기120】2000.12.10 사람이나 짐승이나
큰아빠(최용덕)가 좋은이에게 선물한 '몽'이라는 덩치 큰 토끼가 한 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싱숭생숭 사랑하는 낭군님 생각에(발정기) 잠 못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 철조망을 뚫고 탈출하였다가 잡혀서 한 방 얻어 맞고, 의기소침해 있는 것이 안스러워 드디어 눈이 빻갛고 털이 하얀 숫토끼 한 마리를데려와 신방을 차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요놈들 좀 보소! 몽이의 텃세가 대단합니다. 새신랑을 집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먹이와 물도 먹지 못하게 머리로 들이 밀며 눈에 핏대를 세웁니다. 아마도 '신랑은 신혼에 꼬왁 잡아야 평생이 편하다'는 사람들의 법칙을 아는가 봅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아침에 보니, 글쎄 어제의 그 텃새는 어디갔는지 몽이가 새신랑의 목덜미를 사랑스럽게 핥아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밀을 주었더니 밀도 숫토끼에게 먼저 양보를 합니다.
거참, 어젯밤에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느낌일기121】2000.12.16(토) 브루더호프 형재자매들 방문
사도행전에 기록된대로 초대 그리스도인들처럼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는 성공적인 공동체인 영국의 '브루더호프(bruderhof 형제들의 처소)'의 형재 자매 세분(메릴리 보우만 부부, 사브리나 자매)이 12월 16일 오후 갈릴리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형제애, 원수사랑, 서로 섬김, 비폭력, 전쟁반대, 성적 순결, 충실한 결혼생활을 기초로 하여, 1920년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의해 설립된 '브루더호프공동체'는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공동체로 알려진 곳입니다.
한국의 여러 공동체를 둘러보기위해 방한중 갈릴리마을의 소문을 듣고 귀한 시간을 내어 달려오신 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느낌일기122】2000.12.18 갈릴리 카페
2층 최전도사의 공간인 '꽃씨와 도둑'에 석유난로를 치우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나무 난로를 설치하였습니다.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은데 폼내는 것을 좋아하는 최전도사가 운동삼아서 나무 해다 땐다며 창고에 녹슨채 버려져 있던 난로를 꺼내어다 설치하였습니다.
형제들이 장작까지 패서 복도에 쌓아두었습니다.
불을 피울때는 오소리굴처럼 연기가 나지만, 그 연기마저도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타닥 타닥 나무타는 소리와, 퐁퐁 김을 내뿜으며 주전자에 물이 끓고, 따듯한 커피 한잔 나누는 시간!
난로가에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는 갈릴리마을의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고 벌써부터 다들 난리입니다. 고구마 구워 먹으며 책 한권 뽑아 읽을 수 있는 갈릴리 카페에 초대합니다.
【느낌일기123】2000.12.22 작은음악회
금요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갈릴리마을 사랑방에서 즉석 작은음악회가 열렸습니다. 한시간 동안 최용덕간사님의 오르간연주와 조은정사모님의 첼로연주에 맞추어 가족들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어린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이 손을 맞잡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서로를 위해서 중보의 기도와 웃음으로 보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00년도 더 되었다는 첼로가 신기한지 두드려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는 아이들과, 부드러운 베이스음으로 독창을 한 종열형제, 그리고 온 몸으로 찬양을 하는 진협형제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이었습니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중보기도시간에 자연스럽게 이런 작은 우리들의 음악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혹 금요일밤에 갈릴리마을에 오시면 작은음악회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리실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느낌일기124】2000.12.23 (토) 닭 잡아 묵은 날
갈릴리마을은 텔레비젼도 한 방송밖에 안나오고, 조간신문도 오후에 우체부아저씨가 들고 오며, 핸드폰도 011 외에는 수신이 안되는 외진곳에 있습니다.(011도 최근에 우리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개통이 되었을정도입니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씩 '문화 생활(?)'로 온 식구들이 대전시내에 나가 '영화관람'을 합니다. 이번달에는 '치킨런'이라는 클레이매이션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와 '치킨런'을 본 근학형제가 강력하게 추천을 하여서 갈릴리마을 식구들은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놓고 '닭 잡아먹는 날'을 기다렸답니다.
트럭을 타고 나가 영화를 맛있게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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