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릿느릿 024】5분쯤이야!
거창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달렸다.
무주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며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이 지역 특산품인 '재첩비빔밥'을 주문했다. 누구처럼 맨날 오뎅이나 김밥만 먹지말고 어디든 그 지역에서 자랑하는 특색 있는 요리가 있는데, 이왕이면 그런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좋다.(그 누구가 제 아내라고는 말못함)
먹음직스러운 여러가지 야채와 재첩 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팍 뒤집고 고추장 찌익~ 뿌리고 척척 비볐다. 오~ 그리고 막 한숫갈 떠 넣으려는 순간! 벽에 걸린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1시 55분!
아뿔사! 지금 나는 반일 금식을 하고 있는 중이지.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루의 반을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반금식 기도를 얼마동안 작정해서 하고있는 중인데 깜빡했네!
수저를 조용히 도로 내려놓고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꼴깍 삼켜 뒷수습을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거 원, 내가 율법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님과의 약속이니 5분쯤이야 하며 하찮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어기면 안되지!
"왜요? 머 들어갔어요?" 밥을 앞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게 이상했던지 식당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물어본다.
"아닙니다. 기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 눈뜨고?
그냥 있기도 무안하고 또 아줌마가 찾아 올까봐 잘 비벼진 비빔밥을 다시 뒤적거리며 비볐다. 비비고 또 비비고, 숫가락으로 시맨트 바르듯이 삭삭 발라도 보고... 세상에.... 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2003.10.14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