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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199】 엽기적인 미용사
이제는 남자들도 이발소 보다는 미장원에서 이발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남자 미용사도 많아서 머리 만큼은 남녀평등이 이루어진 듯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장원에 불쑥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느 한 곳을 정해놓고 단골을 삼으면 훨씬 쉬운일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저는 이발 한번 하려면 여기저기 한참을 헤메야 됩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은 큰 맘 먹고 대전시내에 나갔습니다. 대전역 근처에 남자 미용사가 운영하는 어느 미장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미장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주인도 손님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나오려 하니 어디선가 남자 주인이 나오며 "어서오세요. 자 저쪽으로 앉으세요" 하고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할 수 없이 겉옷을 벗고 의자에 앉았더니, 천을 두르고 뒤쪽에서 한참을 꼼지락거립니다. 그리고 머리를 두어번 손으로 턴 다음 가위와 빗을 들고 머리를 자를 참인데, 앗! 거울에 비친 미용사의 눈이 반쯤 풀려 있는게 아닙니까. (그때 그냥 일어섰어야 했는데)
대낮부터 무엇때문에 한 잔 했는지 술냄새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자르는게 아니라 가위가 딱딱딱딱 거리는 소리만 머리뒤 에서 납니다. 그러는 순간에 뒤통수쪽의 머리가 짤렸습니다. 아,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짤리기 직전에 그냥 일어섰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왕 짤린거 그냥 앉아 있자.
무려 한시간 동안 미용사는 쉬엄쉬엄 작품을 빚듯이 그렇게 저의 머리를 만졌습니다. "이거 이쪽이 더 기네?" 하면서 반대쪽을 조금 더 쳐내고... 그리고는 다시 이쪽을 쳐내고... 이상한 모양으로 변한 머리를 차마 볼 수 없어 저는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만 궁리하고 있는데,
"면도를 해야 돼... 면도... 그래야 각이 선다니까..." 그러면서 날카로운 도루코 면도날 을 가져오는게 아닙니까. 엄마야.~~ 아저씨 면도 안 해도 돼요. 미장원에서 면도를 해주는데가 어디있어요? "뒤통수 쪽에 솜털이 너무 많아 선이 안살아난다니까.." 하며 막무가내로 달려드는데, 더 거절하다가는 무슨일이 날 것 같아 그냥 순순히 면도를 하도록 했습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제발 무사하게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면도날이 뒷 목덜미 쪽을 쓱쓱 긁는 소리가 무시무시했습니다.
"자, 다 됐어요. 멋지다. 비누는 저기 있고, 치약은 이쪽에 있고(웬 치약?) 머리 감으세요."
"제가 감아요? 안감겨줘요?'
"어이구..어지럽다..오늘은 그만 들어가야겠다..."
에구~~ 머리 모양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빡빡 밀리지 않은 것을 위안 삼으면서 그냥 혼자 머리를 감았습니다.
그리고 이발료 7000원을 주고는 후다닥 미용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원 세상에...이런 미용실이 또 어디있나~~~ * *
테러당한 내 머리 - 뒤통수를 사진으로 찍어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네... 잉~~저 허연 부분은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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