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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사진여행

감사.칼럼.기타 최용우............... 조회 수 1773 추천 수 0 2003.03.06 17: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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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사진여행

주인공:최밝은 기획,연출,사진,운전,글,홍보, 감독, 간식담당까지 몽땅 :아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면 긴장이 확 풀리면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흐린 날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얼굴을 씰룩거리며 근육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새 마음이 가라앉고 싱숭생숭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오늘 속리산 가자!"
같은 군 안에 차로 40분만 가면 속리산국립공원이 있는데, 그동안 아이들과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것 같아서 오늘 한번 휭~ 다녀 오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아내:싫어요.
좋은:저는 컴퓨터 할래요.
밝은:(활짝 웃으며) 네!
아내는 제가 어떤 의견을 내면 단번에 '예스'를 절대로 안합니다. 한참을 설득해야 마지못해 오케이를 하는 신중론자이고, 좋은이는 하고 있는 일에 빠져들면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는 우울점액, 밝은이는 모든 일에 호기심이 왕성하고 적극적인 다혈질입니다.
에그... 집에 있어도 텔레비젼을 보는일 외에 뭐, 성경을 읽는 것도 아니고 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온 가족이 잠깐 바람쐬러 다녀오면 얼마나 좋아...
하는 수 없이 밝은이와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1.꼬불길

속리산 가려면 말티재를 꼬불꼬불 넘어가야 합니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밝은이가 차를 응원합니다.
"아빠 차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오~ 필승 코리아~
아빠, 꼬불길 올라가기 너무 힘들지요? 나는 하나도 힘 안들었는데.. 나는 운전을 안해서..."
'꼬불길' 이란 표현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맞습니다. 커브, 급경사 이런 말보다는 꼬불길이란 말이 훨씬 더 정감이 가고 예쁜 말입니다.


(속리산의 관문격이 말티재 사진:네이버)

2.정이품송

원, 세상에... 정이품송이 마치 털뽑힌 닭같은 모습입니다. 그동안 병들고 벼락맞고 뿌리가 썩어가는 병에 걸려 중환자 신세라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수술받느라 세워두었던 쇠파이프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체높으신 정이품송님 옥체 보존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요.
"그런데 아빠,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요?"
"음..이 나무가 정이품송이라고... 계급이 엄청 높은 나무거든"
"아빠보다 더 높아?"

3.잔디광장

속리산 입구 식당가에서 점심을 맛있는 '감자전'으로 먹고 법주사를 향하여 걸어 올라갑니다. 주차장 옆에 넒은 잔디광장이 있고 오래된 노송이 마치 울타리 처럼 광장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밭과 어울어진 소나무가 참 보기 좋습니다.
밝은:아빠, 저 글씨 읽어 보세요"
아빠:주차금지 -차를 여기에 세워두면 안된다는 뜻이야"
밝은:아빠, 그런데 저 기 저 차는 왜 여기 있어요?"
밝은이가 가리킨 잔디광장 한쪽에 불법 주차된 고급 차들이 여러대 보입니다.
그랜져, 포텐샤,렉스턴... 전부 무시무시한 차들만 있습니다.
아빠:음... 저 차 주인들은 글씨를 읽을줄 모르나봐"
밝은:그럼 경찰 아저씨들에게 혼나겠네?"
아빠:막 야단 맞을거야 벌금 물겠지"
밝은:우리는 여기다 차 안세웠으니까 경찰아저씨한테 야단도 안맞고...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죠? 그지요 아빠~~"
그럼...경찰 아저씨들한테 혼나면 안하고 살아야지.

4.뻔데기

법주사 입장료가 3,200원이나 합니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솔솔~~
뻔데기 냄새!
포장마차에서 파는 추억의 뻔데기.
아빠:밝은아. 아빠 얼굴을 자세히 좀 봐 자~~
밝은:아빠 왜 그러세요. 눈을 크게 뜨고
아빠: 눈 말고 아빠 이마를 보란 말야. 여기 번데기가 있지? 자, 번데기 옆에서 이렇게 이마에 주름을 만드는걸 보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하는거여....난중에 학교에 들어가면 다 배우니까 잘 봐둬라...

5.쓰러진 나무

수명을 다한 나무는 쓰러집니다. 쓰러진 나무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쓰러짐으로서 또 다른 역할을 합니다. 쓰러진 나무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개미, 굼벵이, 거미 그리고 버섯, 곰팡이 이끼등입니다.
전에는 국립공원을 관리하면서 나무가 쓰러지면 번개처럼 치워버렸는데, 쓰러진 나무를 서식처 삼는 많은 벌레들을 위해서 지금은 그대로 둔다고 합니다. 쓰러진 나무숲에 오래된 고목들이 많습니다.
무슨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그 살아온 삶이 결코 평탄치 만은 않았던것 같은 이 나무도 언젠가는 쓰러지겠지요?
밝은:아빠! 이 나무가 참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아빠:고생이 뭔줄 알아?
밝은:먹고싶은 과자를 못먹고 참는게 고생이지요.

6.나이

"밝은이 이제 애기 아니야. 이제 6살이니 어린이야. 이젠 때쓰고 어린양하면 안돼. 그러면 다시 네살로 내려간다. 밝은이 네살 하고 싶어?" 아침저녁으로 엄마가 밝은이를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귀염둥이 애기인데, 자꾸 6살 값을 하라는 말에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맘도 꾹 참고 의젓해지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법주사 입구 하늘높이 솟아오른 나무 사이로 달려가던 밝은이가 묻습니다.
"아빠! 나무 되게 키 크다. 그죠? 그런데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나보다 더 오래 살았을까? 난 6살이나 살았는데..."

