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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살아있지?

달팽이일기04-05 최용우...............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4.01.22 21: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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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89】나 지금 살아있지?  

겨울에는 책방이 너무 추워서 꼭 한두번씩 컴퓨터가 고장이 납니다.  올해도 이불과 안 쓰는 커튼으로 컴퓨터를 꽁꽁 싸 놓았는데도 고장이 났습니다.
모니터는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화면이 안 뜨고, 컴퓨터는 계속 공포의 파란 화면에 '런타임 오류가 났습니다.'는 메시지만 떴습니다. 며칠동안 집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자기들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눈총이 대단합니다. 내, 참 치사해서...누가 사 준 컴퓨터인데...
컴퓨터가 없으면 일을 못하는데...그래서 오늘은 좀 시간 여유가 있어 컴퓨터와 모니터를 차에 싣고 둔산동 전자타운에 갔습니다. 컴퓨터를 몇 번 테스트 해 보더니
"이거...살리기가 어렵겠는데요... 안에 자료가 많아요?  이 런타임 오류는 악성 오류라서 컴퓨터를 포맷 하는게 가장 빨라요."
"엣! 아,,안돼요...이 안에 자료가....다른 건 몰라도 회원관리 프로그램의 회원 데이타는 어떻게든 살려야돼요." 제 얼굴은 사색이 되었습니다.
"그러시면... 데이타 복구 전문가에게 맡겨야 되는데 비용이 상당히 나옵니다. 기본이 10만원 이고... 자료의 양에 따라 더 늘어나지요. 어떻게 할까요?"
"이거...큰일났네...비용이 그렇게나 많이 나와요? 어떻게 해야 되나..."
문득 얼마 전에 들꽃편지 구독자 데이타를 혹시 몰라서 문서로 한 부 프린터 해 놓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에이포 용지로 100장쯤 되는데, 데이터를 복구시키지 못하면 요걸 다시 다 독수리타법으로 쳐서 입력시켜야 합니다. 어메~ 눈앞이 캄캄... 그렇다고 돈도 없고... 한 참을 생각하다가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래, 이번 구정 때 다른데 가지말고  이참에 회원 정리도 할 겸 집에서  이거나 입력하자!
"엉엉..그냥, 포맷 해 주세요 ㅠㅠ"
"포맷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이따 저녁에 오시든지 내일 오세요"
"내일 올께요"
차를 운전하여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컴퓨터 안에 있는 사진, 유틸리티, 문서, 음악파일, 기타 자료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거의 20기가가 넘는 자료가 들어 있었습니다. 에구... 이걸 백업해 놓았어야 되는데... 무엇보다도 그동안 내가 쓴 글의 파일이 몽땅 없어지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플로피 디스켓에 복사해 놓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 쓴 글들은... 날밤을 새며 쓴 무수한 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단 말이야?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은 다시 갈무리를 하면 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공개하지 않은 글들은... 세상에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는  다급하게 주님을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주님... 안됩니다. 안돼요... 주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죽어서 썩은 냄새가 펄펄 나는 나사로도 살려내신 분이 그깟 컴퓨터 하나 살리는 게 뭐가 힘든 일이시겠습니까. 공사가 다망하시더라도 꼭 출장을 오셔서 컴퓨터를 살려 주세요. 주님!!! 주님~~!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
운전대가 흔들렸습니다. 판암동 넓어진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컴퓨터를 살려야 하는 이유'를 100가지도 더 대며 하나님의 선처를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으로부터 아무런 사인이 안 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 가서 짬뽕 한 그릇 먹고 힘을 내서 더 간절히 주님께 기도해불랑게 잠깐만 기다리시소 잉~"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기도 하고 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중국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시켰습니다. 든든하게 먹고 가까운 기도원에 갈 참이었습니다. 어쩌면 컴퓨터는 이미 포맷작업에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사로도 무덤속에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쟎아요.
짬뽕을 한 참 먹고 있는데 손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컴퓨터를 복구 시켰습니다."
"엣?"
"모르겠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포맷하려고 작업하던 중에 컴퓨터가 갑자기 살아났어요. 지금 다른 오류가 있나 체크하고 있는데... 그냥 가져가셔도 될 것 같아요."
"오~ 하나님... 놀랠루야! 주님 당신의 능력에 놀랬습니다."
저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오던 길을 되돌아 전자타운에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찾아 차에 싣고 노래를 부르며 집에 왔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차안에서 혼자 별 쑈를 다했는데 (아마 지나가는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미친놈같이 생겼는데...) 사고 안 나고 집에까지 온 것이 기적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내가 쌓아놓고 있는 것들이 언제 어느 한 순간에 없어져버릴지 모를 허망하고 참 부질없는 것들이란 생각도 들구요. 하나님도 저 때문에 되게 머리 아프실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2004.1.16 최용우  

댓글 '1'

시린하늘

2004.02.01 13:54:48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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