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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292】코코아
햇볕 따뜻한 토요일 오후에 아이들이 신이났습니다.
"뭐든, 엄마 아빠를 돕고 싶어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돕고 싶다고 말하는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학원에 커피자판기가 있는데, 언젠가 선생님이 코코아 200원자리 하나를 뽑아서 아이들에게 주셨는데, 그걸 먹어본 이후에 하루에 한잔씩 코코아 빼먹는 재미에 들린 것입니다.
"아빠, 200원만 주세요."
"뭐하게?"
"코코아 한잔 빼서 밝은이랑 나눠 먹을래요"
매번 200원씩 주다가 하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냥 안준다. 뭐든 엄마 아빠를 도와주면 100원씩 줄꺼야...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한다든지, 방 청소를 한다든지, 아빠 차를 닦는다든지..."
... 흑흑! 차 이야기는 안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로 차를 닦는다고 나올줄 몰랐습니다. 장화에 고무장갑까지 끼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10년된 차이지만 나중에 보니 앞 엔진 커버를 뭘로 긁었는지 기스가 나버렸고, 시트커버를 물로 흠뻑 적셔놓고, 유리창을 얼룩으로 알록달록... 그래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잘 닦았다. 정말 번쩍번쩍 하네... 자 100원씩!"
아이들은 자신들이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라 합니다. 2003.3.8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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