7.약수

밝은:아빠 목말라요.음료수 사주세요.
아빠:음료수는 몸에 안 좋아. 조금 더 가면 어디에 물이 있을꺼야..
목이 마르다고 조르던 밝은이에게, 날씨도 쌀쌀한데 음료수를 마시면 더 추울것 같아서 안 사주고 조금만 참으라고 했습니다.
밝은:아빠, 사람은 목이 마르면 죽지요? 음료수 사주세요. 아빠, 만화에서 목말라 죽은 사람 봤어요. 저 지금 목이 너무 말라요. 음료수 사 주세요.
결국에는 음료수 자판기에서 팬돌이 하나 빼주고 저는 커피 한잔 빼 마셨습니다.
법주사 경내에 들어가니 한쪽에 약수대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넓은 돌절구 안에 맑고 깨끗한 물이 철철 넘쳐 흐르고 있었습니다. 에구~~ 조금만 참았으면 음료수 안마시고 이 깨끗한 약수를 마셨을텐데.
아빠: 이거봐, 조금만 참고 와서 이 물을 마시면 된텐데... 그걸 못 참고 몸에도 안좋은 음료수를 사먹어버렸네. 에이!
밝은: 아빠, 메롱~! 키키..

8.계곡

평안교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보를 막아놓은 냇물에 물고기들이 유유자작 하며 헤엄을 칩니다. 밝은이와 함께 내려가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올라왔습니다. 거품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소리가 참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지난번 다산초당에 갔을때도 연못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서양에서는 물을 뿜어 올리는 분수대를 많이 만들고, 동양에서는 물을 가두어 잔잔한 물속을 물고기들이 헤엄치게 하거나 아래로 떨어뜨리는 폭포를 많이 만드는데, 아무래도 전 순리를 거스르는 서양식 보다 순리에 따르는 동양식이 맘에 듭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게 정상이지 위로 뿜어 올리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밝은: 아빠, 물고기가 별이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요. 물고기 보니까 별이 생각나요. 아빠는 무슨생각했어요? (별이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아빠: (음메. 기죽어)...미안하다...아빠는 매운탕 생각을 했으야...아빠 참 많이 타락했지?

9.돌샘

법주사를 한바퀴 삥~ 둘러보고 나와(한 10분 걸렸을까?) 산길을 다시 걷습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국보, 보물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숲속을 걷는 재미가 더 좋습니다.
한 참 밝은이와 장난을 치며 내려오는데 큰 바위 중간에서 물이 졸졸흘러 나오는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야! 신기하다 어떻게 바위 중간에서 저렇게 물이 나올까?"
저는 하나도 안 신기했습니다. 벌써 몇천년전에도 광야에서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속의 물을 빼먹은 일이 있었쟎아요. 오래전 신통력 있는 중 누군가가 지팡이로 때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런~~~ 순 사기꾼 중들..."
바위속에 아라비아 숫자 7모양으로 홈을 파고 그 속에 수도 파이프를 넣고 콘크리이트로 막은 다음 이끼로 발라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안보면 모를정도로 완벽하네요. (여기까지...혹시 국립공원관리공단 같은 곳에서 했을수도 있으니, 사기꾼 중들이라 한 말 취소)

10.조각공원

법주사광장 뒷편 숲속에서 입구 소방서까지 각종 조각작품 27점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조각공원이 있습니다.
밝은이가 특별히 고른 이 작품은 다리 근처에 있는데, 좀 야한가요?
"물질만능주의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상실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만보고 바쁘게만 움직여도 절망과 좌절의 늪이 산재한 현 세대의 어두운 현실에 빛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수수함 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긴 천을 두른채 상념에 잠긴 여인상을 통해 이 세상이 좀더 밝고 아름다워지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이광우 (충북미술대전 대상수상)"
밝은:아빠, 그런데요. 이 언니는 왜 이렇게 서있어요?
아빠:목욕탕 가려고 그러나?
밝은:그런데요. 어디서 많이 봤어요.
아빠:그래? 어디서 봤는데?
밝은:그건, 말할 수 없어요. 말하면 엄마한테 혼나요.

11.황토체험길

조각공원에서 호텔앞 도로까지 '황토체험길'이 있습니다. 보은은 황토가 무진장 매장되어 있는 황토고을인데, 황토를 볼 모양으로 만들어 저온 열처리한 황토볼이 가득 깔려 있어서 맨발로 걸어 지압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황토를 맨발로 밟으면 원적외선이 인체에 흡수되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노화방지, 만성피로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고, 제독역할을 하여 곪은 상처나 무좀, 습진등의 질환에 좋다. 여성의 냉대하에 좋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피부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 탄력있는 피부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구요? 하하 황톳길 입구 간판에 다 써 있어요. 밝은이가 읽어 달라고 해서 읽어줬더니, 그럼 그렇게 좋은 황토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벌렁 누워버립니다. (하~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옷 더러워진다고 저렇게 못 눕지요.^^ 아빠는 못눕게 안하냐구요? 옆에 따라 눕고 싶은 걸 억지로 참은걸요)

12.북극 얼음나라

속리산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밝은이가 '꼬불길'이라고 별명 붙여준 말티재를 넘어왔습니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말티재휴양림이 있고, (전 무료인줄 알았는데 휴양림에도 입장료가 있데요.) 그래서 그냥 지나쳐 오는데, 갑자기 밝은이가 무엇을 봤는지 "야~~~ 눈나라다" 해서 운전중이니 잠깐 0.1초동안만 고개를 왼족으로 얼른 돌려 보았습니다.
"앗! 저게 뭐야?"
하얀 북극의 빙산을 닮은 하얀 얼음덩어리가 논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차를 돌려 그 이상한 물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식당에서 마당에 물을 뿌려 얼린 인공빙산(?)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엔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멈추고 들어와서 얼음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행기 끝 -2003.2.23일 오후>

20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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