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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096】유치원 학습 발표회
밝은이 유치원에서 1년에 한번씩 하는 '유치원발표회'에 다녀왔다. 대전평생학습관을 빌려서 하는데 밝은이는 계속 '무도회장'에 가서 발표회를 한다고 들떠 있다.
작년의 경험도 있고 해서 나는 계속 방어기도를 하면서 갔는데, 아내는 가기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1시에 밝은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발표회를 시작하는 5시까지 시간이 남아 내 계획은 오랫만에 아내와 좋은이와 함께 서점에 가려고 했는데, 아내의 강력한 요청으로 엘지마트로 갔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모를까 목적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은 영혼에 별로 유익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후에 책 코너 앞 의자에 셋이서 축 쳐져 앉아있는 모습이라니...
은행동 평생학습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잠시 가까운 곳에 있는 '성바오로서점'에 갔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발표회 시간이 되어 꽃다발 하나 사가지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뒷자리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최대한 숨을 작게 쉬며 잠깐동안 내 눈과 귀와 마음과 호흡을 닫는 기도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와 날카로운 스피커 소리와 음란한 음악들이 뒤섞인 어두움 들이 파도처럼 강하게 밀려와 머리가 아프기 시작.
내 영이 민감하지 않을 때는 이런 자리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나님 앞에서 열려있을 때는 이런 공간은 최악의 자리이다. 내 딸내미 밝은이가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서는 아이들이 온몸을 움직이며 율동을 하고 귀청이 터질듯한 고음이 아스라이...그렇게 그 속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5시에 시작한 발표회가 7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얼른 털고 일어나 밖에 나와 크게 심호흡을 하다.
가까운 곳에 스파게티를 파는 집이 있는데, 칸과 칸 사이가 막혀 있고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피해 차분하게 흐트러진 마음을 수습할 생각으로 "스파게피를 먹으러 갈까?" 했더니 눈치 없는 아내가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한다. 스파게티가 목적이 아닌데... 삼겹살 식당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자리이기에 발표회장과 별 다를것이 없는 곳이다. 까짓거... 세계평화를 위해서 아내 말을 들어야지! 아내는 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고 삐쳤다고 한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영적인 민감성이 없을까... 영적으로 무디면 머리라도 안아플텐데...
내 몸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내듯, 그렇게 내 마음에 묻어 있는 세상의 느낌들을 털어내버리고 집에 가야 하는데 계속 기회가 오지 않는다. 심장이 저려 온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운전하여 돌아오는길에 아내가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내려가기만 할 뿐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차를 세우고 점검을 해 봐도 안 된다. 그냥 창문을 열어 놓은 채로 집에 올 수 밖에.
덕분에 찬바람을 맘껏 마시며 안에 있는 것을 다 토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저절로.
왜 아내가 앉은 쪽 창문이 고장났을까. 아내가 얼른 눈치 챘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나의 삶에 간섭을 하시는 방법은 특별 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것처럼 보이는 일이 알고보면 다 하나님의 사인이다.
유치원학습발표회에 대해 뭐라 쓰고 싶은데, 그건 그냥 안 쓰는게 좋겠다. 2004.1.30 ⓒ최용우
밝은이 유치원에서 1년에 한번씩 하는 '유치원발표회'에 다녀왔다. 대전평생학습관을 빌려서 하는데 밝은이는 계속 '무도회장'에 가서 발표회를 한다고 들떠 있다.
작년의 경험도 있고 해서 나는 계속 방어기도를 하면서 갔는데, 아내는 가기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1시에 밝은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발표회를 시작하는 5시까지 시간이 남아 내 계획은 오랫만에 아내와 좋은이와 함께 서점에 가려고 했는데, 아내의 강력한 요청으로 엘지마트로 갔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모를까 목적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은 영혼에 별로 유익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30분 후에 책 코너 앞 의자에 셋이서 축 쳐져 앉아있는 모습이라니...
은행동 평생학습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잠시 가까운 곳에 있는 '성바오로서점'에 갔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발표회 시간이 되어 꽃다발 하나 사가지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뒷자리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최대한 숨을 작게 쉬며 잠깐동안 내 눈과 귀와 마음과 호흡을 닫는 기도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와 날카로운 스피커 소리와 음란한 음악들이 뒤섞인 어두움 들이 파도처럼 강하게 밀려와 머리가 아프기 시작.
내 영이 민감하지 않을 때는 이런 자리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나님 앞에서 열려있을 때는 이런 공간은 최악의 자리이다. 내 딸내미 밝은이가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서는 아이들이 온몸을 움직이며 율동을 하고 귀청이 터질듯한 고음이 아스라이...그렇게 그 속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5시에 시작한 발표회가 7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얼른 털고 일어나 밖에 나와 크게 심호흡을 하다.
가까운 곳에 스파게티를 파는 집이 있는데, 칸과 칸 사이가 막혀 있고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피해 차분하게 흐트러진 마음을 수습할 생각으로 "스파게피를 먹으러 갈까?" 했더니 눈치 없는 아내가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한다. 스파게티가 목적이 아닌데... 삼겹살 식당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자리이기에 발표회장과 별 다를것이 없는 곳이다. 까짓거... 세계평화를 위해서 아내 말을 들어야지! 아내는 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고 삐쳤다고 한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영적인 민감성이 없을까... 영적으로 무디면 머리라도 안아플텐데...
내 몸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내듯, 그렇게 내 마음에 묻어 있는 세상의 느낌들을 털어내버리고 집에 가야 하는데 계속 기회가 오지 않는다. 심장이 저려 온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운전하여 돌아오는길에 아내가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내려가기만 할 뿐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차를 세우고 점검을 해 봐도 안 된다. 그냥 창문을 열어 놓은 채로 집에 올 수 밖에.
덕분에 찬바람을 맘껏 마시며 안에 있는 것을 다 토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저절로.
왜 아내가 앉은 쪽 창문이 고장났을까. 아내가 얼른 눈치 챘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나의 삶에 간섭을 하시는 방법은 특별 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것처럼 보이는 일이 알고보면 다 하나님의 사인이다.
유치원학습발표회에 대해 뭐라 쓰고 싶은데, 그건 그냥 안 쓰는게 좋겠다. 2004.1.30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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