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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던 커다란 애완용 토끼 '몽'이가 죽었습니다.
그러니까 생쥐가 자고 있는 토끼의 귀를 살살 갉아 상처를 내고 그 상처가 점점 커져 귀가 막히고 눈이 실명되고 살이 썩어들어가 뼈만 남은 상태로 그만 죽은 것입니다.
"아이그, 이 바보야!! 어쩜 쥐가 귀를 갉아도 모른단 말이냐??"
토끼는 한번 쥐에게 물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그냥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에도 그렇게 죽는 토끼를 보았습니다. 풀이 없는 겨울철에는 토끼에게 밀을 주는데, 배고픈 쥐들이 토끼장으로 숨어 들어와 토기를 밀쳐 내고 지가 밀을 먹습니다. 바보같은 토끼는 먹이를 빼앗겨도 물끄러미 바라만 봅니다.
"아빠! 아빠는 멍이가 걱정도 안돼요?"
좋은이는 멍이를 들여다 볼 때마다 심란스런 표정을 지으며 아빠에게 빨리 몽이를 병원에 데려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몽이는 살이 점점 썩어들어가고 눈에 띄게 야위어 갔습니다. 그래서 죽기 일주일 전에는 아예 토끼장 문을 열어놓고 토끼를 밭에 내놓았습니다. 죽기전에 네 맘대로 돌아다녀라.
(내심 산속으로 들어가 눈에 안띄는 곳에 가서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몽이는 멀리 가지 않고 강아지 야시와 장난을 치며 잔디밭에서 놀다가 저녁때가 되면 토끼장 문앞에서 얼쩡거렸습니다.
보다못해 하루는 집에서 200미터도 더 떨어진 숲속에 몽이를 내려놓고 왔습니다. (몽이야 미안하다. 잘 가라) 그런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저녁에 보니 토끼장 밖에 있었습니다. 쯧쯧 애구 불쌍하고... 안스러워라... 어쩌면 좋을까... 그동안 좋은이가 풀 뜯어다 주며 잘 키웠는데... 좋은이에게 이제 곧 몽이가 죽을 것 같다고 차근차근 잘 설명을 했더니 다행히 좋은이는 금방 이해를 하고 몽이와 이별을 준비 하였습니다.
집에 다니러 오신 어머님은 몽이를 보시더니
"아야..토끼가 썩었다..빨리 자버 묵어 부러라." 고 하셨습니다. 에구! 어머니도 참,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간 뒤 보니 몽이가 죽어 있었습니다. 뒷산에 잘 묻어 주었습니다. 밖에 내 놓아도 사람이 부르면 도망가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함께 놀던 몽이.
어쩜 그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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