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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177] 산수리
잠깐 비 개인 오후에 산책 겸 운동삼아서 산수리에 넘어갔다 왔습니다. 630번 버스 종점에서 내려 고개 하나를 넘고 굽이길을 몇번인가 돌아 내려가면 10호 남짓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 '산수리' 입니다.
밭농사와 고기를 잡는 어부들이 사는 동네. 호수가 생기기 전에는 상당히 큰 동네였는데, 동네를 물속에 다 수장시키고 떠날 사람 다 떠난 빈 동네였습니다. 골목골목 돌아다녀 보니 빈집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한 집 한 집 돌아다녀 봅니다.
골목에서 만난 할머니는 용케도 저를 알아 봅니다. 혼자 사는 집이 여러채 인데 노인들 다 죽으면 정말 동네가 텅텅 빌 것 같다고 한 숨. 평생을 살아온 동네가 자신들을 마지막으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착찹할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떠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어느 빈 집에 남겨놓고 간 세간살이와 액자. 벽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액자에는 시가 한수 적혀 있었습니다.
"630번 버스 종점에서 내려 한 참을 더 들어와야 도착하는 골짜기 중에서도 산골짜기 내가 나고자란 산수리...." 떠나가는 마음을 아쉬워 하는 시 한수 걸어 놓고 그사람은 어디로 이사를 하였을까요....
조용하고 깨끗한 그림같은 동네 산수리. 그 어디 빈집 하나 구해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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