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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231】소원 빌기
모처럼 아내가 외출한 토요일 오후. 좋은이와 밝은이가 집안을 거의 쓰레기하치장만큼 어질러 놓았습니다. 더 놔두었다가는 전쟁 끝난 폐허가 될 것 같고, 돌아온 아내가 무슨 동물로 돌변할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어쨋든 아이들을 집밖으로 몰아내는 게 그나마 더 어지르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우리 호숫가에 가서 소원을 빌자"
"와아~~!!"
아이들과 함께 산책 겸 갈릴리 바닷가(대청호)로 소원을 빌러 갑니다. 그동안 추운 날씨 때문에 밖에 나오지 못한 아이들이 마치 강아지처럼 좋아합니다. 갈대를 꺾기도 하고, 산비탈을 올라가 칡넝쿨을 마치 타잔처럼 잡아당기며 소리를 치기도 하고, 솔방울도 줍고, 까치가 반쯤 먹어버린 까치밥(감)을 따먹기도 하고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엄마 없는 토요일 오후 시간을 호숫가에서 보냅니다. 드디어 호숫가에 나란히 서서 산을 넘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소원 빌기!
마땅한 친구가 없어 늘 둘이 붙어 투닥거리는 좋은이와 밝은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를 합니다.
좋은:"예수님. 저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
밝은:"예순님. 저는 풀라후프를 잘 돌리고 싶어요. 지금은 한바퀴밖에 안돌아가요" (... 웬 훌라후프?)
나: "예수님~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저 저녁노을을 아빠와 함께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이 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해 주세요."
해가 완전히 산 뒤로 숨어버리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집니다. 토끼에게 줄 풀을 뜯어 가슴에 품고 아이들과 서둘러 집에 돌아오니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어느새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놓았습니다. 2002.12.1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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