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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90】지금 설날 아침 맞나? 맞지?
명절이 시작되면 서울에서 부산이나 광주로 내려가는 도로가 막히고, 반대로 명절이 끝나가면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막힌다는 말도 옛말인 것 같다. 어제 대전에서 천안까지 세시간 걸렸고, 천안에서 안양까지 올라오는데 4시간 걸렸다. 평소보다 세배정도 더 걸렸다.
지난 신정에 갈멜산기도원에 가서 기도한다고 했다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구정에는 꼭 하루라도 기도하려고 단단히 별러 어젯밤 드디어 안양에 올라왔다.
저녁 집회를 마치고 밤기도를 하고 성전에서 자고 새벽예배를 드리고... 이게 나의 계획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가까운 pc방에 있다. 새벽 3시쯤 자다말고 일어나 기도원에서 내려왔다.
나 어젯밤 기도원에서 얼어죽는 줄 알았다.
두툼한 잠바를 입는데, 아내가 기도원에 가는데 웬 잠바냐며 마이를 입고 가라고 한다. 그래도...잠바... 하다가 마이를 입었다. 그런데 기도원에 와 보니 모두 에스키모인들이 입는 잠바를 입고 있는데... 보기에도 불쌍하게 마이를 입고 폼재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거 폼생폼사도 아니고...
저녁집회를 잘 마치고 기도까지 마치고 차에 가서 지난 여름 어떤 사모님이 주신 얇은 이불을 가지고 와 보니 이미 성전 안에 빈자리가 없다. 문 옆에 조그만 자리가 있어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거의 80%는 자리를 잡고 누워 자고 나머지는 기도를 한다. 나도 기도를 좀 더 하다 마이가 찌그러지거나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을 하면서 방석 두 장 나란히 깔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살그머니 누웠다. 다리를 펼 수도 없고 몸을 뒤척일 수도 없이 딱 방석 두 장 정도 좁은 공간이다. 누우니 먼저 누운 어떤 아저씨 엉덩이쯤에 얼굴이 닿는다. 등산용 이불 속에 푹 들어가서 벌써 잠들어버린 아저씨 - 까스 뿜지 마쇼 잉~
그런데 얼마정도 지나니 바닥에서 불기가 가셨다. 보일러를 끈 것 같다. 아이들이 잠도 안자고 계속 문을 열고 들락날락 한다. 마치 지금 신문지 한 장 덮고 지하철 콘크리이트 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귓가에 계속 시베리아 벌판에서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소리가 휘잉~ 휘잉~ 들린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세상에... 내가 지하도에서 얼어죽는 꿈을 꾸다가 놀라 잠이 깼다. 손전화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온 몸이 꽁꽁 얼어붙어 정말 죽을것만 같다. 차로 갈까? 히타를 켜 놓고 차 안에서 잘까? 24시간 문여는 목욕탕으로 갈까? 어디 여관이나 모텔같은데는...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얼어 죽을것 같애. 다른 사람들은 두툼한 옷과 이불로 무장을 하고 잘도 잔다. 얇은 옷과 얇은 이불을 가지고 와 벌벌 떠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곳이 없다.
무작정 성전에서 나와 이불을 차에 던져 놓고... 차 안에 앉아 있으니... 얼마나 추운지 냉장고 안 에 앉아있는 것 같다. 무작정 기도원 밖으로 나와 자판기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 빼 먹으며 걷다가 보니 불켜진 피시방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올라와 봤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세상에...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 그것도 설날 새벽에...
피시방에 들어오니 후끈후끈... 몸을 어느 정도 녹이니 정신이 돌아온다. 그냥 여기에 있어야 겠다. 아, 따뜻하다... 따끈따끈한 이불속이 그리웁다... 아... 요즘 기도원에 헌금이 줄어들었나? 전엔 밤새도록 따끈따끈하더니... . 덜덜덜덜덜덜 달달달달달달 덜덜덜덜 달달달달달달달...(추신: 오늘 아침 기온 영하 11도) 2004.1.22 아침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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