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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19】이모님의 기도
봄볕이 따스하고 보리수 빨갛게 익어가는 어느 날 옥천 증약면 어딘가에 산다는 아내의 큰이모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제게는 처이모가 되시며 결혼식장에서 한번 뵌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한 동네였던 마을이 대청호가 생기면서 물이 차 올라 이쪽 저쪽 두 개로 갈라놓아서 방아실이평리, 옥천이평리가 생겼는데, 어느쪽이든 원하는 쪽에서 살라 하기에 처이모님은 옥천이평리를 택했답니다. 그것도 모르고 방아실 이평리에서 헤메다가 강 건너편에 이평리가 또 있다는 말을 듣고 옥천읍내로 해서 뺑뺑 돌아 반대편으로 갔습니다. 동네분들과 길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모님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일곱인가 여덞이라는데 다들 시집가고 장가가고... 서울, 인천 대전, 옥천... 사는 곳도 다양합니다. 얼마전에 남편이 돌아가시고 혼자사시는 이모님의 방에 들어갔더니 자식들 결혼식 사진을 벽에 줄줄이 걸어놓았습니다.
이불 펴고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눈앞에 자식들의 결혼사진이 일렬로 서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거겠죠. 그러면 어머니는 결혼 사진속의 자식들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면서 '잘 있겄지. 잘 살아야 할턴디....' 하면서 잠이 드실 것입니다. 2003.10.7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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