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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내려다 본 어부동 포구(?) 근사하지요~
【느릿느릿 095】뒷산에 올라
맑고 화창하지만 햇볕은 없는 날,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 있는 어느 날, 책방 창 밖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무엇엔가 홀린 듯 두꺼운 옷을 입고 창박을 나섭니다.
창 밖으로는 마을 뒷산인 국사봉이 보입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두어번 올라가 봤을 뿐. 아, 저는 그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런걸 보고 '산이 부른다'고 하는가 봅니다.
낙엽이 다 떨어져 속살이 다 보이는 산을 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꿩이랑 산토끼 노루가 낯선 인간의 방문에 놀라 후다닥 튀어버립니다.
"아, 너그들은 이 겨울에 뭐 먹고 사니?"
국사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넓은 자리 차지하고 몇 개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청호가 한 눈에 들어오고 골짜기 여기저기에 집들이 박혀있는게 보입니다. 멀리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있는 곳도 보이고, 다리의 다리가 가장 길다는 회남대교도 보입니다.
바로 발 아래에 있는 내가 사는 우리 동네를 봅니다.
이렇게 멀리서 보니 참 멋지네요.
마치 한적한 바닷가 같은 느낌이 드네요.
좀 떨어져서 보니 내가 사는 동네도 참 근사한 곳이네요.
내 삶도 그럴까요? 좀 떨어져서 보면 그래도 폼 나 보일까요?
아, 산이 나를 부른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그렇게 개미처럼 땅바닥에 붙어 아웅다웅 하지 말고, 좀 멀리 떨어져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부른 것이었군요. 2004.1.2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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