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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324】자장면과 볶음밥
아내가 학교에서 엠티를 간 날,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해결할 일이 난감하여 모처럼 면에 있는 자장면집에 갔습니다. 해 떨어지면 문 닫는 시골인지라 벌써 문을 닫은 짜장면집 문을 밀고 들어가 뭘 주문하기가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야 오는 손님 가라 할 수 없으니 옷을 걸쳐 입고 방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음식을 '자장면'으로 통일시켜 곱빼기 하나(내 꺼^^) 에 보통(아이들은 보통을 둘로 나눠주면 딱 맞다)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좋은이가
"아빠! 저는 볶음밥 먹고 싶어요"
"그냥 자장면 먹자. 아저씨가 두 가지 요리를 하려면 힘들쟎아"
"그래도 전, 자장면 안 먹어요. 그럼 전 아무것도 안 먹을래요."
저는 자장면을 먹으라고 설득을 하고, 좋은이는 끝까지 볶음밥을 고집하고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자장면이 나왔습니다. 아저씨는 특별히 양을 많게 하여 세그릇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자장면을 거의 다 먹어가는데도 좋은이는 입이 한 발이나 나와서 자기 자장면에 손도 안댑니다.
"아빠는 왜 제 의견을 무시하세요?"
"그건 말이야....... ...."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하고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좋은이가 아빠 말을 안 듣다니, 하는 섭섭함. 그리고 벌써 이렇게 커서 자기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구나, 하는 뿌듯함...
좋은이는 볶음밥을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남은 자장면은 너무 아까워 비닐봉지에 싸가지고 왔습니다. 덕분에 강아지 별똥별이가 자장면을 다 먹어보고...
자장면집을 나오면서 "좋은아, 아빠가 네 의견을 무시해서 미안해~" 하고 말했더니 금새 기분이 풀어져 헤벌레 웃는 좋은이. 2003.5.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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