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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복남 사모님 안방 주인을 몰아내고 아랫목을 차지한 고추
그동안 고추를 말리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직접 말려보기는 처음입니다. 밭에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햇볕에 바짝 말리면 빛깔좋은 태양초 고추가 됩니다. 그런데 고추를 말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내가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방 안에 널어 말리던 고추를 바구니에 담아 넓은 사무실 책방에서 말려 오라고 던져 줍니다.
사무실 책방 구석에 부어 놓고 쫙 펴 놓았습니다. 그런데 고추가 마르는게 아니라 버글버글 곯고 하얗게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고추는 수분 함유량이 높아 빨리 마르지 않으면 곯게 되어 있었습니다. 고추를 가위로 잘라 말리기도 하고 군불을 때 말리기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고추 말리는 것을 옆에서 건성으로 보기만 했을때는 몰랐는데, 직접 말려보니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바구니 가득 말려도 잘 마르면 그 양은 반도 안되게 줄어 들고 그것을 고추가루로 빻으면 더욱 줄어듭니다.
어쨋든 책방 바닥에 널었던 고추 중에서 많이 상한 것은 골라 내고 바구니에 담아와서 집에서 말리던 다른 고추 사이에 살짝 섞어 놓았습니다. (에구~~이거 마누라가 알면 또 한소리 하겠군! 고추 하나도 못 말리면서 무슨 농사 지으며 살고 싶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하느냐...그러겠지?)
빨간 고추가 가즈런히 널려 있는모습을 들여다 보며 보기 좋다 사진 한 장 찍자! 하고 카메라만 들이댈 줄 알았지 고추 말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어찌 알았으랴. 더욱 겸손해져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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