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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100】불 켜진 집은 따뜻하다
도시의 바둑판 같은 아파트를 밤에 보면 해가 넘어 가면서 한 칸 두 칸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밤 9시쯤에 절정을 이룹니다. 한 칸 한 칸 그 불빛 아래서 무슨 이야기들이 오순도순 오고 갈까요. 그리고 서서히 다시 하나 둘 불이 꺼지기 시작합니다. 밤새 불이 켜진 집도 있고, 끝내 불이 켜지지 않고 캄캄한 어둠으로 남아있는 집도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 외에 불빛을 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하늘의 별빛이 더욱 초롱초롱 많습니다. 외출을 했다가 밤늦게 돌아오면 저 위에서부터 내려오며 학교에 불이 밝혀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에 불이 꺼져있는 날은 정말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불이 환하면 우선 마음이 포근해지고 안심이 됩니다.
환하게 불 켜진 집안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웃음소리가 밤늦게 돌아오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날은 참 행복합니다. 불 켜진 집은 따뜻합니다.
2004,.2.4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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