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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잉크를 충전하기 위해 대전에 나갔습니다. 충전할 잉크가 밀렸다며 시간이 조금 걸린다기에 그렇다면 잠시 돌아다니다 오겠다고 하고 가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최근에 스크린 수를 8개로 늘려 새롭게 개장한 아카데미극장 앞을 지나가다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깨끗했습니다. 전에는 영화를 정한 다음 극장을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극장에 와서 볼 영화를 선택하면 됩니다. 마침 시간도 있고 해서 5분 뒤에 시작하는 [연애소설]이라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3층 5관으로 올라 갔더니 안내원이 앉아 있다가 후다닥 일어나며 "어서오세요. 즐감 되세요"하면서 피유우우우우우우~~~~~ 하고 매연을 길게 내뿜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안내하느라 힘든가? 그러나 그 이유를 금방 알았습니다.
극장 안에 들어갔더니 어째 아무도 없디야? 이거 사람들이 나랑 숨바꼭질을 하려고 다들 의자 밑에 숨었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예고편이 시작되고 영화의 제목이 뜨는데도 한사람도 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째 이렇게 사람이 없데? 이래가지고 장사가 되나?
그 넓은 극장 안에 나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6000원으로 극장 하나를 전세내낸 셈이 되었습니다. 차태현이 주인공인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했는데,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였고 나이 40을 바라보는 중후한 중년(?)인 나에게는 그렇고 그런 시큰둥한 영화였습니다. 에구... 전엔 이런 연애영화를 보면 막 가슴이 뛰곤 할때도 있었는데...
... 얼마나 졸린지, 눈을 꿈뻑 꿈뻑 그러고 보니 어젯밤 두시간 밖에 못잤군! 슬슬 졸음이 오고 아아, 그러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저 영화는 나 혼자만을 위해서 돌아가고 있는데, 나마저 나가버리면... 지금까지 영화를 돌린 저 위에 기사아저씨 얼마나 허탈할까... 그래, 꾹 참아야 돼. 어째 갑자기 오줌이 마렵지?... 만약 영화를 보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으면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 영화를 상영할까? 그래도 약속이니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의자를 세어 보니 모두 250석입니다.(영화 보러 와서 의자 개수를 세고 있다니, 내 참)
드디어 영화가 끝났습니다. 안내원이 앞으로 뛰어 내려가 "손님 여러분!(?) 즐거운 시간 되셨습니까? 나가는 곳은 이쪽입니다"하고 안내를 합니다. '손님 여러분'인 나 혼자 문을 빠져나가자, 또 뒤에서 피유~~ 매연을 뿜는 소리가 납니다. 아가씨... 월급 걱정이 되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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