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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293】1초만 여유가 있었어도...
차를 운전하여 시내에 나가면 편하기는 한데, 문제는 주차할 곳이 없습니다. 골목마다 도로마다 차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서 서행으로 골목길을 뺑뺑돌며 빈 공간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오늘도 무리를 해서 중앙동에 차를 운전해 들어갔습니다. 운 좋게 빈 공간이 있어서 얼른 차를 대놓고 봉투를 사고, 복사를 하고, 서점과 은행에 다녀왔습니다. 다시 골목을 빠져나오다 생각해 보니 스케치북을 사야겠기에 '문구도매백화점'앞에 잠깐 차를 잠시 정차시켰습니다. 비상등과 안개등을 켜 놓고 얼른 스케치북만 사 가지고 나올 생각을 하면서 급하게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을 탕 ~ ~ ! 닫는 순간 으악! 자동차 키를 안 뺐다!
순식간 거의 1초 사이에 조건반사적으로다가 벌어진 사건! 자동차 라이트는 앞뒤로 깜빡거리고 차가 들어가는 가게 입구에 떡 버티고 선 내 차!
얼른 전봇대 뒤에 숨어서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려보아도 뾰쪽한 대책이 안 떠오릅니다. 보험회사 출동서비스 전화번호도 차 키에 붙어있습니다. 마침 집에 보조키 하나가 있는게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무조건 최대한 눈썹 빠지게 빨리 달려오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두시간은 걸립니다.
"이거 누구 차야?"
하면서 구박받는 내 사랑하는 차를 전봇대 뒤에 숨어 지켜보면서 "차야... 미안하다... 조금만 참어라잉~" 어째... 내가 이런 실수를... 차마 차를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가까운 서점에 가 있었습니다.
거의 세시간 후에 아내가 입이 한발이나 나온 모습으로 "어이구, 이 한심한 인간아.."하면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밧데리가 다 방전되어 차는 죽어 있었고, 보험회사 출동서비스를 불러 충전을 시킨 다음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여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에구, 1초만 여유를 부렸어도... 2003.3.1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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