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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178] 포도찾아 삼만리
한 사모님과 전화통화를 끝낸 아내가 갑자기 "포도가 8000원 밖에 안 한다고 해. 우리 포도 사러 가자."
이 지역은 포도밭이 많습니다. 대전 나가다 보면 길가에 '포도'라는 간판을 세워 놓고 밭에서 직접 딴 싱싱한 포도를 현장에서 팝니다. 아이들도 포도를 워낙 잘 먹고, 또 포도밭에서 직접 사면 몇송이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하면서 아내와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고 시내 나가다 중간에 포도밭에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절골 어디쯤에서 내리면 정류장도 가깝고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얼덜결에 절골 입구에서 내렸습니다. 포도를 파는 곳이 몇 군데 있긴 있었는데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가을 햇볕이 얼마나 따가운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어쩝니까 길을 따라 무작정 '포도'를 찾아 걷는 수밖에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게 뭔 쌩고생이여? 투덜투덜..."
"아, 데이트 한다고 생각혀~"
거의 한시간을 걸었습니다. 중간에 포도밭이 있기는 했지만 포도를 사 가지고 버스정류장까지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 차라리 대전 나가 정류장 근처에서 사가지고 바로 차에 싣고 오자 해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판암동까지 나왔습니다. 포도값은 산지와 별 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포도밭이 더 비싼것 같았습니다. 두상자를 사 가지고 버스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택시비와 차비와 뙤약볕 아래 걸은 것까지 계산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엄청 비싼 포도를 산 셈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산책을 하면서 보니 버스 종점 넘어 바로 사음리에 커다란 포도 매장이 있었습니다. 어이쿠~~ 눈 앞에 포도를 두고 어제 그렇게 생 고생을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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