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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이의 필통속에 몽당연필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아빠, 연필을 다 쓰면 어떻게 하지요?"
"새 연필 사줄께"
"그게 어니구요. 아무리 끝까지 써도 맨 마지막에는 요만하게 남잖아요. 이렇게 다 쓰고 남은 연필은 어떻게 해요?"
"... ... ..."
몽당연필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좋은이에게 그냥 "버려라" 하고 쉽게 말이 안나옵니다. 그래서 한군데 잘 모으라고 했더니 어느날 보니 이렇게 많이 모아 놓았습니다.
친구 이레에게 연필깎기를 선물로 받은 이후엔 칼로도 깎을 수 없은 작은 연필도 예쁘게 깎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거 어떡하죠. 버리기엔 너무 깜찍하고 아깝잖아요.
몽당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 없으면
바보 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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