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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차가 반가워

어부동일기00-03 최용우............... 조회 수 1878 추천 수 0 2002.01.20 05: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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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해와달 2001년 7월호 원고

똥차가 반가워

"워쩔꺼유-. 나라에서 헌 일인디. 다 잘 되자고 헌 일인게 협조 혀야지. 허허허" 갈릴리마을 뒤편에 동주네 논 세마지기가 있습니다.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퍼 올려 농사를 짓는 천수답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계곡에 상당히 많은 물이 흘러 이렇게까지는 물 걱정이 없었는데, 워낙 가문 날씨탓도 있겠지만 지난 겨울에 마을에서 계곡 상류에 아이들 팔뚝만한 상수도관 두 개를 묻었기 때문일 겁니다.
계곡으로 흘러내려야 할 물이 상수도관을 통해 마을로 다 빨려 내려가 버리니 올해는 계곡이 아예 말라 붙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낮은 웅덩이를 깊이 파고 졸졸졸 고인 물을 모터로 퍼 올려 농사를 지어 보려고 애를 쓰십니다.
"이거 좀 봐유. 두시간 고여서 10분 퍼 올리면 없다니께유. 허허허" 거의 한달 내내 밤낮 없이 두시간마다 한번씩 논에 나와서 10분 물퍼올리기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워쩔꺼유-.나라에서 한 일인디." 동네사람들이야 상수도 물이 펑펑 나와서 좋지만, 농사를 못 지으면서도 그 섭섭함을 허허허 웃음 속에 감추는 모습이 안타까워 논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갈릴리마을 외등을 켜드리기도 했습니다.
"아유 하나님! 생각해 보셔유우. 이렇게 가물게 하시먼 돈만은 냄들은 코뺑기나 낄줄아셔유? 맨마든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만 죽어 나자빠지지유" - 어부동상회 집사님이 라면 사러간 저를 붙잡고 새벽에 이렇게 기도했다고 열을 냅니다.
"전국에서 우리 군이 가뭄이 젤 심한 것은 군의 높은 양반들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돼지머리 짤라 놓고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이여."-이런 이야기도 오고가고. 갈릴리마을 주변의 논들도 가뭄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갈릴리마을 식구들도 덩달아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입니다.
갈릴리마을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논의 임자는 혼자 사는 할머니이십니다. 언제 모내기를 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논에 나와서 "에휴~! 에구~!" 한숨을 쉬며 논둑을 베기도 하고 물고를 고치기도 하고 "작년 모내기 때는 갈릴리마을 식구들이 도와줘서 월매나 고마웠는지..." 하면서 서로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텔레비젼을 보니 소방차가 물을 퍼 나르기도 하던데요." 아마도 그 말을 잊지 않으셨던가 봅니다.
군청,면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다 죽어간다고 소방차 보내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아침에 보니 갈릴리마을운동장에 웬 똥차가 내려와서 벚나무 사이로 호스를 내리고 뭔가를 콸콸콸 퍼내고 있었습니다. 깜짝놀라 달려 나가보니 고무호스에서는 똥이 아닌 시원한 물이 논으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면사무소 직원들과 면장님도 보였습니다. 다른 차들은 다 다른 곳으로 투입되었고, 할 수 없이 분료수거차를 끌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똥차를 보고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그렇게 환한 표정을 지으며 반가워 하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뭐가 좋은지 계속 똥차 뒤를 따라다니며 하하, 하하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고, 찬도 음는디 뭘로 새참을 맹글어 오까나." 하루종일 똥차는 대청호에서 물을 퍼 날랐습니다. 그렇게 퍼 날랐는데도 겨우 논의 바닥만 적실 뿐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물을 퍼 나른 덕분에 겨우 모내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요나서를 묵상하면서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폭풍을 만난 배 안의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런 폭풍을 만났는지 각자 자기의 신에게 물어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폭풍우를 잠재우기 위해 각자 자기가 섬기는 신들에게 도와 달라고 부르짖고 배를 가볍게 하려고 짐을 바다에 던집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요나는 배의 가장 밑창에 숨어서 잠만 잡니다. - 오늘 이렇게 가뭄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더욱 내가 사는 이 동네가 전국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것은 바로 요나 같은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할 일 안하고 도망치면서 쿨쿨 잠들어 있는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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