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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244】180만원짜리 생일선물
오전까지도 맑았는데 오후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눈발이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 무엇때문인지 심술을 부리던 아내가 농협에 입금할 것이 있다며 대전까지 태워다 달라고 한다.
"난, 못해. 저렇게 눈이 오면 난 운전 못해." 싫다며 버티다가 억지로 차를 끌고 나가는데 죽죽 미끄러진다.
"여보, 안되겠어. 그냥 돌아가자 응?"
"살살 천천히 나갔다 오면 되겠는데 뭐"
"여보 오늘 꼭 농협에 가야 한다면, 가까운 회남으로 갔다오면 안될까? 응? 제발."
"... ... ..."
아내의 고집은 대단하다. 할수없이 운전대를 꽉 움켜잡고 의자를 바짝 당긴 채 슬금슬금 운전을 하였다. 눈이 살짝 내린 도로는 추운날씨에 얼어붙어서 완전히 빙판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퀴가 줄줄줄 미끄러지면서 통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나보다. 도로 위에서 차가 한바퀴 빙 돌아 후진으로 도로 아래로 슬금슬금 내려가 버렸다.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
"여, 여보. 자기 말 안 들어서 미안해"
"... ... ..."
차 밖으로 기어 나와 보니 바로 발 밑으로 아득한 낭떠러지이다. 1미터만 더 내려갔어도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한동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나가던 차들이 큰 사고가 난 줄 알고 다 멈춰서 내려 모여든다. 다행히 하나님이 봐 주셔서 손끝하나 다친 곳도 없고 차도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렉카차가 와 차를 끌어올려 보니 범퍼와 라지에이터 라이트가 박살이 났다.
차는 견인되어 공장으로 가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공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서 견적 180만원 나왔다. 아내가 얼마나 미운지, 뭘 해도 다 미웁고 보기도 싫다. 목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천국이 아무리 좋아도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더 남아있는 것 같은데 천국 문 앞에까지 갔다와서도 지금 자기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듯 했다.
하긴... 속으로는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겠는가.
며칠이 지난 오늘은 아내 생일. 차는 햇수로 13년이나 탔으니 안 고치고 그냥 폐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간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던 아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생일선물이다. 180만원짜리 생일선물! 2003.1.8 ⓒ최용우
2002.1.3.오후 3:50 방아실 지나 1키로미터 지점
오전까지도 맑았는데 오후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눈발이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 무엇때문인지 심술을 부리던 아내가 농협에 입금할 것이 있다며 대전까지 태워다 달라고 한다.
"난, 못해. 저렇게 눈이 오면 난 운전 못해." 싫다며 버티다가 억지로 차를 끌고 나가는데 죽죽 미끄러진다.
"여보, 안되겠어. 그냥 돌아가자 응?"
"살살 천천히 나갔다 오면 되겠는데 뭐"
"여보 오늘 꼭 농협에 가야 한다면, 가까운 회남으로 갔다오면 안될까? 응? 제발."
"... ... ..."
아내의 고집은 대단하다. 할수없이 운전대를 꽉 움켜잡고 의자를 바짝 당긴 채 슬금슬금 운전을 하였다. 눈이 살짝 내린 도로는 추운날씨에 얼어붙어서 완전히 빙판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퀴가 줄줄줄 미끄러지면서 통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나보다. 도로 위에서 차가 한바퀴 빙 돌아 후진으로 도로 아래로 슬금슬금 내려가 버렸다.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
"여, 여보. 자기 말 안 들어서 미안해"
"... ... ..."
차 밖으로 기어 나와 보니 바로 발 밑으로 아득한 낭떠러지이다. 1미터만 더 내려갔어도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한동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나가던 차들이 큰 사고가 난 줄 알고 다 멈춰서 내려 모여든다. 다행히 하나님이 봐 주셔서 손끝하나 다친 곳도 없고 차도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렉카차가 와 차를 끌어올려 보니 범퍼와 라지에이터 라이트가 박살이 났다.
차는 견인되어 공장으로 가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공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서 견적 180만원 나왔다. 아내가 얼마나 미운지, 뭘 해도 다 미웁고 보기도 싫다. 목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천국이 아무리 좋아도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더 남아있는 것 같은데 천국 문 앞에까지 갔다와서도 지금 자기가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듯 했다.
하긴... 속으로는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겠는가.
며칠이 지난 오늘은 아내 생일. 차는 햇수로 13년이나 탔으니 안 고치고 그냥 폐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간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던 아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생일선물이다. 180만원짜리 생일선물! 2003.1.8 ⓒ최용우
2002.1.3.오후 3:50 방아실 지나 1키로미터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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