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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추위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고고한 품격의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주는, 삶의 의욕과 희망을 되찾아 주는 눈 속의 꽃입니다.
요즘은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여 매화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인지, 아니면 하수상한 시절에 계절을 잃어버린 것인지, 3월 하순에 집 앞 밭둑에 있는 한 그루 매화가 만개를 했습니다. 울타리 삼아 심은 황매는 꽃봉우리만 보일 뿐, 요놈은 더 늦장을 부리고 있구요.
매화는 고결한 선비 정신을 상징하며 국화와 더불어 선비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그것의 속성이 아담한 운치와 높은 절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매화는 고려 이래로 우리 미술에서 다양하게 다루어진 소재인데, 고려 때에는 세한삼우 또는 사군자라 일컬어지는 매, 난, 국, 죽이 묵화로 즐겨 그려졌습니다.
"좋은아, 꽃 사진 찍으러 갈까?"
"네"
아빠랑 나들이하는걸 마다할 좋은이가 아니지요. 그러나 멀리 나갈 줄 알았는데, 마당 지나 논하나 건너편에 늘 보던 어떤 나무에 핀 꽃을 찍는다는 말에 실망을 합니다.
"아 - 향기 좋다"
전에는 꽃향기를 맡으면서 "향기가 난다" 그러더니 이제는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여 "좋다"고 하는군요. 매화의 향기는 일부러 맡으면 맡을 수 없는 은은한 향기입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바람결에 날아다니는 향기이지요.
에라... 한 가지 꺾어와 마당에 굴러다니는 항아리에 꽂아 방안에 들여놓았습니다. (매화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 멀리서 그윽하게 바라보니 정말 동양화 속의 한 폭 매화 그림과 똑같습니다
매화
꽃은 꽃인데
선비 같은 꽃
한적한 밭둑에
홀로 말없이
꽂꽂한 매화
시절이 수상하여
알아주는 이 없지만
그게 대수냐
여전히
꽂꽂한 매화
20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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