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릴리의 아침 313】마음 다스리기
대청호를 만들면서 생긴 회남길 25키로에 벚꽃이 장관입니다. 20년 전에는 어린 묘목이었을 벚꽃나무가 20년 정도 자라니, 정말 볼만하게 꽃을 피웁니다. 앞으로 30년 40년후엔 전국 제일의 벚꽃길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늘 다니는 이 길에서 제1회 봄꽃 대청호 마라톤대회가 오늘 열립니다. 꽃과 대청호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대청호길 왕복 42,195키로미터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참 신나는 뜀박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오늘 마라톤대회 하는데 비가 와서 망쳤네..."
"뭐, 마라톤을 못 할 정도로 많은 비는 아니네요. 벌써 오래전 부터 광고를 그렇게 했는데 이 정도 비에 대회를 취소하겠어요?"
물론 저는 참가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참 좋은 볼거리를 놓칠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망쳤다"는 말을 했습니다. 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는 하나님이 정해준 대로 변함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날씨가 나의 기분을 망친 것이 아니라, 마음에 어떤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니 '망쳤다'고 생각한 내 마음이 나를 망치게 한 것입니다.
이즈음에 저렇게 비가와야 합니다. 그래야 뿌린 씨앗들이 촉촉하게 젖은 흙속에서 새싹을 틔울 수 있고, 황사로 어두워진 하늘이 깨끗해질 수 있고, 어쩌면 오늘 마라톤대회와는 상관없이 연인들이 우산 하나를 다정하게 쓰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좋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음문제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언제 이렇게 내 맘대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여 마음을 망칠지 모를 일입니다. 2003.4.20 부활주일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