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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의 아침 356】송집사님 이사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인 송집사님 노부부가 대전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두분 집사님 내외가 사는 집은 돌로 외장 마무리를 해서 '돌집'이라고 부릅니다. 자녀분들이 대전에 살고 계셔서 이제 기력도 쇠해지고 해서 자녀들 곁으로 가셨습니다.
이삿짐은 평소에 조금씩 날라서인지 마지막날에는 냉장고 세탁기 같은 큰 짐 외에는 몇 개 없었습니다. 이사하는 날 아내되신 송집사님이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섭섭하기도 하고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었는데 그냥 간다고 하시면서, 갑자기 남편 되시는 정집사님이 밖으로 나가신 틈을 타 제 손을 잡아끌고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장롱을 열더니 새 양복 한 벌을 꺼내 한 번 입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정집사님 양복인데 아는 분에게 선물을 받아놓고 한번도 안 입은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제 덩치가 커서 양복은 아주 작았습니다.
"에고... 맞으면 좋았을 것을.. 맞으면 우리 전도사님... 양복 한 벌 주고 싶은데..."
"집사님... 고마와요.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제가 받았다고 생각 할께요. 대전 가셔서도 건강하게 잘 사셔야 합니다."
못내 섭섭하신 집사님은 집만 빼놓고 밭은 아직도 우리 소유이니, 밭에 있는 채소, 언덕에 있는 머위대 같은 반찬거리를 그냥 뜯어다 먹으라고 하십니다. 정집사님 송집사님 만큼 좋은 이웃이 또 이 집에 이사왔으면 좋겠습니다.
2003.6.21 ⓒ최용우
사진 한 가운데가 이사가신 송집사님 집이고 오른쪽 아래 꾸석데기에 살짝 보이는 집이 우리집 옥상입니다.(가을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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