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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284】한방에 해결
우리집은 도시처럼 수돗물이 단수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높은 산에서 저절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중간집수통에 받았다가 모터로 옥상의 큰 물탱크에 퍼 올려 다시 떨어지는 수압을 이용해 물이 집에까지 도달합니다. 그런데 옥상물탱크의 물을 다 쓰면 본관건물에 있는 모터의 스위치를 올려서 물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물이 떨어지면 본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스위치를 올리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100미터 정도 아래로 내려가 스위치를 올리고 올라와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아내와 여러 번 말다툼을 했습니다.
설거지를 한다거나 목욕을 하고있는 중간에 물이 딱 멈추면 그때부터 누가 스위치를 올리러 갈 것 인가로 말다툼을 시작합니다. 대부분은 제가 가지만, 물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별로 불편함이 없는 저는 뭉기적거리게 됩니다.
그러면 아내는 물도 안나오는 곳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한바탕 할 말 못할 말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방법이 있어서 오늘 한방에 이 문제를 해결해 버렸습니다. 우하하
지난여름 채소밭에 물을 주기 위해 주워다 놓았던 커다란 김칫독통을 깨끗이 씻어서 들고 들어와 물을 가득 받았습니다. 수도가 없던 옛날 우리집 부엌에는 물을 담아놓는 물항아리가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해 지금은 항아리 대신 김칫독통을 많이 쓰니 그게 그거 아닙니까.
이렇게 물이 나올 때물을 받아 놓았다가 물이 떨어지면 퍼 쓰면 되지. 괜히 안나오는 물 가지고 실랑이할거 뭐 있어!2003.3.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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