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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에서 밤 9시 막차를 탔습니다. 탈 때는 제법 여러 명이
었는데 중간에 하나 둘 내리고 세천을 지나 회남 쪽으로 들어올
때 쯤엔 손님은 저와 술취한 아저씨 이렇게 둘만 남았습니다.
술취한 아저씨도 금방 절골에서 내리자 이제는 버스 안에는
맨 앞에서 차를 운전하는 운전수와 맨 뒷좌석에 앉은 나, 이렇게
두 사람만 남았습니다.
아직도 종점인 어부동까지 가려면 20분은 더 들어가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한 사람을 태우고 왕복 40분을 어두운 밤
길을 꼬불꼬불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는 자동차 경주를 하듯 정신없이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창
밖에 간간히 비치는 불빛이 마치 하늘의 별 같고 버스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우주공간을 날으는 우주선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커브를 돌 때마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게 영락없는 우주선입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멀미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 어두움 속에 "기름값도 안나온
다"며 혼자 내려놓고 돌아가 버릴까봐 (전에 동네의 어떤 분이 그런 일을 당한 적
이 있습니다.) 차 좀 천천히 운전하라는 말도 못하고 손잡이를 꽈--악! 움켜잡았
습니다. 어쨋든 맘속으로 '우주를 나르는 운하철도 999'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르
며 무사히 종점에 도착! 후둘거리는 다리로 우주선에서 내렸습니다.
"휴~ 살았다." 혹 우주선을 타보고 싶으신 분들은 대전역에서 어부동행 막차를
타 보세요. 정말 실감 납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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