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느릿느릿 097】가난한 사람들
청빈(淸貧)을 말하는 것이 참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가난해서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가질 것 다 가지고 있으면서 청빈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습게도 정말 청빈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부류는 후자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니 동네에 빈 집이 많다. 그냥 빈 집이 아니라 야반도주한 것인지 세간살이가 그냥 뒹굴어다니는 빈 집을 볼 때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무슨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일까.
특히 작년 모내기할 즈음 농약 마시고 가신 왕따할아버지네 집을 보니 눈물이 다 난다. 술주정이 얼마나 심한지 아주머니도 도망가고 자식들도 돌아보지 않고 동네사람들도 왕따를 해서 혼자 사시는 불쌍한 할아버지였다. 돌아가셨어도 가족들이 오지도 않아 동네 사람들이 황급하게 뒷산에 묻었던 생각이 난다.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활짝 문 열린 안방도 그대로 있고 창고에 마늘이며 나물 주머니들도 주렁주렁 그대로 있다.
"시계는 딱 맞네"
아무도 없는 빈집의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는 여전히 살아서 똑딱똑딱 신기하게도 시간이 딱 맞는다. 2004.1.31 ⓒ최용우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