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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27】고라니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 가고 아내는 외출을 한 날. 점심시간이 되어 부엌에서 라면하나 끓이고 있는데 뒤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창문으로 내다봤더니 고라니 한 마리가 사박사박 산에서 내려와 풀을 뜯고 있다. 어느 때는 마당에서 얼쩡거리더니 오늘은 뒤란에서 얼쩡거린다.
카메라를 들고 조리개를 조절하고 있는 내 모습을 고라니가 봤다. 귀를 쫑긋 세우고 나를 쳐다본다.
"아니야~ 난 사진 한장만 찍고 싶어서 그래. 너를 어떻게 할 생각이 전혀 없어! 하던 식사 계속 하시라고..."
내 말을 이해 못하고 후다닥 숲속으로 달아나버리는 고라니.
언제쯤이나 나는 고라니나, 산토끼, 새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정다운친구가 될 수 있을까? 2003.10.2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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