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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고 나야

시인일기09-11 최용우............... 조회 수 1460 추천 수 0 2010.10.06 1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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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533】겨울을 지나고 나야

 

오래전에 멕시코에 갔을 때 사과만 한 마늘이 신기해서 순전히 호기심으로 하나 사서 깨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사과 깎아 놓은 것처럼 독기가 전혀 없어 마늘망신을 다 시키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마늘은 작아도 혹독한 겨울을 지난 마늘이어서 그 독함이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멕시코의 덥고 습한 지역에서 잘먹고 잘 자란 마늘이라 크기는 한데 맛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가을을 지나 서서히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풀은 마르기 시작하고, 나무들은 낙엽을 떨구고, 열매들은 알알히 익어가고 있습니다. 다람쥐들은 열심히 겨울 양식을 물어 나르고 있고, 먹을 것이 없는 겨울동안 동면을 해야 하는 동물들은 열심히 먹어서 살을 피둥피둥 찌우고 있습니다. 아내는 벌써부터 기름 값 걱정을 하고, 이제 화단의 알뿌리들도 파낼 때가 되었나 봅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알뿌리는 파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 알뿌리식물은 겨울을 경험해야 다음해에 더 예쁘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글을 읽은 것 같아서요.
작지만 맛이 나는 사람이 되려면 '겨울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해서는 안됩니다. 자, 온 몸으로 겨울아 오라! 내가 너를 기다렸노라 하며 겨울을 당당하게 맞이합시다. 하하 아침에 너무 추워서... 곰처럼 웅크리고 앉아 이 글을 뚝닥거렸습니다. ⓒ최용우 20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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